[TF현장] 베일 속 성인 PC방, 그 자물쇠를 열다!

성인 PC방, 음란물 버젓이 상영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자리 잡고 있는 성인 PC방에서는 돈을 받고 음란물을 상영하고 있었다. /사당동=이성락 기자

'음란물 상영' 성인 PC방, 실체를 들여다보다

#. 2012년 7월 김 모 씨는 통영시 한 마을에서 등교하던 초등생 한 모 양을 자신의 트럭에 태워 납치한 뒤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다.

#. 2012년 8월 30일 전남 나주의 한 주택에서 잠자던 여자 어린이(8)를 이불에 싼 채 납치, 인근 영산대교 밑에서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다.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의 경우 평소 성인 PC방 등에서 아동음란물을 즐겨봤던 롤리타콤플렉스의 전형으로 알려졌다.

위 사건 범인들의 공통점은 '음란물'에 심취했다는 점이다. 음란물은 성범죄 충동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여전히 거리 곳곳엔 '성인 PC방'이 자리하고 있다. 들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곳이다.

성인 PC방, 성인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정도일까. 하지만 단순 성인물을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미심쩍다. <더팩트>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 성인 PC방을 직접 찾아, 그 안에서 이뤄지는 실상을 들여다봤다.

빛이 들지 않는 좁은 방,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한 남자가 바지춤을 잡고 빠져나온다. 방에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고, 물티슈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그는 꼬깃꼬깃한 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넨 뒤 죄라도 지은 듯 황급히 자리를 뜬다.

평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남자들이 이곳을 찾았다. 방으로 들어간 남자는 10분도 채 안 돼 밖에서 들릴 정도의 거친 신음을 냈다.

"어떻게 오셨어요?" 주인이 묻는다. "영상(?) 보러 왔습니다"라고 말하자 방을 안내해 줬다. 그가 안내한 방은 그야말로 '밀실'. 방안을 들여다보니 컴퓨터 한 대와 물티슈, 재떨이가 있다. 주인은 별다른 설명 없이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말하며 문을 닫았다.

어두침침한 복도 평일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남자들이 성인 PC방을 찾아 음란물을 보고 있었다. /사당동=이성락 기자

5분쯤 지났을까. '영화는 열쇠, 야동은 자물쇠'라는 안내창이 모니터에 떴다. 자물쇠를 누르니 수많은 음란물이 저장돼 있다. 사당역 인근 성인 PC방에는 시간당 5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불법 음란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처럼 돈을 받고 음란물을 상영하는 것은 불법(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특히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상영(아동·청소년 성 보호법·10년 이하의 징역)하면 더 무거운 죗값을 치러야 한다.

'성인물'과 '음란물'을 구분하는 기준도 중요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성인 PC방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상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음란물'이었다. '엽기' '고문' '몰카' '동물' 등 굳이 영상을 재생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음란물 폴더가 수십 개는 존재했다.

자물쇠를 열었더니… 안내에 따라 자물쇠를 누르니 수많은 음란물이 저장돼 있다. /사당역=이성락 기자

직접 영상을 재생해 봤다. 제목만큼이나 충격적인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음란물의 개수는 너무 많아 다 세어보지도 못한다. 아동 음란물도 있다. 따로 폴더가 마련돼 있진 않았지만, 다른 폴더 사이사이 배치돼 있었다. 아동 음란물이라 의심할 수 있는 '교복물'도 적지 않았다.

성인 PC방 주인은 음란물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볼 것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그가 말한 '서비스'는 '전화 데이트', 변종 업소였다. 3만 원의 추가 요금을 내면 여자와 전화 연결이 되며 그와 은밀하고 수위 높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음란물로 만족하지 못한 손님들이 '전화 데이트'를 많이 이용한다.

1시간 5000원 이날 찾은 성인 PC방에서는 1시간당 5000원의 이용료를 받고 음란물을 제공하고 있었다. 추가 요금을 내면 전화 데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변종 업소다. /사당역=이성락

직접적인 성매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다만 성매매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 고리'는 존재했다. 그는 "여기는 음란물 상영과 전화 데이트만 서비스하고 있다"며 "더한 것(성매매)을 원하면 소개해줄 수 있다"라고 추천했다. 그는 약속(?)한 시간이 끝나고 나가는 손님들에게 "다음에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남자들이 성인 PC방을 찾는 이유가 궁금했다. 이날 성인 PC방에서 3시간 동안 음란물을 보고 나온 한 남성(30대)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단순했다. 성 욕구 해소.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가끔 성인 PC방을 찾아 편안하게 쉬면서 영상을 보고 있다"며 짧게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지인 2명과 함께 성인 PC방을 찾았던 최 모(42) 씨는 "주변에서 놀다가 잠을 청하기 위해 성인 PC방을 찾았다"라며 "사당역 주변에 도박 게임장이 많은 데, 밤새 도박을 하다가 욕구도 풀고 잠을 청하기 위해 낮부터 (성인) PC방을 찾는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 3월 1일부터 10월 말까지 '인터넷 음란'(아동청소년음란물 제작·수출입·소지·운반·알선 행위·공연·전시·상영·배포 행위 등)을 '5대 악성 사이버범죄'로 정하고 특별 단속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음란물이 저장된 하드디스크를 숨겨 놓는 등 성인 PC방 업소들의 눈속임이 심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을 PC에 저장하지 않을 경우 아동음란물 소지로 볼 수 없다. 메인 컴퓨터를 꺼버리면 음란물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사법처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더팩트ㅣ사당동=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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