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송도=이철영·신진환 기자] BJ 인기가 일반 유명 아나운서 못지않다. BJ는 'Broadcasting Jockey' 또는 '콘텐츠 제작자' 등으로 불린다. 인터넷 개인방송인 아프리카TV의 수많은 BJ 가운데 '4대 여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BJ 4대 여신은 '김이브 윰댕 꽃빈 엣지'를 일컫는다. 인기는 연예인 그 이상이다. 애청자만 수십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인기에 비해 알려진 바는 별로 없다.
온라인 스타 BJ들은 공개석상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직은 공인이라기보다 일반인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4대 여신 중 한 명인 BJ 윰댕과 연락이 닿았다. 강추위가 몰아친 6일 오후 <더팩트> 취재진은 BJ 윰댕(본명 이유미·31)을 인천 송도의 한 카페에서 국내 언론 최초로 인터뷰했다.
"안녕하세요, 추운데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죠? 인터뷰가 처음이라 긴장돼요."
방송에 익숙한 융댐은 의외로 인터뷰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방송이 아니라 외부 인터뷰에 처음 응하는 설렘이 느껴졌다. 취재진에게는 미소로 인사말을 건넸다. '캠발(방송을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용 카메라는 실제보다 더 예쁘게 보여준다는 속어)' 없이도 충분한 미모다.
◆ “가터벨트 입고 댄스? 재미있었다”
-201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지난해 남자 친구(BJ 대도서관)가 생겼다는 점과 아프리카TV 시상식에서 춤을 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남자 친구가 생기고(지난해 6월) 난 뒤 생활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남자 친구가 생기고 처음 해보는 것이 정말 많은 한해였다. 게임채널에 나가고, 지스타 등에도 남자 친구와 함께 나갔다.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다. 원래 집밖에 잘 나가지 않는 타입이다.
-지난해 2014 아프리카TV BJ 페스티벌에서 화제가 됐다.
페스티벌 관련 기사가 많이 나와 놀랐다. 아무래도 춤이 충격적이었나 보다. (웃음)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진 것 같다. 심지어 춤 연습 유튜브 동영상도 조회 수가 15만 가까이 나왔다. 처음으로 가터벨트도 입어봤다. 가터벨트를 입고 남자 친구와 함께 춤을 췄다. 아무래도 방송 모습만 보다 오프라인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신선했나 보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색다른 모습에 팬들이 즐거워한 것 같다.
-아프리카TV 페스티벌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특히 대도서관이 여장으로 등장해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나이도 있는데…. 하기 쉽지 않은 데 아주 당당하게 해서 보기 좋았다. 멋있다. 열심히 유쾌하게 한 것 같다.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사랑의 힘은 정말 무섭다)
-방송을 보면 애교가 상당하다. 준비된 것들인가.
애교는 가까운 사람에게 하는 것이다. 그만큼 제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과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교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방송을 하다 보면 애교 부리는 모습에 재수 없거나 귀여운척 한다고 여성들이 딴죽(인터넷 등에서는 ‘생드립’이라고 한다)을 거는 경우가 많다. 나이를 먹으니 무던해지는 것 같다. 이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사실 예전에는 방송 중 제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애청자 69만 명을 확보 중이다. 혹시 윰댕 만의 시청자를 사로잡는 비결이 있나.
가만히 있으면 차가워 보이는 얼굴이다. 그런데 또 어리바리해서 당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뭔가 다를 것 같지만, 전혀 다르지 않은 일반인이기 때문에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또 목소리가 사람을 좀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다. 방송과 실물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모(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의 정기 모임)를 굉장히 많이 했다. 실물을 드러내는데 두려움이 없다. 인터넷에서 제 이상한 사진과 캠발을 비교한 내용이 떠돈다. 예전에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누가 그 사신을 포토샵으로 이상하게 작업해서 퍼뜨린 적이 있다. 하지만 실물을 드러내는 게 두렵지는 않다.
