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걸그룹 트와이스(TWICE)는 지난 11년간 두 번의 전성기를 누렸다. 데뷔와 동시에 국내 가요계를 휩쓸었고, 인기가 정점을 지나 내려올 법한 시기에 해외 시장으로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스타디움 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렇게 11년 동안 최정상급 걸그룹의 위상을 지켜왔다. 그리고 지금, 이전과 성격이 다른 중대한 기로에 섰다.
변화는 멤버들의 거취다. 2022년 9명 전원이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재계약했지만 올해 두 번째 재계약 시기를 맞아 정연과 채영, 지효가 차례로 JYP를 떠났다. 나연 모모 사나 미나 다현 쯔위 거취도 아직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모두 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그 뜻이 현실로 이뤄지고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트와이스는 2015년 10월 데뷔해 이듬해 'CHEER UP(치어 업)'과 'TT(티티)'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단숨에 정상에 올랐다. 이후 'KNOCK KNOCK(낙낙)' 'LIKEY(라이키)' 'What is Love?(왓 이즈 러브?)' 'FANCY(팬시)' 'Feel Special(필 스페셜)' 등으로 인기를 이어갔다. 중독성 강한 음악과 친근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9명의 조합은 확실한 경쟁력이었다.
확고한 입지를 다진 트와이스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7년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팬덤을 구축했고, 2019년 북미 시장으로 나아갔다. 2022년 전원 재계약 이후 글로벌 행보는 더욱 가속화됐다. 미국 소파이 스타디움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 일본 닛산 스타디움을 거쳐 올해 도쿄 국립경기장까지 입성했다.
지난 7월 마무리한 여섯 번째 월드 투어 'THIS IS FOR(디스 이즈 포)'는 전 세계 44개 지역 81회 공연으로 자체 최대 규모였다. 북미와 일본에서만 약 120만 관객이 들어찼다.
국내 음원 차트에서의 폭발력이 데뷔 초와 같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공연 시장에서는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인기가 식어가는 대신 활동 무대를 확장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트와이스가 여느 장수 걸그룹과 가장 구별되는 지점이다. 그렇게 트와이스는 지난 11년 동안 다른 방식으로 2번의 최전성기를 열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11년 동안 축적한 팀의 브랜드 가치는 여전히 강력하지만, 멤버들이 여러 기획사로 흩어지면서 이를 유지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정연은 배우 공승연 등이 소속된 바로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연기자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영화 '신병 더 무비: 귀신이 군병원에 산다'로 스크린 데뷔도 앞두고 있다. 채영은 지난해 발표한 솔로 앨범의 음악 방향성을 확장하는 독립 활동을 예고했다. 자신의 음악적 취향과 창작 역량을 보다 자유롭게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다.
팀의 리더인 지효의 선택은 더 상징적이다. 그는 연습생을 포함해 무려 21년간 몸담은 JYP를 떠나 이밋하우스(EMITHAUS)를 설립했다. 2023년 솔로 앨범 'ZONE(존)'으로 보컬과 퍼포먼스 역량을 입증했던 지효는 앞으로 솔로 가수이자 독립 레이블의 수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힐 전망이다. 단순히 소속사를 옮기는 것 이상의 선택이다.
다른 멤버들 역시 독자적인 활동 기반을 충분히 갖췄다. 나연은 여러 미니와 싱글로 솔로 가수로서 경쟁력을 보여줬고, 쯔위도 홀로서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본인 멤버 모모, 사나, 미나는 유닛 미사모(MISAMO)를 통해 일본에서 별도의 음악적 정체성과 팬덤을 구축했다. 올해 2월에는 일본 첫 정규 앨범 'PLAY(플레이)'까지 발표했다.
이미 세 명의 멤버가 각각 다른 회사에서 활동을 이어가게 됐고, 쯔위는 재계약 불발설이 흘러나온다. 현실적으로 최소 5개 이상의 회사로 멤버들이 갈라진 위기다.
특히 연기에 큰 뜻이 있는 멤버들이 여럿이다. 다현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와 드라마 '러브 미' 등을 통해 배우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정연에 이어 사나 역시 일본 배우 사토 타케루와 한일 합작 영화 '냥이'에 출연하며 연기에 도전한다. 향후 이들의 연기 활동이 본격화되면 팀 일정 조율은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음악 활동과 달리 영화나 드라마는 출연 배우 개인의 사정만으로 일정을 조정하기 어렵다. 제작진과 다른 배우들의 일정, 촬영 기간과 후반 작업, 작품 홍보까지 맞물린다. 장기간 해외 투어를 진행해야 하는 트와이스로서는 멤버 한두 명의 촬영 일정만으로도 전체 계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적과 활동 거점 역시 변수다. 모모, 사나, 미나는 일본, 쯔위는 대만 출신이다. 이미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확보한 만큼 각자의 모국에서 활동 비중을 높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들이 그룹 활동과 별개로 현지 활동을 확대한다면 아홉 멤버의 공통된 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JYP라는 하나의 회사가 트와이스의 앨범과 공연,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종합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소속사가 달라지면 각 회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과 수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앨범 제작과 프로모션 비용, 공연 수익 배분, 개별 활동과의 일정 충돌까지 조율해야 할 사안이 늘어난다.
앨범과 활동이야 어떻게든 일정 기간을 집중적으로 확보해 추진할 수 있다. 반면 대규모 투어는 공연 준비와 리허설, 해외 이동까지 장기간의 일정을 비워야 한다. 글로벌 스타디움 그룹이라는 트와이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오히려 앞으로의 활동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팀의 미래를 비관하기는 이르다. 정연과 채영, 지효는 소속사를 떠나면서도 트와이스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11년 동안 함께하며 쌓아온 멤버들의 유대감과 전 세계 팬덤 원스(ONCE)의 결속력 역시 쉽게 사라질 자산이 아니다. 개별 활동을 통해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는 것이 오히려 팀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다만 팀을 유지하는 것과 팀으로서 최정상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완전체 활동이 드문드문 이어지더라도 트와이스라는 이름은 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새 음악을 꾸준히 발표하고 글로벌 팬들과 공연장에서 만나며 현역 최정상 그룹으로서 존재감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활동 체계가 필요하다.
앞선 대형 그룹들의 전례를 봤을 때 트와이스는 현실적으로는 개별 활동에 무게를 두면서 완전체 앨범과 특별 공연을 병행하는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JYP와 각 소속사가 그룹 활동의 우선순위와 일정, 운영 방식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합의하느냐다. 여기에 새로운 음악과 무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 11년 동안 다른 방식으로 최정상의 자리에 군림한 트와이스는 세 번째 도전을 앞뒀다. 산발적으로 앨범을 한 장씩 내며 팀을 계속하는 것만으로 지금의 위상이 유지될 만큼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각자의 성장과 팀의 진화가 맞물릴 때 비로소 새로운 전성기도 가능해진다. 트와이스는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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