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던 기안84가 한층 성장한 주인장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바다가 아닌 눈 덮인 대관령에서 새로운 민박집을 열고 숙박객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았다. 시즌1보다 더 자극적인 공간을 만드는 대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 집중한 '대환장 기안장2'. 그 중심에는 기안84의 변화와 이를 지켜본 제작진의 고민이 있었다.
넷플릭스 예능프로그램 '대환장 기안장' 시즌2(이하 '대환장 기안장2')를 연출한 이소민 PD와 김지현 PD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프로그램을 마무리한 소감부터 제작 과정에 얽힌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환장 기안장2'는 기안적 낭만이 가득한 대관령 기안장에서 기안84, 김연경, 이준호, 카즈하가 숙박객들과 펼치는 신개념 민박 버라이어티다. 총 10부작으로 지난 6일 최종회가 공개됐다.
앞서 지난해 공개된 시즌1은 울릉도 바다 위에 세워진 독특한 민박집을 배경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기안84의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공간에서 방탄소년단 진과 방송인 지예은이 직원으로 활약하며 숙박객들과 예측할 수 없는 일상을 만들어냈다. 불편함마저 특별한 추억으로 바꾸는 '기안장'만의 매력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시즌2 제작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시즌1의 성공은 동시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특히 새로운 민박집을 구상해야 했던 기안84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미 울릉도 바다 위 민박집이라는 파격적인 공간을 선보인 만큼 이를 뛰어넘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소민 PD는 "기안 씨가 어떤 새로운 집을 지어야 할지 굉장히 걱정했던 것 같다. 시즌1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초반에는 더 자극적인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중요한 건 두 번째 민박을 운영하는 기안 씨가 어떤 주인장으로 성장했느냐는 점이었어요. 경험이 쌓인 만큼 본인의 철학이 담긴 새로운 집을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죠. 시즌1보다 더 자극적일 수는 없겠지만 다른 정서와 취향을 담을 수 있었어요. 새로운 직원들이 합류하면서 만들어진 관계와 민박의 분위기도 달라졌어요."(이소민 PD)
그렇게 탄생한 것이 대관령의 거대한 원룸 형태 민박집이었다. 이번 공간에는 단순히 크고 독특한 집을 넘어 숙박객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기안84의 바람이 담겼다.
"기안 씨가 '어떤 민박이 최고의 민박일까 생각해 봤는데 친구 집에 놀러 간 것 같은 곳이 최고의 민박인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렸을 때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눌러앉아 살았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친구에게 옷 하나 편하게 내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했죠. 여기에 사람들이 큰 집을 좋아하니 아주 큰 집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이 더해졌어요. 기안 씨가 경험을 쌓으면서 민박이라는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고 그 안에서 새로운 상상을 펼친 것 같아요."(이소민 PD)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기안84 특유의 상상력을 살리는 동시에 실제 숙박객들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PD는 "초반에는 자극적인 아이디어를 두고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향이 정해진 이후에는 기안 씨의 생각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며 "기안 씨도 저희를 믿고 맡겨주셨다. 본인이 스케치한 집이 실제로 어떻게 완성됐는지 직원들과 함께 처음 보고 싶어 하셨기 때문에 저희도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기안 씨가 극한의 환경에 놓였을 때 오히려 더 잘 적응하고 즐기는 것 같았어요. 한겨울 대관령에서는 어떤 숙소를 만들어낼지 궁금했죠. 겨울에는 해가 짧아 숙박객들이 숙소로 일찍 돌아오니 그만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김지현 PD)
이러한 변화는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시즌2에서 제작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바로 '소통'이었다. 시즌1 당시 숙박객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쉬움이 기안84에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PD는 "기안 씨가 시즌1을 마치고 '소통을 너무 못한 것 같다. 한 마디도 못 하고 보낸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소통을 가장 큰 키워드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숙박객들이 도착하면 먼저 이름을 묻고 몇 박을 하는지 확인하는 등 적극적으로 다가갔어요. 겨울이라 숙박객들이 일찍 돌아오는 환경도 자연스럽게 소통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죠. 여행지에서의 즐거움과 기안장에서의 특별한 숙박 경험을 함께 제공한다는 기본적인 콘셉트는 유지하려고 했어요."(이소민 PD)
기안84 역시 두 번째 민박 운영을 통해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1에서 시행착오를 겪었던 초보 주인장이 이제는 숙박객들을 위해 먼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력직 주인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김 PD는 "시즌1을 운영하면서 부족했다고 느낀 부분들을 기안 씨가 먼저 생각해 왔다. 개인실이 없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발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임직원 회의도 굉장히 자주 열었어요. 숙박객들과 어떻게 하면 더 소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저녁에 함께할 게임이나 다음 날 떠나는 숙박객들을 위한 파티를 준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김지현 PD)
"기안 씨도 한두 살씩 나이를 먹으면서 청춘을 바라보는 마음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지난 시즌에는 청춘에게 이입했다면 이번에는 청춘을 바라보는 삼촌의 마음이 들었다고 했어요. 한 인간으로서 성장해 가는 기안 씨의 감정을 저희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이소민 PD)
제작진이 가까이서 지켜본 기안84는 단순히 기발한 행동으로 웃음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함께하기 전에는 기안 씨의 특이한 면모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고민이 정말 많고 프로그램을 어떻게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는 분이었어요. 기발한 상상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 뒤에 숨은 걱정과 책임감을 보면서 인간적인 면모를 느꼈어요."(김지현 PD)
"기안 씨의 행동은 기상천외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이유가 있어요. 기안 씨가 예전에 '사람들은 내가 아이스크림과 김치를 섞어 먹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음식이 아까워서 남기지 않으려는 것이지 기행을 하려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남들과 사고방식이 다를 뿐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하려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런 독특한 사고의 원천에서 진정성이 나온다고 생각해요."(이소민 PD)
그렇기에 제작진 역시 기안84의 다음 상상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이 PD는 "자극적으로 이상한 행동만 보여주는 사람이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안 씨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공감하게 된다. 그게 기안 씨만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제작진이 생각하는 '대환장 기안장'의 경쟁력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시설이나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숙박 예능과 달리 다소 불편하더라도 함께 고생하고 부딪히는 과정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이 PD는 "기안 씨가 시즌1을 시작하면서 '고생하더라도 기억에 남는 숙박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편안하게 쉬다가 가는 민박보다는 함께 고생하더라도 그 시간이 낭만이 되고 추억으로 남는 숙소를 꿈꿨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 고생을 기꺼이 함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바로 '기안장'이에요. 그 안에서 작은 충돌과 고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결국 모두가 청춘의 낭만을 좇고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청춘과 낭만이 계속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 '기안장'만의 감성이라고 생각해요."(이소민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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