◆ 15년 BJ 베테랑 “성적인 농담? 그냥 웃지요”
-아이디가 '윰댕'이다. 특별한 뜻이 있나. 또 방송은 어떤 내용들인가.
특별한 뜻은 없다. 본명이 이유미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 유미를 '윰 윰'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윰댕이라고 지었을 뿐, 다른 의미는 없다. 방송명 자체가 '윰댕'이다. 방송의 주된 내용은 특별히 없다. 그냥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들이 글을 올리면 그거에 대한 제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보니 주제가 계속해서 바뀐다.
-언제부터 BJ를 하게 됐나. 시청자를 제외하고 윰댕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15년 전 세이클럽에서부터 시작했다. 당시 세이클럽에 라디오 방송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한 라디오방송에 초대됐다. 정말 신기했다. 그 방송 팬이 됐다. 그때 나도 BJ가 돼서 같은 그 라디오 진행자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다.
당시 엄마에게 엄청나게 혼났다. 방송을 너무 오래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방송이 약 2시간 정도였다. 그런데 저는 6~8시간 방송을 했다(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기회가 돼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1년 정도 가게 됐다. 이때 친구를 통해 아프리카TV를 알게 됐다. 방송도 있더라. 당시 BJ가 10명 정도였다. 얼굴도 나오고 해서 획기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인기 BJ 김이브 역시 윰댕이 방송을 추천했다고 한다)
-방송 중 채팅으로 성적인 농담이나 거친 표현도 상당하던데 어떤가.
예전에는 방송 중에 거친 말과 성적인 농담에 울었다. 그분들은 그냥 욕을 한다. 그래서 방송을 하다가도 울컥울컥 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지금까지 방송하면서 남에게 욕먹을 짓은 하지 않았다. 방송 중 욕설이나 성적인 말들을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없다. 그냥 하는 거다.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지금은 마음도 단단해지고 익숙해졌다. 이제는 이해하려고 한다.
◆ “올해도 즐겁게 보냅시다”
-방송 특성상 왠지 집 밖으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집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예전에는 정규방송을 8시간동안 했다. 가장 오래 한 방송은 30시간이다. 오죽하면 방송 매니저(방송 중 채팅창 등을 관리하는 매니저)가 방송 좀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열정이 많았다.
-방송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가 있나. 있다면 왜 기억에 남는지.
운동회 정모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팬이 7~8년 사귄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방송 보는 걸 싫어했다. 당시 여성분은 2PM의 열광적 팬이었다. 방송을 보지 못하게 하자 남성분이 여자 친구에게 2PM 팬클럽 탈퇴를 요구했다. 특히 두 분은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여러 문제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러나 방송에서 남성분과 전화데이트를 했고 장난으로 음성 편지를 요청했다. 이때 남성분이 여자 친구에게 결혼하자고 했다. 마침 여자 친구가 방송을 보고 있었다. 현재 두 분은 실제 결혼했다.
-요즘 BJ들이 화제다. 특히 노출 BJ들이 눈길을 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요즘 아프리카 방송에서 노출이 상당한 것 같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출로 별풍선 등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BJ들이 노출하는 것도 일부 이해한다. 수많은 BJ 사이에서 눈에 띄어야 하니 노출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오래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앞으로의 계획 등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앞으로도 방송은 계속할 것이다. 요즘 젊은 BJ들이 많은데 저는 나이에 맞는 방송을 하겠다. 현재 남자 친구랑 ‘키즈·한류’ 등과 관련된 채널을 준비 중이다. 중국을 겨냥한 첫 주자가 되고 싶다.
가진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또 남자 친구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좋아해 줘서 매우 고맙다. 이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올해도 즐겁게 보내고 싶다.
▶BJ 윰댕은 <더팩트> 독자와 팬들에게 직접 영상을 촬영했다.
정치사회팀 tf.pstea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