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를 잡아라②] 법망 피해 '끼워팔기'까지…수백만 원 티켓도 여전


정가 20만 원 티켓 최대 300만 원 거래
'끼워팔기'·비공개 대리 예매 등장…업계도 단속 강화

정가 20만 원인 보이그룹 콘서트 티켓이 온라인 티켓 재판매 플랫폼에서 최대 300만 원에 판매 등록돼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캡처

지난 8월 28일부터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기존보다 부정구매와 부정판매의 범위를 확대하고 제재 수단도 강화됐다. 막을 법이 생긴 지금 공연 현장은 실제로 달라졌을까. <더팩트>가 개정 공연법 시행 이후 '암표' 시장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암표'를 잡기 위한 법은 강해졌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정가 20만 원인 콘서트 티켓이 300만 원에 판매 등록되는가 하면 티켓은 정가에 넘기되 다른 물품에 웃돈을 붙여 함께 판매하는 거래도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지만 온라인상 '암표' 거래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암표' 거래는 개정법 시행 이전부터 공연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온라인 '암표' 신고게시판에 접수된 공연 '암표' 신고는 총 7639건이다. 이 가운데 음악 분야가 5751건으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했다.

거래가 발견된 곳도 다양했다. 전체 신고의 약 80%인 6098건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접수됐고 X(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신고도 1541건이었다.

특히 개정 공연법 시행 직전 1년간 가장 많은 '암표' 신고가 접수된 공연은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ARIRANG(아리랑)'으로 총 102건이었다. 싸이 88건, 빅뱅 69건, 임영웅 64건, 데이식스 51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신고가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체부가 최근 5년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은 11개 계정을 대상으로 한 4회에 그쳤다. 예매번호 등 티켓 발권 내용을 특정할 수 있는 유효 신고가 전체 신고의 최대 10%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어에서 콘서트 티켓은 정가에 양도하는 대신 별도의 가격을 책정한 포토카드, 키캡을 함께 구매하도록 하는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캡처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개정 공연법이 시행됐다. 부정구매와 부정판매의 범위를 확대하고 부정판매에서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재 수단도 강화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온라인상에서 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판매되는 티켓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더팩트>가 국내 티켓 재판매 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정가 16만 원~20만 원인 한 보이그룹 콘서트 티켓은 5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 다수 등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VIP 스탠딩 구역의 한 자릿수 입장번호를 내세운 티켓의 판매가는 300만 원에 달했다. 정가의 약 19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공개적으로 티켓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과 다른 형태의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콘서트 티켓 자체는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 포토카드 등 다른 물품을 높은 가격에 함께 판매하는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티켓은 정가에 양도한다고 밝히면서 함께 제공하는 미개봉 포토카드에 별도의 가격을 책정하고 두 상품을 일괄로 판매하는 식이다.

티켓 자체에 직접 웃돈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구매자가 실제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티켓 정가를 웃도는 구조다. 티켓 자체에는 웃돈을 붙이지 않고 다른 물품에 별도의 가격을 책정하는 거래가 확인되면서 이 같은 거래를 개정 공연법상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관계자는 <더팩트>에 "선수 사진·기프티콘 등 다른 물품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형식을 취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거래의 실체가 입장권을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부정판매에 해당하는 경우에 대한 문제가 파악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 및 분석하고 법률 검토 및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필요시 부정거래 신고대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리 예매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한 뒤 기존 팔로워를 대상으로 대리 예매 신청을 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 캡처

대리 예매 역시 보다 폐쇄적인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가 확인한 일부 대리 예매 소셜 미디어 계정은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기존 팔로워들을 대상으로 대리 예매 신청을 받고 있었다. 불특정 다수가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계정이 아닌 제한된 이용자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에서 대리 예매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 같은 경우도 부정구매에 해당한다는 것이 문체부의 설명이다. 문체부는 "대리구매는 개별 예약 플랫폼의 약관에서 타인의 계정으로 예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경우 최초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과정을 우회 또는 방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어 부정구매에 해당한다"며 "대리 티켓팅 업자가 수수료 등을 포함해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으로 판매하는 경우도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공개 소셜 미디어 및 개인 메시지 등을 통한 부정구매 및 부정판매에 대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다"며 "거래자정보(전화번호, 오픈채팅 링크, 메신저 ID 등) 및 계좌정보(계좌번호, 송금내역 등)을 통해 부정거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사각지대도 남아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부정구매 또는 부정판매를 한 경우에는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개정 공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제로 <더팩트>가 확인한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도 국내 가수의 콘서트 티켓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다만 게시자가 실제 해당 좌석을 확보했는지,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까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문체부는 "속지주의에 따라 해외에 거주하는 판매자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해 티켓을 재판매하는 경우 현행 공연법 적용이 불가능하다"며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2027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해외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와 연계해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상 조치를 이행하도록 협조를 구하겠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엑소 콘서트 팬클럽 선예매 과정에서 부정 예매가 의심되는 다수의 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예매건을 취소했다. /소셜 미디어 캡처, SM엔터테인먼트, Pledge

공연 기획사와 예매처 역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확보된 것으로 의심되는 티켓을 취소하고 관련 계정을 차단하는 등 부정 예매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엑소 콘서트 팬클럽 선예매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예매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수의 내역을 확인하고 해당 예매 건을 취소했다. 부정 예매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된 계정은 이후 예매를 진행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취소된 좌석은 팬클럽 선예매 사전 인증 회원을 대상으로 다시 판매하기로 했다. 소속사는 "티켓을 예매해 주시는 관객 여러분께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부정 예매 및 불법 거래에 대한 모니터링과 조치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더보이즈 현재 역시 팬미팅 선예매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글로벌 페이지에 접근해 예매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해당 예매 건을 취소하고 전액 환불한다고 밝혔다.

'암표' 거래 방식이 다양해지는 만큼 이를 막으려는 업계의 대응도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개정법 시행 초기인 만큼 이러한 변화가 실제 '암표' 감소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문체부는 "개정법령 시행으로 부정판매 및 부정구맹의 범위를 확대해 '암표' 근절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했고 판매금액의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암표' 근절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암표' 거래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 조성과 실제 관람을 목표로 하는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으로 공연과 스포츠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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