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영탁에게 '미스터트롯'은 분명 인생의 변곡점이었다. 그러나 6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때의 열기만으로 설명하기엔 그가 해온 일이 너무 많다. 직접 노래를 쓰고 만들었고 다른 가수의 곡을 프로듀싱했으며 연기까지 영역을 넓혔다. 정규 3집 'GOGO(고고)'는 그렇게 넓혀온 영탁의 영역을 한 장에 펼쳐놓는다.
영탁은 지난 14일 3년 만의 정규 앨범 'GOGO'를 발매했다. 펑크와 팝, 록, 발라드, 트로트, 컨트리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12곡을 담았다. 특히 '오늘밤 잠 못 자겠다'를 제외한 11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이름을 올렸다. 노래하는 사람을 넘어 앨범의 방향과 질감을 결정하는 창작자로서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대중에게 영탁의 이름과 실력을 각인한 건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이다. 최종 2위 선(善)을 차지한 뒤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22년 첫 정규 앨범 'MMM'으로 초동 52만4210장, 2023년 정규 2집 'FORM'으로 62만7037장, 2024년 미니 앨범 'SuperSuper(슈퍼슈퍼)'로 53만6707장을 기록하며 3연속 하프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번 'GOGO'의 초동은 약 37만 장이다. 트로트 붐의 정점이 지나고 지금까지 이 정도 규모의 구매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6년 전의 화제성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기 음악과 공연으로 팬덤을 계속 붙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 시간 동안 영탁은 인기만 유지한 게 아니다. 'SuperSuper' 전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고 다른 가수의 음악까지 만들며 프로듀서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등을 통해 연기에도 도전했다. '미스터트롯'으로 얻은 인지도를 각기 다른 역량으로 연결해온 셈이다.
'GOGO'는 그중에서도 음악가 영탁의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첫 곡 '펭귄'은 남들과 다른 자신의 리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는 노래다. 뒤뚱거리는 펭귄의 걸음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태도를 끌어낸다. 삶의 메시지를 무겁게 전달하기보다 엉뚱한 소재와 재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영탁 특유의 감각이 시작부터 드러난다.
이어 'Psycho World(사이코 월드)'를 지나 '도시라솔파미레도'에선 익숙한 계이름을 거꾸로 세운다.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뒤바뀌는 세상에서 '우리가 알던 답이 여전히 지금도 답인가'를 묻는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익숙한 질서를 한번 비틀어보는 방식이다.
이 흐름의 중심이 타이틀곡 '꺾어'다. 가야 하지만 가기 싫고 다 아는 것 같지만 허둥댈 때, 꼭 정해진 방향으로만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 곡의 매력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게 끌고 가지 않는 데 있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처럼 상황과 감정을 한 문장으로 포착해 웃음을 만들었던 영탁의 감각이 좀 더 넓은 삶의 태도로 나아갔다.
앨범 중반부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빈티지러브'는 오래될수록 익어가는 관계를, '허허(虛虛)'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노래한다. 특히 '허허'에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피아노에 스트링과 대금까지 더해졌다. 한국적인 정서를 대중적인 밴드 음악 안에 녹여내려는 구성이 눈에 띈다.
'낡은 라디오'는 더 사적인 곳으로 향한다. "차마 버리지 못한 울 아버지 낡은 라디오"라는 짧은 문장에 오래된 기억을 담는다. 이어 '임시저장'은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도 끝내 잊지 못하는 마음을 지금의 언어로 표현한다. 유쾌한 앨범의 표면 아래에 있는 쓸쓸함을 보여주는 곡들이다.
후반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VIDA LOCA(비다 로카)'는 "겁낼 것도 눈치 볼 것도 없이 세게세게 GOGOGO"라고 외치고 마지막 'PACEMAKER(페이스메이커)'는 속도를 맞추며 끝까지 함께 가는 이야기를 꺼낸다.
첫 곡 '펭귄'이 자기만의 리듬으로 걷는 개인의 이야기라면 마지막엔 누군가와 그 속도를 맞추는 데까지 나아간다. '도시라솔파미레도'와 '꺾어'에서 익숙한 길을 의심하고 '허허', '낡은 라디오', '임시저장'에서 삶과 기억을 돌아본 뒤 다시 함께 앞으로 향한다.
그래서 'GOGO'는 여러 장르를 늘어놓은 앨범이라기보다 영탁이라는 한 사람의 태도로 서로 다른 12곡을 묶은 결과물에 가깝다. 앨범 소개처럼 유쾌함과 쓸쓸함, 장난기와 진지함이 공존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목소리 안에서 이어진다.
이번 앨범에서 영탁이 증명한 것도 단순한 장르 소화력이 아니다. 12곡 중 11곡의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하며 무엇을 말하고 어떤 소리로 표현할지 스스로 결정했다.
2020년 '미스터트롯'의 영탁은 노래 잘하는 가수로 대중에게 발견됐다. 6년 뒤의 영탁은 자신의 앨범을 직접 설계한다. 'GOGO'는 영탁이 얼마나 많은 걸 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가 무엇이 자신의 색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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