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박서함이 묵묵히 버텨온 지난 10년을 발판 삼아 자신만의 속도로 빛을 발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조급해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게 쌓아온 시간은 박서함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배우로서의 가능성도 넓혀가고 있다.
배우 박서함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채널A 토일드라마 '너에게 다이브'(극본 김보금·이온, 연출 소재현)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정우재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너에게 다이브'는 오래된 캠코더를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쌍둥이 남매 윤하나(김지연 분)와 윤하루(장세혁 분)가 정우재(박서함 분)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뛰어드는 첫사랑 구출 로맨스다. 총 12부작으로 현재 10회까지 공개됐다.
박서함이 분한 정우재는 훤칠한 피지컬과 믿음직한 인상, 과묵하고 냉철한 성격에 국가대표급 유도 실력을 갖춘 경호원이다. 과거 촉망받는 유도 유망주였지만 모종의 사연으로 유도를 그만두고 학창 시절부터 짝사랑해 온 윤하나의 곁을 지키던 중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정우재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듯했지만 윤하나와 윤하루가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윤하나의 선택에 따라 정우재의 현재가 달라지는 것. 그 과정에서 박서함은 유도 선수부터 경호원 배달원 배우까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정우재의 모습을 그려냈다. 박서함은 "다양한 직업이 나와서 굉장히 매력적이었다"며 "촬영 들어가기 전 어떻게 해야 각각의 모습을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시간대별로 스타일링이 달라야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호원일 때는 조금 더 강인하게 표현하려고 했고요. 고등학생 시절은 교복을 입어야 하니까 부담이 컸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특별히 디렉션을 주지 않으셨어요. 지금처럼 편하게 연기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덕분에 고등학생 장면에서는 애드리브도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특히 유도 유망주였던 정우재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훈련도 필요했다. 박서함은 "작품을 하기로 한 뒤 액션스쿨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유도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운동이라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생소해서 잘 안됐는데 액션은 제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유도를 배울 때도 최대한 많이 가서 배우려고 했고 실제 유도장에도 가봤어요. 또 세혁 배우가 실제로 유도를 했던 친구라 촬영할 때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여러 직업 중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모습은 경호원이었다. 강인하고 냉철한 인상을 유지하면서도 윤하나를 향한 애틋한 마음과 정우재 특유의 선한 성품을 함께 드러내야 했기 때문이다. 박서함은 "감독님께서 경호원이니까 날카로운 느낌도 있어야 하지만 그 안에서 정우재의 선함이 표현돼야 한다고 하셨다"며 "감독님과 지연 배우에게 이 정도 톤은 어떨지 물어보면서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직업적인 변화만큼이나 복잡했던 것은 정우재의 감정선이었다. 정우재는 윤하나와 오랜 시간 서로 짝사랑하며 애틋한 첫사랑을 그려내는 한편 타임슬립 과정에서 윤하나와 윤하루의 영혼이 뒤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윤하루의 모습에서 윤하나의 감정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설렘을 느끼는 장면은 자칫 과장되게 표현하면 어색해질 수 있는 설정이었다. 박서함은 이러한 상황을 특별한 관계로 규정하기보다 정우재가 느끼는 감정에 집중했다.
"그런 장면에서 제가 거부감이나 불편함을 가지면 보시는 분들도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윤하루와 정우재의 장면에서도 BL(남자 간의 동성애)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정체성의 혼란이라고 접근했어요. 정우재의 마음을 조금 더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처럼 '너에게 다이브'는 박서함에게 여러모로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나의 작품 안에서 다양한 직업과 시간대를 넘나들고 풋풋한 첫사랑부터 복잡한 감정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박서함은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게 됐다. 그는 "제 성격 자체가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타입인데 그게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감독님의 조언을 새겨듣고 거기서 조금 더 자신감을 얻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태도는 박서함이 지난 10년 동안 걸어온 길과도 맞닿아 있다. 2016년 그룹 크나큰으로 데뷔한 박서함은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가수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시작부터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시기도 있었고 2017년에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며 또 다른 기회를 모색했다.
박서함은 "연습생 생활을 5년이나 했는데 어떻게 그 불안한 시기를 버텨서 데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기를 버틴 제가 정말 대견하다"며 "지금도 힘들 때 과거 사진을 많이 본다. 어느 시대를 봐도 힘든 일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나고 나면 '왜 그렇게 힘들어했지'라는 생각을 해서 지금도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닐 거다'라고 버티는 타입이다"라고 돌아봤다.
"데뷔했을 때 엄청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니 지금 오히려 감사함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스케줄 하나를 나갈 수 있다는 것, 팬분들이 저를 보러 와주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많이 느꼈죠. 그리고 감사하게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이렇게까지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남들보다 늦게 출발했다는 생각은 때때로 박서함을 조급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저랑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은 이미 데뷔해 2, 3년 차가 됐고 앨범도 많이 냈는데 저는 앨범 한 장을 냈다"며 "나이는 있고 시간은 부족하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미래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감도 굉장히 심했다"고 회상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생각에 정말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게 29살 때 깨진 것 같아요. 당시 모든 걸 내려놓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촬영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그때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기회는 온다는 걸 느꼈어요. 그 덕분에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슬로우 스타터'라고 해서 조급하지 않아요.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그렇게 묵묵히 걸어온 시간은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박서함은 2022년 BL 드라마 '시맨틱 에러'를 통해 주목받았고 이후 '탁류' '우주를 줄게' '내일도 출근!' '너에게 다이브'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다.
박서함은 "10년 동안 정말 많은 걸 했다. 서바이벌에도 나갔는데 그런 경험 중 헛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그런 것 하나하나가 지금의 생각과 마음가짐을 만들어준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제 박서함의 시선은 지나온 10년이 아닌 앞으로의 시간에 향해 있다. 박서함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도를 처음 배웠는데 업어치기를 성공했을 때 정말 행복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마음이 저를 더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과거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궁금해요. 마흔도 빨리 돼보고 싶어요.(웃음) 예전에 제가 25살이 됐을 때는 뭔가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제가 24살에 데뷔를 했는데 30대 때는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있던 것 같아요. 그때는 10주년을 맞을 거라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지금도 불안한 건 맞지만 그래도 10주년을 맞으면서 이렇게 활동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그렇기에 박서함이 꿈꾸는 미래에도 조급함보다는 성장에 대한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박서함은 단순히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기보다 자신만의 표현력을 갖춘 배우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번에 눈빛이 좋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앞으로 연기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말이었어요. 나중에는 눈빛으로 말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감독님께서도 항상 '배우는 눈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거든요. 훗날에는 누가 봐도 정말 '눈으로 말하는구나' 하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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