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암살자(들)', 진실을 좇는 힘 끝에 남은 2%의 아쉬움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열연…논란 있는 배우들의 등장은 몰입 방해

23일 개봉하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남겨진 기록과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더팩트|박지윤 기자] '암살자(들)'은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의 공식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촘촘히 덧입힌 시대극이자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의 신선한 앙상블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맞물리며 진실을 좇는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격동의 시대를 관통하는 묵직한 울림도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잊을 만하면 등장해 몰입을 방해하는 논란의 배우들이 더욱 아쉽게만 다가온다.

오는 23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리며 남겨진 기록과 오늘날까지 풀리지 않은 의문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영화 '덕혜옹주'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통해 인물과 사건을 섬세하게 탐색해 온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974년 8월 15일,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는 날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현장에서 영부인이 저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총성이 울리면서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식장에서 용의자 문태광(박정민 분)이 체포된다.

철구 역을 맡은 유해진은 또 한 번 그 시대의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박해일은 사회부 부장 재환으로 분해 묵직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담아낸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이 사건은 문태광의 단독 범행이자 국가적 비극으로 기록되며 서둘러 종결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날 문태광이 쏜 총알은 오발탄을 포함한 다섯 발인데 발견된 탄환은 네 개뿐이고, 경호원들에게 문태광이 제압당한 뒤에도 총성이 한 발 더 울리면서 현장에서 모두 여섯 발의 총성이 울렸던 것. 또한 문태광이 서 있던 자리에서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여고생이 총에 맞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에 사건 당일 비표가 없는 문태광을 입구에서 막았지만 갑작스럽게 지침을 바꾼 청와대 경호계장으로 인해 책임을 떠안을 위기에 처한 형사 철구(유해진 분), 서로 맞지 않는 정황과 증거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며 사건의 이면을 응시하던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박해일 분), 그날의 혼란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 분)은 발표된 수사 결과와 실제 정황 사이에서 지워지지 않는 의문을 품으며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1974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암살자(들)'은 사건 발생 9일 전부터 90일 이후의 시간을 다루며 공식적인 기록의 빈틈에 영화적 상상력을 채워 넣고 이야기를 서스펜스 장르로 풀어낸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건의 이면에 존재하는 의문과 배후를 추적하는 경찰과 기자들을 통해 당시 한국 사회의 권력과 공기도 들여다본다.

메가폰을 잡은 허진호 감독은 사건의 진실과 범인 그리고 배후를 밝혀내거나 결론짓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를 집요하게 그리고 뜨겁게 좇는 인물들을 조명한다. 극 초반 캐릭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건의 조각들이 빠르고 힘 있게 맞물리면서 관객들도 함께 진실을 궁금해하면서 따라갈 수 있게 만들고, 이후 그 시간 안에 살아가는 인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깊게 다루며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과 여운을 남긴다.

물론 저격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로 시작해 당시 기자들의 뜨거운 신념과 사명감을 조명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만큼, 정확히 어떤 메시지로 수렴하는지 다소 불분명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틈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자연스럽게 메워진다.

암살자(들)을 관람한 후에 사건을 검색하고 세대마다 각기 다른 기억과 시선을 바탕으로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만큼, 추석 극장가에서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듯하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우선 영부인 저격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중부서 경감 철구 역의 유해진은 또 한 번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 그 자체로 존재하며 관객들을 단숨에 그 시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신입 기자로 변신한 이민호는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인물의 성장을 당차게 그려내며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그리고 단연 압권은 신문사 사회부 부장 재환으로 분한 박해일이다.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를 동시에 장착한 그는 인물의 날카로운 판단력과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단단한 목소리와 눈빛으로 표현한다. 특히 그는 작품이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자유언론실천선언 장면에서 특유의 담백한 톤을 잃지 않으며 단단한 극의 중심축이 된다.

박훈 김대명 류혜영 장률 정우성 심은경 신현빈 유연석 박해준 등이 끊임없이 나오며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한다. 다만 이러한 선택은 배우들의 면면 자체가 다채로운 볼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캐릭터보다 배우의 존재감이 앞서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보는 이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배성우 오달수 엄태웅 등 저마다의 논란으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배우들까지 대거 등장해 순간 눈을 의심하게 한다. 이는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끝내 '굳이?'라는 의문을 지우지 못하게 하면서 잘 만든 영화에 불편한 감상 한 스푼을 얹게 만든다.

그렇기에 2%의 아쉬움이 자꾸만 남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에 따라, 혹은 직접 겪었거나 잘 알지 못하는 세대에 따라 작품을 향한 감상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영화를 보고 극장가를 나서는 관객들이 실제 사건을 다시 검색해 보고 저마다 다른 기억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을 기대해 볼 만하다.

세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받아들이면서도 하나의 작품을 두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암살자(들)'은 올 추석 극장가에서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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