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다 떨어져…무대에서 감동 주고 싶다”
아프리카TV BJ 버블디아. 노래 좀 하고,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뮤지컬도 전공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 있을 법한 그는 현재 아프리카TV에서 뮤지컬 방송을 하고 있다.
청순한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163cm, 5?kg, ?컵)로 인기 상승세에 있는 BJ 버블디아(본명 리디아 안, 20대 중반)는 아프리카TV 방송을 시작한 지 이제 8개월에 불과한 초보 방송인이다. 그는 방송에서 뮤지컬 노래와 함께 발성법 등 자신의 노하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수준 높은 노래 실력으로 애청자만 6만 8779명에 이를 정도로 아프리카TV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만 명에 달하는 BJ 중 지난달 31일 현재 176위를 마크할 정도다.
BJ 버블디아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노래에 재능을 보이며 보스턴대학 뮤지컬 학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휴학과 복학 등의 과정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졸업(2011년)했다. 이후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노크했지만, 실패했다. 진로를 바꿔 BJ를 하면서 인기가 오르자 그의 이력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더팩트>는 지난달 18일 봄비가 내리던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BJ 버블디아를 만나 브로드웨이 포기 그리고 한국 생활 적응기와 이력 논란 등을 들었다.
◆美 브로드웨이 포기한 거 맞다!
버블디아는 취재진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넸다. 방송에서 본 그대로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머리, 가슴 그리고 또 가슴…. 시선이 자꾸 멈췄다(남자라면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는 육감적 몸매다).
(정신을 다잡고) 보스턴대학 뮤지컬까지 전공한 사람이 왜 국내 뮤지컬 무대도 아닌 인터넷 방송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미국에서 안 되니까 한국에 왔다. 국내 무대에 서기엔 아직 능력이 부족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솔직했다.
버블디아는 “내 얼굴은 미국에서 안 통한다. 미국에 있을 당시 동양인도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니라는 뜻의 'Are you mix?'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오디션에서도 수차례 떨어졌다. 이때 한 뮤지컬 감독이 브로드웨이에서는 역할이 없을 것 같다. 한국에 가면 여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줬다”며 “그 감독이 보기엔 한국에서 먹힐 얼굴이었나 보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뮤지컬 배우에게 뉴욕 브로드웨이는 ‘꿈의 무대’아닌가. 거기다 보스턴대학에서 뮤지컬까지 전공했다. 그 시간과 노력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는 “후회는 안 된다. 안 되는 걸 무작정 계속하는 게 오히려 바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브로드웨이가 꿈이었지만, 내가 왜 무대에 설 수 없는지 빨리 깨달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아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프리카TV 방송을 하는 현재가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터넷이지만 누군가 자신의 노래를 듣고 호응해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로드웨이 이력 논란, 진실은?
브로드웨이를 포기하고 부모를 떠나 지난해 2월 한국으로 왔다. 그리고 아프리카TV BJ로 활동하고 있다. 방송 초기 뮤지컬 전공자라는 이력은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주었다. 인기가 올랐고 시청자들은 그에게 더욱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고 있다.
인기가 오르면서 그의 과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 때부터 이력 논란이 거세게 불거졌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이력의 진위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버블디아 이력 진위 논란은 '2011년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창작극 'Bronze Mirror'의 여주인공, 2013년 레미제라블 여주인공 코제트 역 발탁' 등이 실제인가 이다. 문제를 제기한 이들은 구글과 아마존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리스트 등을 검색한 근거를 제시했다.
진실이 궁금했다.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긴장도 머뭇거림도 없었다.
버블디아는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 것은 사실이다. 브로드웨이 하면 큰 무대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브로드웨이에는 대형 공연장, 소극장, 투어 공연 등으로 나뉜다. 난 투어 공연을 했다. 그런데 내가 브로드웨이 대형 극장에서 공연했던 것으로 오해하더라.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시스템을 잘 모르고 개인 신상을 털어 거짓말쟁이로 모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레미제라블'에서 여주인공 '코제트'를 연기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레미제라블도 투어 공연이었다. 난 메인도 아니고 서브였다. 처음 이런 논란이 불거졌을 때 이해가 안 됐다. 커리어에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말이다. 생각해보니 한국과 미국의 정서적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이후 방송을 통해 차분히 그리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지금이야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황당한 일도 겪었다. 이력을 문제 삼은 사람들이 미국 브로드웨이 감독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낸 것이다. 본인들이 조사한 내용이 사실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버블디아는 “어느 날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메일은 한국에서 왔고 내용은 자신들의 주장이 맞는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감독은 오히려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물었다. 그때 감독에게 메일 보낸 사람들에게 답장을 보냈다. 그 뒤로 아무런 말이 없더라. 별사람이 다 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국내 오디션 줄줄이 ‘낙방’…아프리카TV 통해 다시 꿈꾸다!
뮤지컬 전공에 노래 좀 한다는 BJ다. 브로드웨이를 포기했다고 무대 자체를 포기했을까. 미국에도 숱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이 나가는 그런 오디션 말이다. 국내에도 여러 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참가한 이력이 있는지 물었다.
“죄다 떨어졌다”며 웃었다. 전공도 하고 보컬트레이너도 했다. 그런데 다 떨어졌단다.
버블디아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엄청나게 떨어졌다. 솔직히 말해 다 떨어졌다. 오디션은 다들 알고 있는 슈퍼스타K, K-POP 스타 등등이다. 예선에서 다 떨어졌다”면서 “가요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심사위원도 만나지 못하고 떨어졌다”고 쑥스러운듯 웃었다.
물론 단 한 차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락이 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에 있을 때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어릴 적 꿈인 뮤지컬 배우를 포기하고 현재는 아프리카TV BJ로 열심히 방송 중이다. 무대가 아닌 인터넷 방송에서 노래를 부르고 가르치는 기분이 어떨까.
버블디아는 “방송을 하며 느낀 게 노래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방송이 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순히 노래만 부르고 가르치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 그래서 최근엔 연애 관련 내용이나 미국의 SNL과 같은 농담도 함께하고 있다”며 “방송 초기에는 쑥스럽기도 하고 어색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응돼서 그런지 농담도 잘 받아넘긴다. 가끔 악플(악성 댓글)을 달리기도 하지만 제 목소리를 사랑한다”고 밝혔다.
BJ로 방송하며 여전히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브로드웨이 무대를 포기했을 뿐, 무대 자체를 포기했다고 보이진 않는다. 버블디아의 최종 목표가 궁금했다.
그는 “무대에 섰을 때 자신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무대에서 내 모습은 가식이었던 것 같다”면서 “현재 연기와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한국과 미국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무대에 서고 싶다. 준비되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이 감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다시 무대에 서는 그 날을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ㅣ신사동=이철영 기자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