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삼진아웃제' 비웃는 택시, '배짱영업 맞죠?'

택시랑 협상하기 힘드네 29일 오후 11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1번 출구,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일명 승차거부 삼진아웃제 시행 첫날, 한 커플이 택시를 잡으려 시도해 보지만 계속 실패하고 있다. /강남=신진환 기자

여전했다. '손님 보기를 돌같이'하는 일부 택시기사들은 여전히 '갑'이다. 눈앞에 보이는 택시는 많은데 나를 태울 택시는 몇대 없다. 택시가 부족한걸까. 하지만 서울에서 영업하는 택시만 7만2000여 대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 첫날인 29일 오후 11시 30분. 이날부터 택시기사가 2년 안에 3차례 승차거부를 하면 택시기사 자격이 취소되는 날이다. 과연 승차거부는 없는 걸까. 이곳은 택시 잡기가 어려운 곳으로 악명 높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이다.

이날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강남역의 풍경은 승차거부 삼진아웃제로 분위기가 달라졌을까. 지하철이 끊길 무렵의 풍경은 변함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택시들이 줄을 이어 손님들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마치 짠 듯이 시민들이 '빈 차'라고 쓰인 빨간 불빛을 보면 자석에 이끌리듯 따라간다. 가까스로 차를 세운 한 시민이 잽싸게 택시기사와 말을 주고받는다. 그들의 대화가 대충 짐작이 간다. 협상에 실패한 시민이 등을 돌린다. 떠나는 택시를 향해 소리친다.

"이런 개XX!"

◆ 일부 택시 '손님은 입맛대로?'

아저씨도 송파 안 가요? 여성들이 택시 기사에게 행선지를 얘기하고 있다./강남=신진환 기자

택시들의 손님 '간 보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행선지만 묻고 홱 떠나버리는 경우가 꽤 있다. 제도 시행 첫날부터 너무 많은 걸 기대했다. 택시의 승차거부가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생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아저씨 송파요." 행선지를 밝히며 택시기사의 간택(?)을 바라는 풍경은 제도 시행 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간혹 몇몇 서울 택시들이 손님 앞에 멈춰 행선지를 묻지 않고 태우기도 했지만, 경기·인천 지역과 가까운 서울 시내로 가는 손님들은 여전히 택시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사람이 일반과 모범을 가리지 않고 택시가 멈춰 서기만 하면 그대로 몸을 실었다.

직장인 김선규(34) 씨는 "일단 택시가 서야 뭐라도 해볼 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모범택시라도 집에 갈 수 있다면 땡큐죠(고맙죠). 여기서는 택시 잡기가 정말 어렵다"라고 하소연한다.

'승차거부 삼진아웃제' 시행에 대해서는 "몰랐다. (정부가) 잘한 것 같다"며 "승차거부가 여전해 신고를 많이 할 것 같다"고 멋쩍게 웃는다.

1시간쯤 대로변에서 택시를 지켜보니 승차거부하는 택시는 전보다 다소 줄어든 느낌이다. 시외권 택시를 제외하고, 서울 택시는 곧장 승객을 태우고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취재진 역시 빌딩 숲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든다.

◆ "양심껏 하기에 별문제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하철이 끊길 무렵,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들이 강남 대로변으로 몰려들고 있다. /강남=김민수 인턴기자

온기가 가득한 차 안. 기자는 택시기사에게 승차거부 삼진아웃제 시행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정 모(59) 씨는 "과태료를 물겠지만 2번은 승차거부 해도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한번은 봐주고 두 번째부터 택시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자기 생각을 단호하게 얘기한다.

이어 "손님을 가려 태우면서 힘들다 하면 안 되지"라고 쓴소리를 뱉으며 "택시업계가 힘들어진 건 다 꼼수 쓰는 얘들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양심껏 영업을 하니까 삼진아웃제 신경 안 쓴다"면서 "승차거부 하는 차량들은 손님이 혼을 내주는 대신 택시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경기도 택시기사 한 모(58)씨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한 씨는 "그렇게 달라질 것 없어요. 어차피 자기 관할 구역으로 가는 손님 위주로 태우니까. 같은 경기도라도 부천 택시가 분당으로 가는 손님을 안 받는 건 똑같죠"라고 답했다.

한편, 승차거부는 엄연한 불법이다. 승차거부를 1회 했을 경우 20만 원, 2차 위반할 때는 과태료 40만 원을 부과하며 3회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된다. 또한 부당 요금, 합승, 카드결제 거부(영수증 발급거부)의 경우에는 1년 내 1차 위반하면 과태료 20만 원, 2차 위반 때 40만 원 및 자격정지 10일, 3차 위반 때 과태료 60만 원 및 자격정지 20일 처분을 받는다.

[더팩트ㅣ강남=신진환 기자·김민수 인턴기자 yaho1017@tf.co.kr·hispiri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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