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를 잡아라③] "업계 전반 대응 필요"…법보다 중요한 '실행력'


예매처 "기술적 조치만으론 한계"
실제 적발·제재로 연결하는 게 관건

개정 공연법 시행으로 암표를 규제할 법적 장치는 강화됐지만 실제 공연 현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속 대응이 과제로 남아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지난 8월 28일부터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기존보다 부정구매와 부정판매의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막을 법이 생긴 지금 공연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을까. <더팩트>가 개정 공연법 시행 이후 '암표' 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암표'를 막을 법적 장치는 한층 촘촘해졌다.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를 규제할 수 있게 됐고 과징금과 신고포상금 등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그러나 법이 생겼다고 해서 오랫동안 이어진 '암표' 거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넓어진 규제 범위를 실제 적발과 제재로 연결하고 법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개정 공연법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개정으로 '암표' 거래에 대한 억지력이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규제 대상이 넓어진 만큼 이를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적발하고 제재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문화예술 전문 법률사무소 아트앤 백세희 대표변호사는 <더팩트>에 "규제의 범위가 확대되고 처벌 수위가 높아졌으며 부당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국내 플랫폼을 통한 거래의 규제에 대해서는 개정법이 과거에 비해 보다 억지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해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면 집행의 실효성 측면에서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밝혔다.

개정 공연법상 부정판매는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초과한 금액에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개인 간 거래가 많은 현실에서 '상습 또는 영업으로'라는 요건을 실제로 어떻게 판단할지도 살펴볼 지점이다.

백 변호사는 "상습성 또는 영업성 요건은 이번 개정 전에도 동일하게 존재했다. 위 요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 뿐만 아니라 티켓 '리셀'에 대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과세당국에 의해서도 어느 정도 기준이 잡혀 있다"며 "특별히 이번 개정법 적용에 있어서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티켓 예매처 티켓링크 홈페이지에는 암표 신고 기관으로 바로 이동하는 배너가 제공돼 있다. /티켓링크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상습성과 영업성 요건의 판단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가리기 위해서는 결국 금전거래 사실의 입증이 필요한데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라면 그 내역을 조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으므로 특별히 한계로 작용하는 쟁점은 아니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거래 횟수와 규모가 크지 않은 개인 판매자까지 실제 적발과 처벌로 이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백 변호사는 "문제는 거래 횟수와 규모가 눈에 띄게 큰 상위 판매자를 제외한 소규모 거래의 개인"이라며 "이들을 적발하고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수사기관이 '암표' 근절에 수사 역량을 어느 정도로 집중할 수 있는지의 문제"라고 짚었다.

법 집행 과정에서는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는 거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앞서 <더팩트>가 확인한 결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티켓 자체는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별도의 물품에 가격을 책정해 함께 판매하거나 비공개 계정을 통해 대리 예매를 진행하는 등의 사례가 확인됐다. 개정 공연법이 부정구매와 부정판매의 범위를 넓혔지만 실제 거래 방식은 각기 다른 만큼 개별 사례가 법에서 규정한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개정법 시행으로 역할이 커진 사업자들이 부정구매와 부정판매 여부를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변호사는 "개정 시행령은 통신판매중개업자가 부정구매 또는 부정판매 여부를 판단해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는데 사업자가 이를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의무의 범위를 가늠하지 못해 한동안 시행착오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계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예매업계도 개정법 시행에 맞춰 관련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티켓링크는 개정 공연법에 따른 자료 제출 의무 등에 대비해 전담 TF를 구성하고 신고 기관과의 연계 채널을 마련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부정 예매 탐지 시스템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멜론티켓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상적인 예매 행위를 확인하고 대응하고 있다. /멜론티켓 홈페이지 캡처

티켓링크 관계자는 <더팩트>에 "개정 공연법 자료 제출 의무 등에 대비해 전담 TF를 구성했다. 신고 기관의 요청에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며 "신고 연계 채널도 마련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국민체육진흥공단 등 신고 기관으로 바로 연결되는 배너와 홈페이지 내 부정구매·부정판매 제보 기능 등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매 전, 예매 중, 예매 후 전 구간 다층 탐지로 대응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불가능한 수준의 빠른 클릭·자동입력, 봇·애뮬레이터 등 비정상적인 기기·브라우저 환경, 요청·응답 데이터 조작 시도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차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예매 총 소요시간, 접속·예매 패턴(예: 동일인의 비정상 반복 접속·예매)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매크로·비정상 예매를 선별하고 있다"며 "기존부터 운영 중인 매크로 방지 전문 솔루션을 신종 수법·우회 패턴이 나타날 때마다 맞춤 패치로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새로운 수법은 상시 모니터링 후 확인 즉시 차단을 적용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부정예매가 의심되는 행위가 발견될 경우 티켓링크는 매크로 방지 전문 솔루션을 통해 사전 예매를 차단하고 있다. 관계자는 "사후적으로 부정예매, 부정 판매가 확인되는 경우 예매 총 소요시간, 접속·예매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해 의심되는 부정예매에 대해 소명 요청하고 진행되지 않을 경우 예매 취소 및 회원자격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며 "제보 및 당사 모니터링 등을 통해 확인되는 부정예매 및 부정판매도 소명 불가 시 예매 취소, 회원자격 정지 등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멜론티켓 관계자 역시 <더팩트>에 "비정상적인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시스템적 모니터링과 인적 확인·검증을 복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한 부정 예매가 확인될 경우 예매 대상자에게 소명 절차를 진행한 후 기획사와 협의 하에 예매 취소 및 예매제한 조치를 진행한다"며 "예매제한 조치될 경우 예매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는 지난 8월 21일부터 23일까지 빅뱅 데뷔 2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리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오프라인 암표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다. /음공협

다만 개별 예매처의 대응만으로 '암표'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티켓링크 관계자는 "예매처의 기술적 조치만으로 '암표'를 완전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업계 전반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팬들이 원하는 것도 법 시행 자체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인 변화다.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공연법이 시행되고 또 한 번 개정되고 '암표' 신고 사이트도 생기는 등 변화하려는 시도는 보이지만 여전히 '플미'와 '암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며 "사후 처리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팬의 마음을 돈으로 이용하는 '암표'가 완전히 사라져서 모든 팬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결국 개정 공연법 시행은 '암표' 근절의 끝이 아닌 시작에 가깝다. 법 위반 사례를 실제 적발과 제재로 연결하고 변화하는 거래 방식에 맞춰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와 수사기관뿐 아니라 공연 기획사와 예매처, 재판매 플랫폼 등 업계 전반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암표'를 막을 법은 마련됐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법을 실제 공연 현장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일이다. 강화된 규제가 팬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개정 공연법의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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