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임영웅, 확신의 과감함


8일 스페셜 디지털 앨범 'IM HERO 10' 발매
보컬과 장르는 거들 뿐..창작자로서 커진 존재감

임영웅이 지난 8일 스페셜 디지털 앨범 IM HERO 10을 발매했다. 앨범을 진두지휘한 임영웅은 과감하다. 무모한 과감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적절히 끄집어내고 배합한 확신의 과감함이다. /물고기뮤직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임영웅은 이미 무엇이든 잘 부르는 가수다. 발라드와 트로트에서는 섬세한 감정선이 빛나고 댄스 팝과 힙합, 록에서도 제 몫을 해낸다. 스페셜 디지털 앨범 'IM HERO 10(아임 히어로 텐)'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임영웅은 잘 부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엇을, 어떻게 들려줄지 결정하는 가수가 됐다.

임영웅이 지난 8일 'IM HERO 10'을 발매했다. 이 앨범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장르의 폭보다 전체를 관통하는 임영웅의 취향이다. '모이세'와 'Baila(바일라)', 타이틀곡 '또또'처럼 흥을 앞세운 곡부터 '부디 행복해질 것'과 '살아온 우리에게'의 위로, 'New York(뉴욕)'의 자유로운 낭만까지 서로 다른 음악을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엮었다.

그 중심에는 창작자로서 한층 커진 임영웅의 존재가 있다. 그는 '모이세'와 '또또'를 홀로 작사·작곡했고 'Baila', '살아온 우리에게', 'New York'의 작곡 또는 작사에 참여했다. '부디 행복해질 것'의 노랫말도 직접 썼다. 앨범 전체 프로듀서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잘 부른 앨범이 아니라 창작자로서 취향과 메시지를 엮어낸 결과물이다.

창작자 임영웅은 과감하다. 무모한 과감함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적절히 끄집어내고 배합한 확신의 과감함이다.

첫 곡 '모이세'는 장구와 꽹과리, 북을 연상시키는 흥겨운 장단과 전자음, 대규모 코러스가 어우러져 축제의 장을 펼친다. "대한의 한 가락", "한판 놀고 가세나" 같은 토속적인 언어를 거리낌 없이 전면에 내세운다. 전통적인 흥을 세련되게 가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타디움에서 수만 명이 함께 부를 장면까지 염두에 둔 듯하다.

이어지는 'Baila'는 기타와 브라스가 이끄는 라틴 팝이다. 임영웅은 뜨거운 리듬을 성량으로 압도하지 않는다. 짧게 끊어내는 발음과 가벼운 호흡, 매끄러운 리듬감으로 곡을 끌고 간다. '모이세'가 한국적인 집단의 흥이라면 'Baila'는 이국적인 춤의 에너지다. 서로 다른 두 축제 음악을 연달아 배치하면서도 목소리의 중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 안정감과 여유는 타이틀곡 '또또'에서 더 선명해진다. 베이스와 피아노, 브라스가 경쾌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임영웅은 "내 맘을 훔친 거야 또"라는 후렴을 말하듯 툭 던진다. 이전의 자작곡들이 위로와 그리움에 가까웠다면 '또또'는 사랑에 빠진 순간의 들뜬 마음을 재치 있고 친근한 언어로 풀어낸다.

이 곡에서 중요한 건 고음이나 폭발적인 성량이 아니다. 힘을 뺀 목소리와 리듬 사이의 작은 빈틈, 노랫말의 맛을 살리는 강약 조절이 중독성을 만든다. 보컬리스트로서 가진 역량과 기교를 모두 꺼내놓는 대신 창작자로서 곡이 요구하는 만큼만 들려준다. 음악을 완성하는 하나의 악기로 목소리를 다루는 단계로 나아갔음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IM HERO 10에서 임영웅이 얼마나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했는지보다 한국적인 흥과 라틴 리듬, 대중적인 팝, 정통 발라드와 팝 록을 오가면서 각각에 맞춰 목소리의 온도와 힘, 발음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그 다양한 음악을 직접 쓰고 고르고 배열해 하나의 앨범으로 묶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물고기뮤직

'부디 행복해질 것'은 임영웅이 굳건한 사랑을 받는 이유를 응축한다. 피아노와 현악기가 차곡차곡 감정을 쌓지만 좀처럼 울음을 강요하지 않는 담백함 속에 "감히 행복해질 것, 함부로 더 예쁠 것"이라는 가사를 힘줘 내뱉는다. 영웅시대(팬덤명)에게서 영감을 받은 가사라는 크레디트까지 더해져 이 곡은 더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앨범 중간에 놓인 4곡의 리메이크는 임영웅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비교표다. '미워요 RE'는 데뷔곡의 애절함을 유지하면서 보컬과 악기의 공간을 넓혔고, '모래 알갱이 RE'는 밴드 사운드를 보강해 원곡의 포근함을 더 풍성하게 펼친다. '사랑은 늘 도망가 RE'는 정적인 발라드를 공연 친화적인 음악으로 확장했다.

변화의 폭이 가장 큰 곡은 'A Bientot RE(아비앙또 리메이크)'다. 원곡의 레게풍 힙합 뼈대에 브라스와 퍼커션, 피아노와 기타의 질감을 더하면서 훨씬 생동감 있는 축제 음악으로 다시 세웠다.

임영웅은 4곡 모두 원곡의 정서를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현재 자신의 공연 규모와 음악적 감각에 맞게 옷을 갈아입혔다. 또 한번 창작자 임영웅의 진가가 빛나는 대목이다.

다시 신곡으로 돌아온후반부의 '살아온 우리에게'는 '우리'를 향한다. 담담하게 출발한 노래는 밴드 사운드와 코러스가 더해지며 긴 시간을 견뎌온 사람들을 위한 찬가로 커진다. 임영웅은 위로를 건넬 때 자신이 높은 곳에 서지 않는다.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버티고 살아온 사람의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래서 거창한 문장도 피부로 와 닿는다.

마지막 트랙 'New York'은 앨범에서 가장 가볍고 자유로운 인상을 남긴다. 기타 중심의 산뜻한 팝 록 사운드와 도시를 거니는 듯한 리듬 위에서 임영웅은 한결 편안하게 노래한다. '살아온 우리에게'에서 얹은 무게를 'New York'에서 내려놓고 다음으로 나아가는 마무리다. 이런한 트랙 배치에서도 임영웅의 프로듀싱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IM HERO 10'에서 임영웅이 얼마나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했는지는 어쩌면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한국적인 흥과 라틴 리듬, 대중적인 팝, 정통 발라드와 팝 록을 오가면서 각각에 맞춰 목소리의 온도와 힘, 발음을 조절하는 능력 그리고 더 나아가 그 다양한 음악을 직접 쓰고 고르고 배열해 하나의 앨범으로 묶었다는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임영웅은 2020년 TV조선 '미스터트롯'을 통해 톱스타로 떠올랐다. 깜짝 스타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전까지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과 그 이후 안주하지 않고 우직하게 정진한 시간 그 모든 것들이 지금의 임영웅을 만들었다. 그 시간들이 이 앨범에 녹아들었고 이는 앞으로의 임영웅을 더 신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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