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고, 돈은 있어 그러니 나오는 거지 뭐."
외롭다. 갈 곳이 없다. 주머니 속 단 몇만 원.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있는 그곳으로 향한다. 일부 외로운 노인이 짧은 쾌락과 손잡는 그곳, 종로3가역. 일부 노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알려진 '성매매' 장소로 유명하다.
그렇게 노인의 성은 점점 음지로 확산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노인 성생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500명 가운데 175명이 성매매 경험이 있다. 이 중 60명은 성병에 걸렸다. 도대체 어떻길래….
은밀한 듯 은밀하지 않은 그곳. 2일 오후 <더팩트>는 종로3가역을 찾아 외로운 노인들의 ‘은밀한 성거래’ 실태를 취재했다. 성거래 현장에서 그들의 속내도 들어봤다.
◆ 나이 든 남자도 ‘남자다’
나른한 기운이 밀려드는 오후 3시께, 종로3가역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근처. 긴 코트에 중절모로 한껏 멋을 낸 노신사가 눈에 들어왔다. 올해 78살의 이 모 씨.
암암리에 성매매를 일삼고 있는 ‘박카스 아줌마’들의 눈길이 노신사에게 집중됐다. 눈길을 끈 여인들 가운데 서넛은 그에게 다가와 “오빠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좀 쉬었다 갈래?”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그녀들의 말에 귀조차 기울이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여인들의 시선을 피한 이유가 궁금해 그를 쫓았다.
노년의 신사 이 씨는 “지난날 대학교를 졸업한 뒤 30여 년 넘게 공직에 있다 퇴직했는데 할 일이 없어 종로3가역에 나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등장에 ‘박카스 아줌마’ 서넛이 몰려든 상황을 설명하며 그에게 ‘박카스 아줌마’들을 거부한 이유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노신사는 “이보게 내가 남자지만, 나도 내 취향이 있다네. 나이 든 할머니들과 모텔에 가서 뭐하나. 난 젊은이들만 찾네. 나는 있는 것이 돈밖에 없는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노신사는 나이 든 박카스 아줌마를 거부했지만, 그렇다고 성매매 자체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젊은 여성을 찾을 뿐이다. 노신사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 무참히 깨졌다.
순간 한 노인이 기자에게 다가왔다. 성매매 여성으로 착각했는지 이 노인은 “내가 평소 발기가 잘 안 되는데 당신이랑 하면 발기가 될 것 같아”라고 말을 건넸다. 충격적이다. 신분을 밝혔다.
그러나 돌아온 말이 더 당황스럽다. 올해 80살이라는 이 노인은 “모텔로 가자. 가기 싫으면 같이 술만 마시자. 내가 100만 원 줄게”라는 제안했다. 급히 자리를 피했다.
◆ 발기 기구까지 동원한 그들의 성매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오후 4시 30분. 탑골공원에는 집으로 아직 돌아가지 않은 몇 사람이 남아있었다. 그 가운데 의자에 앉아 독서를 즐기고 있던 양 모(55)씨에게 다가갔다. 탑골 공원을 찾기엔 이른 나이인 그에게 “종로3가역에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 씨는 “사업에 실패한 뒤 삶의 희망과 함께 성욕도 잃었다. 성매매를 한 번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발기부전기구를 알게 됐다. 그 이후 이따금 종로3가역에 있는 ‘박카스 아줌마’를 찾는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가 아닌 발기부전기구? 처음 듣는 말이다. 젊음을 잃은 노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 발기부전을 돕는 기구.
양 씨의 말에 기자는 인근 건강기구 판매하는 업소를 찾았다. 건강기구판매 상인인 황 모(72) 씨는 “발기부전기구는 1~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박카스 아줌마’들이 찾아와 하나 두 개씩 사간다. 그들은 그것이 직업상 필요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이어 “몇 년 전에는 발기부전치료제를 팔았지만, 이제는 단속이 강화돼 종로3가역에서 중국인들이 파는 것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 노인들의 ‘은밀한 성거래’에 빠질 수 없는 것?…‘흥정’
‘박카스 아줌마’들과 노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갈 무렵인 오후 7시께,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던 찰나 종로3가역에서 급조된 만남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서로의 허리춤을 잡고 종로3가역에서 나와 인근 구석진 모텔로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성은 화가 난 듯 바닥을 발로 찼다. 무슨 사연일까.
그는 한 달에 150여 만을 벌고 있는 모텔업계 종사자 김 모(56)씨로, 성매매는 용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 모텔에서 갑자기 나온 이유를 묻자 그는 “흥정이 맞지 않았다. 나는 보통 3만 원을 받는데, 함께 들어간 남성은 내게 60대에서 70대들이 받는 2만 원을 줬다”면서 “대실비가 5000원 하는 곳에 가면 1만 5000원을 남길 수 있지만, 대실비가 1만 원인 곳에 가면 남는 것이 없는데 내가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성매매 방지 특별법 10년을 맞으며, 철저한 단속으로 불법 성매매가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실상은 발표와 달랐다. 종로 3가 일대에서는 쓸쓸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음성적인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유난히 많은 종로 3가 탑골공원과 종묘공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삼삼오오 모인 노인을 향한 검은 손길 성매매. 불편한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더팩트ㅣ종로구=박준영 인턴기자 iamsolei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