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20년간 사랑받아온 시리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자 데뷔 첫 스크린 주연작, 듣기만 해도 상당한 부담감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키워드다. 그럼에도 새로움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이유 있는 자신감으로 이에 뛰어든 배우 노재원은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타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동시에 배우로서 또 하나의 얼굴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노재원은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 이하 '타짜4') 개봉을 앞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열등감과 질투로 무장한 치밀한 전략가 박태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23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감독 최국희, 이하 '타짜4')는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변요한 분)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같은 이름의 절친 박태영이 글로벌 도박판에서 다시 만나 복수의 한판을 벌이게 되는 범죄 영화다.
'타짜4'는 허영만 작가가 자신의 시리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로 꼽은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며 20년 동안 개성 강한 세계관을 확장시켜온 영화 '타짜' 시리즈의 네 번째 속편이자 피날레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이를 통해 데뷔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노재원은 "너무 감사하고 꿈만 같은 일"이라고 말문을 열며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들려줬다.
"이번에 대본을 읽으면서 '타짜'가 아니라 장태영과 박태영의 또 다른 이야기로 다가와서 마음에 들었어요. 박태영에게 공감도 돼서 너무 하고 싶었죠. 흔히 알고 있는 '타짜' 시리즈의 피날레여서라기보다는 언제나 새롭고 한 번도 보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는데 이번 작품은 '타짜' 시리즈 중에서 제일 새로운 이야기로 느껴졌어요."
천부적인 머리와 지독한 노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온 박태영은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사업파트너이지만, 항상 자신보다 더 주목받는 장태영을 남몰래 질투하다가 결국 배신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지노를 세우며 숨겨왔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의 실제 친구를 떠올리고 질투심에 공감하며 캐릭터에 다가간 노재원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로 인해 자격지심을 느끼고 초라해 보일 때가 있잖아요. 저에게 분신 같은 친구가 있는데 그의 많은 걸 부러워하고 존중하고 존경해요. 친구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닮고 싶어 하는 마음 덕분에 제가 올바르게 잘 살아가고 있고요. 저와 그 친구의 이러한 관계로부터 출발했고 변요한 선배님의 모든 걸 닮고 싶어 하는 행동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의도적으로 같은 브랜드의 옷을 사는 등 여러 행동을 따라 하는 게 연기와 준비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됐죠."
이번 작품은 한국을 넘어 일본과 베트남을 오가는 한층 더 확장된 배경을 바탕으로 화투가 아닌 포커를 앞세우며 전편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독립된 이야기를 선보인다. 그렇기에 홀덤을 이해하고 손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거친 노재원이다. 더 나아가 박태영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첫 번째 도구인 만큼, 영화의 장르 그 이상의 비중을 뒀다고.
"박태영에게 홀덤은 자신이 유일하게 증명받는 하나의 도구예요. 남들에게 항상 사랑받지 못했던 학창 시절 장면이 더 많았어요. 스스로를 불운아라고만 생각했는데 카드에는 누구보다 소질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박태영에게 얼마나 행운 같은 순간이겠어요. 나를 증명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카드 신들이 유독 중요했어요. 그래서 홀덤 많이 공부하고 카드 연습을 많이 했죠."
완성본에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가편집 분량만 약 4시간에 달했던 만큼, 대본에는 왜 그렇게까지 장태영을 닮고 싶어 하고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질투심으로 인해 잘못된 행동을 벌이는 박태영의 서사가 적혀 있었다고. 이를 다 찍은 노재원은 인물의 광기와 관객들이 느끼는 통쾌함을 배가시키려는 감독의 선택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기자들이 미처 보지 못한 장면을 들려주며 새로운 시선을 던졌다.
"그동안 센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는 않았어요. 그중에서도 박태영은 가장 순수했던 사람이에요. 이전에는 악한 행동만을 연기하지 않으려고 캐릭터와의 공감대를 찾기 위해 노력했었는데 이번에는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연기하면서 '내가 내 삶을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당연히 칭찬받아야되는 거 아니야?'라고 합리화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고요. 의도적으로 차이점을 두려고 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지점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박태영을 통해 성장한 지점도 언급했다. 노재원은 "장태영은 박태영을 불운아라고 바라보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꼬여있었던 것뿐"이라며 "내 삶이 힘들거나 지칠 때 어쩌면 나만의 착각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힌트를 박태영에게 배웠다. 그런 점이 되게 뿌듯했다"고 되새겼다.
이어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 이어 '타짜4'로 다시 한번 연기 호흡을 맞춘 변요한을 향해 두터운 신뢰와 존경심을 드러낸 노재원이다. 원래도 친했지만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 매일 통화하고 그의 번호를 '장태'라고 저장할 정도로 인물에 몰입하면서 자연스럽게 실제 관계도 더 가까워졌단다.
"제가 의지를 많이 했어요. 변요한 선배님이 장태영 그 자체여서 모든 것이 부러웠고, 저를 어떻게 쳐다보는지에 따라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걸 명확하고 테크니컬하게 연기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배웠고요. 극 중에서 장태영은 멋있고 많은 걸 갖고 있고 태도도 좋은데 박태영은 미워 보이는 순간들이 많잖아요. 둘이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합이 맞지 않았나 싶어요."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가 이끄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과 같은 날 개봉하며 관객들의 추석 연휴를 책임진 '타짜4'다. 이와 함께 각기 다른 장르의 한국 영화들도 스크린에 걸리며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극장가가 된 가운데, 노재원은 500만 명을 돌파하면 에이티즈의 'BAD(배드)'를 추겠다는 공약을 내걸면서 작품의 차별화된 재미를 강조했다.
"'타짜4'는 되게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장태영과 박태영의 관계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요. 볼 때 유쾌하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다가도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저는 만화를 보면서 감탄했고 '타짜'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난 이야기였어요. 제목을 '타짜'라고 안 해도 될 정도로 새로운 이야기인 게 큰 장점이고 시리즈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