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은 들뜨고 솔로인 이들에겐 휴가지에서 이성과의 즉석만남을 기대하기도 한다. 젊은 남녀라면 휴가지에서 만난 이성과의 '원나잇' 등의 므흣(?)한 상상을 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20~30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휴가철 즉석만남을 다룬 '한여름 밤의 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를 보면 즉석만남을 대하는 남녀의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다.
설문 결과 '휴가지에서 이성에게 다가간 목적'을 묻는 말에 남성의 경우 '원나잇'(39.6%)이란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여성의 경우 대화상대(37.4%)가 가장 많았다.
◆ 지난밤과 너무나 다른, 친절한 그녀 알고 보니?
그러나 기대에 부푼 '원나잇'이 남자들에겐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주장에 따라 남자는 지옥에 갈 수 있어서다. 결과적으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남성의 주장보다는 강압에 의한 관계였다는 여성의 눈물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최근 판례를 보면 강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5일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부장판사)는 술을 마시며 어울리던 한국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러시아인 A(38) 씨와 터키인 B(28)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이렇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1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국인 여성 C 씨를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고 집으로 데려가 집단 성폭행하고 이 장면을 촬영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이들은 2심에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당시 촬영했던 동영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가해자 남성들의 억압 정도가 다소 미약해 보이는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를 성폭행으로 봤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추가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겉으로는 순응하는 태도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성관계를 동의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 사회·문화적 도의에 어긋난 성관계는 일단 상대방으로부터 거부할 것이라는 인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극적·명시적 동의를 얻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행동하고, 순응적 태도를 동의로 임의 간주해 성관계를 맺는다면 이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합의하에 두 차례 성관계를 한 여성이 거부하는데도 한 차례 더 성관계를 강제로 했다면 강간죄가 된다.
재판부는 “피고와 피해자가 술을 마시고 어울리다 여관에 투숙해 합의하에 두 차례나 성관계를 한 후 발생한 사건으로 피해자가 피고로 하여금 후속 성관계를 용인하도록 오해하게 할 만한 행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은 성관계를 가진 후 강간을 당했다며 돈을 뜯어내는 무고 사건도 상당하다. 아름다운 여성의 접근에 혹(?)해 당할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술에 취해 사리분별 못 해 꽃뱀에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친절한 오빠·삼촌 갑자기 돌변?…친절한 그를 의심하라
남성들만 여성들에게 당하지는 않는다. 여성들 역시 남성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10대 청소년들의 경우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젊고 돈 좀 있는 남성들의 호의에 넘어가 범죄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례 1. 지난 2012년 7월, A(20) 씨와 B(20) 씨는 동해의 한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여중생 C(14)양과 즉석만남을 가졌다. C양의 일행인 D(12)양은 초등학생이었지만 A 씨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다.
이후 A 씨 일행은 “담배를 피우러 가자”며 C양을 여자화장실로 데려갔다. 이들은 화장실로 가더니 태도가 돌변했다. 곧바로 문을 잠그고 자신들의 문신을 보여주며 C양을 위협해 집단 성폭행했다.
# 사례 2. 2013년 6월, 나이트클럽이나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나 성관계를 맺은 여성의 알몸을 몰래 사진 찍은 뒤 인터넷 카페에 올린 혐의로 2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나이트클럽 즉석만남이나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 12명과 성관계를 맺은 뒤, 여성의 알몸을 몰래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자신들이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 5곳에 올려 다른 회원과 공유했다.
# 사례 3. 지난 2011년 8월, 강원 강릉경찰서는 휴가를 온 피서객들을 상대로 강도와 성폭행, 절도 행각을 벌인 일당을 체포했다. 교도소와 사회에서 알게 된 이들은 피서지에서 만난 이모(당시 23·여)씨 등 2명을 모텔로 유인해 술을 함께 마신 뒤 잠이 든 이 씨를 집단 성폭행하고 현금 30만 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은 박모(당시 19) 양을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하고 또 다른 여성 3명에게도 술을 먹여 절도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피서지에 놀러 온 일부 여성들이 접근하는 남성들에 대해 평소보다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을 노려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서지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심야 홀로 배회 금지 ▲음악 들으며 보행 금지 ▲과도한 음주 금지 ▲호신용품 소지 ▲렌즈 반짝인 몰카 여부 확인 ▲차량 동승합승 주의 ▲숙소 문단속 철저 ▲불쾌한 성적인 접촉 시 강력한 거부 의사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음료 등은 정중히 사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또는 호의를 베풀었는데 감사하다면 음료수나 음식 등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정중히 사양하거나 받더라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아울러 여행지에서는 차량 동승을 하다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대비해 호의로 동승을 권하더라도 피하는 게 좋다. 또한, 택시를 탄 경우에는 차량 번호와 차종을 확인하고, 부모나 친구들에게 휴대폰으로 택시번호를 일러두는 것이 범죄에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건팀 cuba2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