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리퍼트 대사 피습, 선명한 핏자국 '참혹'

세종홀은 아수라장 5일 오전 7시 40분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리퍼트 대사는 얼굴과 손 등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됐다. /세종홀=이성락 인턴기자

"아수라장이었다."

5일 오전 7시 40분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괴한의 습격을 받은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사람은 진보 성향 문화운동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55) 씨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척하면서 흉기를 휘둘렀다.

얼굴과 손 등을 크게 다친 리퍼트 대사는 피를 흘리며 순찰차를 타고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진 뒤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마쳤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오전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이 발생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을 직접 찾았다.

지우지 못한 핏자국 리퍼트 대사가 흘린 핏자국이 바닥에 남아 있었다./세종홀=이성락 인턴기자

현장에 도착하자 상황은 어느 정도 수습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선명한 핏자국이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세종홀 바닥에는 리퍼트 대사가 흘린 붉은 피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리퍼트 대사가 앉아 있던 자리의 피 묻은 테이블보는 이미 경찰이 회수한 상태였다. 지워지지 않은 혈흔이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많은 테이블 위에는 구겨진 리퍼트 대사 초청장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음식과 음료를 담은 접시와 컵도 사건 당시 그대로다. 세종홀 관계자는 "그냥 뭐 아수라장이었어요"라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6번 테이블에서 지켜 보다가… 김기종 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아 있는 테이블에서 10m 남짓 떨어진 6번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세종홀=이성락 인턴기자

김 씨는 리퍼트 대사와 10m 남짓 떨어진 6번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강연장에 흉기를 숨긴 채 들어온 김 씨는 리퍼트 대사 테이블 대각선 방향에 자리 잡고 습격 시간을 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이날 강연에 초청되지 않은 사람이었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는 김 씨가 사전 참가신청 없이 행사장에 갑자기 나타났다고 밝혔다.

세종문화회관 인근 주민 이모(82)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난해 12월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소란을 피웠다"면서 "그래서 세종문화회관 경비원에게 협조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 '저희는 그런 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말할 게 없다"고 일축했다.

널브러져 있는 리퍼트 대사 초정장 세종홀 직원들은 오후 1시가 다돼서야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세종홀=이성락 인턴기자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은 사건 4시간이 넘어선 오후 1시. 참혹했던 피습 사건의 현장은 수습됐다. 불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고, 직원들은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던 음식과 접시 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현장이 정리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바닥의 선명한 혈흔으로 볼 때 리퍼트 대사의 상태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천우신조'로 리퍼트 대사의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퍼트 대사의 수술을 맡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른쪽 얼굴의 상처가 11㎝·깊이 3㎝"라며 "1㎝만 깊었어도 생명에 지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천우신조'"라고 말했다. 의료진의 말대로 하늘이 돕고 신이 도았다.

한편 김 씨에게 피습당한 리퍼트 대사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로버트 오그번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지금 당장 리퍼트 대사의 수술 경과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생명이 위독한 상태는 아니며 안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팩트ㅣ세종홀=이성락 인턴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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