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총선 의중 첫 공개...최종 결정 당 지도부와 의논 후
[더팩트ㅣ은평구=이철영·허주열·이원석 기자] "서울 종로로 살림집을 옮길 생각을 하고 알아보고 있다. 언론에서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지로 종로를 많이 거론하는데, 어렵다고 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구체적 지역구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논해야 한다."
임종석(53)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0년 4월 총선에서 종로 지역구 출마 결심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올초부터 문재인 정부 1기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대한 총선 출마 여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임종석 전 실장은 15일 오후 <더팩트>와 통화에서 '종로 이사설'과 '종로 출마설' 등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지역구 최종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협의한 뒤 하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본인의 생각은 종로 출마를 굳혔다고 분명히 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14일) 5·18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1기 참모로 활동했던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과 함께 광주를 방문한 뒤 이날 오후 서울 은평구 자택으로 귀가했다.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더팩트> 취재진과 대면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취재 경위를 설명한 뒤 가진 통화에서 총선 출마와 관련한 의중을 짧지만 분명하게 털어놓았다.
지난 1월 8일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직에서 물러난 임 전 실장은 지난 4개월 간 공식 활동과 언론 노출을 최소화해왔다. 본인과 관련한 각종 설(說)과 이슈가 있었지만, 직접 해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특히 정치권 안팎에서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에서 '정치1번지' 종로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이에 <더팩트> 취재진은 14일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공식 행보를 재개한 임 전 실장의 의중을 직접 듣기 위해 취재에 나섰다. 이날 오후부터 자택 앞에서 대기한 끝에 귀가하는 임 전 실장의 모습을 확인했고 그와 잠시 통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당초 벨을 눌러도 응답하지 않고,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임 전 실장은 취재진이 남긴 문자메시지에 "언론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고 있지만, 안 하고 있다"며 "여기까지(자택) 와서 전화를 하는데, 간단히 질문을 하면 답하겠다. 따로 인터뷰를 하면 제가 감당을 못 한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먼저 임 전 비서실장은 '종로로 이사했다'는 이사설에 대해 "이사는 하려고 한다"며 "후배들이(강병원·박주민 민주당 의원) 여기서 (국회의원을) 하고 있어 종로로 갈 생각"이라며 "지역구는 제가 지금 어떻게 할 수 없고, 살림집은 여기 계속 있을 수 없어서 종로로 옮길 생각을 하고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와 관련해 "빨리 결정하기 어렵다"며 "언론에서 종로를 많이 거론하는데, 어렵다고 피할 생각은 없다"고 출마 결심을 내보였다. 특히 그는 "당에서 (종로 출마를) 요청하면 응할 수 있다는 이야기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재확인했다.
현재 종로구 국회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6선)이다. 국회의장을 역임한 뒤에는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게 그동안의 국회 관례였다. 따라서 민주당은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한다. 한국당에선 종로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가운데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황교안 대표 출마설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최근 황 대표는 임 전 비서실장에게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7일 부산에서 진행한 장외 투쟁에서 "지금 좌파는 돈을 벌어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임종석 씨가 무슨 돈을 벌어봤는가. 내가 그의 주임검사였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은 "사실관계 자체를 무시해서 대응할 생각이 없다"며 "다만 제1야당 대표가 최근 하는 언행을 보면서 저분은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구나는 생각이 들어서 (페이스북을 통해) 지적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기소될 때, 죄목 중에 '초청장 형식을 빌은 지령수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가 없지만, 당시 공안검사들은 그런 일을 서슴지 않았다"며 "닥치는 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던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워 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일까"라고 황 대표를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차기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후보가 이사를 간다는 것은 해당 지역에 출마를 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당 지도부와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인 만큼 임 전 실장의 출마 지역 확정은 추후 결정될 전망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3월 7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와 청와대 1기 참모진이 함께한 만찬 회동에서 향후 행보에 대해 "현재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이 요청하면 당을 위해서 헌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취재진은 당 지도부와 회동 후 두 달이 지났고, 원내지도부(이인영 원내사령탑 체제 출범)와 민주연구원장(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도 바뀌었는데, 당에서의 역할에 대한 공식적 제안이 아직까지 없었는지도 물었다.
임 전 실장은 "없었다"며 "제가 직전에 했던 일(대통령 비서실장) 때문에 (당에서 맡길 역할이) 마땅치 않을 것이다. 아직 관련해 진행된 논의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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