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용인=서재근 기자]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호암상 기념 행사에서 한자리에 모여 단합된 모습으로 '화합을 연주'했다.
1일 오후 7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 기념 연주회'에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을 비롯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 이부진·서현 사장 등 오너 일가가 모두 참석해 수상자를 격려하고 참석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단독 포착됐다.
◆호암상 기념행사는 삼성家 '화합의 장'
이날 연주회에 앞서 벌어진 26번째 호암상 시상식에는 이재용 부회장만 홀로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삼성 오너 일가 모두가 모일 것이란 재계의 관측이 빗나가는 듯했지만, 시상식 기념행사로 진행된 음악회에는 홍 관장을 비롯한 세 자녀가 모두 참석해 진정한 '화합의 장'을 연출했다.
삼성그룹과 호암재단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 중 두 번째로 치러진 올해부터 시상식 기념 행사로 만찬 대신 호암상 수상자와 그룹 임직원을 초청해 음악회를 진행키로 했다. 특히, 이날 기념 연주회에는 2015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피아노 독주가 펼쳐진 가운데 호암아트홀에서 치러진 호암상 시상식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삼성 오너 일가 모두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호암상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주의와 사회공익정신을 기려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인사를 현창하기 위해 지난 199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제정한 상으로 삼성그룹과 호암재단은 매년 6월 서울 중구 서소문로 호암아트홀에서 '호암상 시상식'을 진행해 왔다. 삼성그룹의 연례 행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행사로 이건희 회장의 기업 정신이 녹아있는 시상식으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 안팎의 관심은 이날 기념 연주회보다 올해로 26번째를 맞이한 '호암상 시상식'에 쏠렸다. 지난해 11월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28기 추모식 이후 지금까지 삼성 오너 일가가 공식 석상에서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만큼 이번 시상식이 이들의 단합된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빗나간 당초 예상, 그리고 '극적 반전'
하지만 재계의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이재용 부회장은 시상식 시작 20분 전인 이날 오후 2시 40분 행사장을 찾았다. 별도 통로를 통해 참석한 지난해와 달리 올 시상식에서는 당당히 로비로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 외에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김현석 삼성전자 VD사업부 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윤주화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행사 시작 30~40분 전부터 행사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일각의 기대와 달리 삼성가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은 불참했다.
이날 시상식의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김명식 박사(54·英 임피리얼 칼리지런던 교수) ▲공학상 오준호 박사 (62·KAIST 교수) ▲의학상 래리 곽 박사(57·美 시티오브호프병원 교수) ▲예술상 황동규 시인(78·서울대 명예교수) ▲사회봉사상 김현수 (61)·조순실 (59) 부부(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로 수상자에게는 각 3억 원의 상금과 순금 메달이 수여됐다.
극적인 반전은 연주회에서 이뤄졌다. 이들 삼남매가 한자리에 모인 곳은 시상식이 아니라 호암상 시상식 기념행사가 진행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시상식이 끝난 직후 업무용 차량인 '체어맨'을 타고 연주회 장소로 이동했다. 홍라희 관장을 비롯한 세 모녀는 벤츠 'S클래스' 차량 한 대로 다 같이 이동, 오후 6시 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그룹 행사에 얼굴을 비친 이부진, 이서현 사장은 재계 내 대표적인 패셔니스트라는 평가에 걸맞게 이날 역시 빼어난 패션 감각을 뽐냈다. 이부진 사장은 하얀색 블라우스에 검은 정장 바지로 단정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이서현 사장은 강렬한 자주색 원피스로 세련미를 뽐냈다.
◆한국인 최초 쇼팽 콩쿠르 우승 조성진 독주 '박수갈채'
한 시간 동안 스탠딩 디너를 마친 이들 일가족은 오후 7시 호암상 수상자,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연주회를 관람했다. 이날 기념 연주회는 올해 처음으로 그룹 행사에 일가족 모두가 한 데 모였다는 것 외에도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이재용식' 경영 마인드가 고스란히 스며든 그룹의 공식적인 행사로 평가를 받았다. 또 이건희 회장의 공석 중에도 오너 일가 삼남매 간 유대관계를 다시금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날 음악회에서는 지난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피아노 독주가 펼쳐져 900여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기존 신라호텔 만찬 형식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문화행사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음악회 형식으로 호암상 시상식 기념행사를 진행한 만큼 수상자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반응에 집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참석자들의 호응이 좋았다"며 "그룹 임직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 행사가 순조롭게 마무리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주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부진, 이서현 자매의 예상을 뒤엎는 시상식 불참 소식에 일각에서 아버지의 부재 이후 삼남매의 유대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더팩트> 카메라에 담긴 이들 삼남매의 미소 가득한 표정에서는 불편한 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화기애애' 삼성가 삼남매
오후 9시 30분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음악회 관람을 마친 이들 세 남매와 홍라희 관장은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함께 행사장을 빠져나와 5분여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고 작별 인사를 나눴다. 특히, 어머니와 두 동생이 올라탄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이 부회장은 다정한 아들이자 오빠의 모습 그대로였다.
또 다른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 모두 오너 일가라는 신분을 넘어 그룹 계열사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며 "지난해 호암상 시상식에서도 그랬듯이 두 사장이 불참하고 저녁 연주회에만 참석한 것은 바쁜 외부 일정 때문이며 그 외에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