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우연이 겹치면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취미로 시작한 유도와 어린 시절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는 장세혁이 '너에게 다이브'를 만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그 우연을 운명으로 만든 건 결국 장세혁 자신이었다. 첫 주연작부터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한 장세혁의 다음 '운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장세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채널A 토일드라마 '너에게 다이브'(극본 김보금·이온, 연출 소재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윤하루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너에게 다이브'는 오래된 캠코더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쌍둥이 남매 윤하나(김지연 분)와 윤하루(장세혁 분)가 정우재(박서함 분)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뛰어드는 첫사랑 구출 로맨스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일 종영했다.
장세혁이 분한 윤하루는 세계 랭킹 1위의 유도 금메달리스트이자 윤하나의 쌍둥이 오빠다. 뛰어난 실력과 외모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윤하나와 함께 있을 때는 장난기 많은 평범한 오빠가 된다. 여기에 과거로 이동할 때마다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뀐다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장세혁은 윤하루뿐 아니라 그의 몸에 들어간 윤하나까지 연기해야 했다.
이처럼 윤하루는 결코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타임슬립과 영혼 체인지라는 복잡한 설정 속에서 서로 다른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과거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삶까지 그려내야 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유도 선수로서의 액션과 장기 연애 커플의 로맨스, 코미디까지 폭넓은 연기가 요구됐다. 무엇보다 데뷔 후 첫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장세혁이 느꼈을 부담감도 적지 않았을 터다.
그런데 베일을 벗은 '너에게 다이브'에서 유독 눈길을 끈 배우 역시 장세혁이었다. 앞서 기자는 작품 초반부터 [TF초점] '너에게 다이브' 장세혁, 눈에 띄는 신예의 등장 기사를 통해 그의 활약을 조명한 바 있다. 첫 주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고 영혼 체인지 이후에는 같은 얼굴로 전혀 다른 인물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렇기에 장세혁과의 인터뷰를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 역시 기자였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장세혁은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내내 자신이 왜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윤하루 역에 발탁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그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윤하루는 어쩌면 장세혁이기에 완성할 수 있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짙어졌다.
장세혁이 '너에게 다이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오디션이었다. 그는 "오디션 보는 과정이 길었다. 한 번 보고 결정이 난 게 아니었다. 배역이 조금 크다 보니 처음에는 제가 붙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오면 제게도 많은 배움이 있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떠올렸다.
"제가 신인 배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디션에 붙었을 때도 기분이 좋고 '해냈다'는 생각보다 그 순간부터 앞으로의 현장에 대한 걱정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제가 윤하루로서 설득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첫 주연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부터 고민한 장세혁.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숙제는 영혼 체인지였다. 장세혁은 "영혼이 바뀌는 부분에서 제 여동생인 윤하나 역을 또 연기로 보여줘야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시청자분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윤하나의 영혼이 들어왔을 때는 제가 평소와 다른, 아예 접하지 못한 행동이나 감정선을 보여줘야 했어요. 제가 아직까지는 당연히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많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지연 누나한테 많이 물어보면서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말투나 목소리 같은 것도 서로 녹음해서 들려주거나 촬영하기 전에 리딩을 많이 했죠."
단순히 여성스러운 행동을 흉내 내는 것만으로는 윤하나라는 인물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었을 거다. 장세혁은 현장에서 김지연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며 두 사람이 표현하는 캐릭터 사이에 간극을 좁혀갔다. 그는 "같이 분석하다 보니 혼자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같이 연기한다는 느낌을 받아서 든든했다"고 회상했다.
"지연 누나의 전작들도 많이 챙겨보고 공부하려고 했는데, 누나의 연기적인 습관이나 행동보다는 누나가 생각하는 윤하나의 습관을 찾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순간순간 많이 물어보고 누나가 연기할 때도 많이 지켜보면서 배우고 얻어서 연기하려고 했죠."
영혼 체인지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는 국가대표 유도 선수라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일이었다. 장세혁은 극 중 고난도 유도 기술과 추격 장면 등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하며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였다.
장세혁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 가깝게 지냈다. 성인이 돼서 혼자 웨이트를 하는 게 지루할 때쯤 뭘 새롭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 게 유도였다"며 "유도 체육관에 가서 계속 운동하고 있는데 나중에 오디션이 들어왔고 또 유도를 하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
"오디션장에도 전날 입고 있던 유도복을 입고 갔어요. 유도 영상을 보통 기록용으로 찍어뒀는데 그게 오디션에 도움이 될 줄 모르고 찍어뒀던 거거든요. 그것도 보여드렸어요. 또 이 작품을 유도하는 사람들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고증하려고 했어요. 서함이 형한테도 제가 아는 선에서 알려주고 그랬던 것 같아요."
윤하루가 과거를 바꾼 뒤 셰프로 살아가는 설정 역시 장세혁에게는 낯설지만은 않았다. 그는 "아버지께서 요리를 하셔서 어렸을 때 어깨너머로 칼질하는 걸 배웠다"며 "새로운 작품 안에서 다양한 직업을 접할 수 있어서 되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운이 진짜 잘 따라와 줬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사실 너무 신인인 저한테 큰 배역을 믿고 맡겨주신 거잖아요. 그 감사함을 잃지 않고 더 좋은 배우, 잘하는 배우가 돼서 감독님과 또 다른 작품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장세혁의 진심은 감독에게도 닿았다. 그는 "감독님께서 '네가 하루여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해주셨는데 이게 저한테는 최고의 칭찬이었다"며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다시 이 작품을 해도 윤하루는 너야'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정말 감사했다"고 밝혔다.
"촬영 초반부터 시청자분들을 설득해야 하고 윤하루라는 캐릭터를 제가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니까 저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칭찬이었죠. 그 말로 모든 걸 다 보답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것보다 더 좋은 연기를 보여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들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세혁은 자신을 향한 최고의 칭찬 앞에서도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먼저 떠올렸다. 그만큼 연기에 진심이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너에게 다이브'의 윤하루는 장세혁이기에 완성할 수 있던 인물이 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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