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어린이집 폭행'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굳게닫힌 문, 거리로 나선 학부모. 14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있는 K 어린이집은 문이 굳게 잠겼습니다. 이튿날, 인천 지역 학부모들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며 네 살배기 아이를 폭행한 보육교사 양모(33·여) 씨를 규탄했습니다./인천 송도=신진환 기자

[더팩트ㅣ인천 송도=신진환 기자]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배우 김혜자 씨는 저서에서 아름다운 꽃이라 할지언정 폭행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폭행을 당한 아이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에 아동 폭행은 '잔혹한 범죄'입니다.

지난 8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K 어린이집에서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보육교사 양모(33·여) 씨가 네 살배기 여자아이의 왼쪽 얼굴을 힘껏 내려쳤습니다. 아이의 몸이 날아갈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아는 잠시 정신을 잃은 것처럼 누워 있다가 이내 교사 앞에 섰습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이들 역시 잔뜩 긴장했나 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릎을 꿇은 채 교사의 동태를 살핍니다. 평소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자주 때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행동을 꾸며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여론은 어느 때보다 들끓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원장은 '어린이집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14일 오후 K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정상운영 합니다. 지난 13일 K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들에게 운영을 정상적으로 한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여론이 들끓고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말입니다./온라인 커뮤니티 화면 갈무리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기울고 있는 오후 4시 30분. 어린이집 문은 굳게 잠겼습니다. 출입문에는 사과문이 보입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충격과 함께 심려 끼쳐…죄송합니다.' 아동 폭행 사건이 뜨겁게 타오르던 이날, 진심 어린 사과보다 학원 운영을 먼저 신경 썼던 터였기에 사과문은 마음에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주민들로 보이는 성인 모녀가 어린이집을 지나가다 발길을 멈춥니다. 둘은 무어라 얘기하길래 엿듣게 됐습니다. "정신이 나간 X이네" "애를 그 지경으로 패는 경우 어디 있느냐"라며 엄마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나지막이 화를 냅니다. 젊은 여성은 "내 자식도 아닌데, 속상하네"라며 맞장구를 칩니다. 아무래도 여성의 본능인 모성애가 발현한 듯 보입니다.

10대로 보이는 한 남학생도 어린이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한참을 어린이집 앞에 있다가 한숨을 내쉬며 이내 돌아섭니다. 떠나는 와중에도 어린이집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동 폭행' 사건은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보육교사에 대한 분노와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똑같아 보입니다.

릴레이 1인 시위하는 학부모들. 14일 오전 9시 K 어린이집 근처에서 인천지역 학부모들이 아동을 폭행한 양 씨를 규탄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습니다. 한 여성은 상처입은 아이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인천 송도=신진환 기자

15일 오전 9시. 인천 지역 학부모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의 파문에 분개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1인 시위를 합니다. 피켓에는 '아동폭력 NO! 아동학대 NO!…행복한 아이가 되고 싶어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다른 피켓에 '무조건 어른들의 잘못입니다'라는 문구가 보입니다. 순간 고개를 떨궜습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탄원서 받는 시민들 15일 오전 9시 30분 K 어린이집 뒤편에서 보육교사 양 씨를 엄히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받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4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을 했습니다./인천 송도=신진환 기자

고통과 상처를 입은 여자아이와 곁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는 가슴이 찢어질 것입니다. 과연 내 자식이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폭행을 당한다면 당신은 어떨 것 같습니까. 우발적이든 상습적이든 말입니다. 분명 '무조건 어른들의 잘못'입니다.

올바른 체벌이 아닌, 어린아이를 무자비하게 때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린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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