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미국 현대희곡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리동물원'이 80여 년의 시간을 넘어 동시대 관객들과 만난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꾸준히 무대에 오른 고전이 2026년에는 어떤 얼굴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연극 '유리동물원' 기자간담회가 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인춘아트홀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출을 맡은 신유청 감독과 배우 김성령 최정원 장승조 권율 김경남 정운선 정새별 임세미 문유강 배훈 최정우가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리동물원'은 생각과 목표가 너무나 다른 가족이 이상향을 가슴 깊이 품은 채 삭막한 현실을 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대표적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가 1944년 발표한 희곡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가족에 대한 책임과 개인의 자유,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과 불안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80여 년 전 미국을 배경으로 탄생했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공연 역시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품의 의미를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유청 감독 역시 작품이 지닌 상징성에 주목했다. 그는 "작가는 이 작품을 기존의 리얼리즘과는 다른 연극이라고 소개한다"며 "한 집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시대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상징성을 따라가다 보니 굉장히 넓은 세계가 펼쳐졌다. 짧은 이야기 안에 그 시대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 중심에는 가족의 삶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네 인물이 있다. 먼저 김성령과 최정원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자녀들에게 자신의 환상을 투영하는 어머니 아만다 역을 맡는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연극 무대가 주는 매력과 마주했다.
김성령은 "무대에 설 때 두렵고 불안하지만 그 마음을 깨보고 싶고 도전하고 싶은 것이 제게는 무대"라며 "여태까지 했던 연극 중 가장 행복하게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원 역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감정이 무대에서 발휘될 때 뮤지컬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며 "시간과 체력 등 모든 것이 갖춰진다면 계속해서 연극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승조 권율 김경남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책임감과 자유를 향한 갈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아들 톰 역을 연기한다.
장승조는 "톰은 살아내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누군가에게는 이기적이고 유약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연민이 생긴다"며 "톰을 준비하면서 갈 길을 정하지 못한 채 맨땅에 몸을 내던졌던 제 20, 30대와 계속 마주하게 됐다. 관객들도 각 인물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정운선 정새별 임세미는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며 유리동물을 수집하는 딸 로라 역으로 열연한다. 특히 정운선에게 이번 작품은 더욱 특별하다. 그는 2014년과 2015년 공연에서도 로라를 연기한 데 이어 약 11년 만에 같은 인물과 다시 마주했다.
정운선은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로라의 마음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며 "10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다르듯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제 몸이 기억하고 있는 부분도 있어서 배우로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세미 역시 로라를 알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관객들도 '내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 안에서 빛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회상했다.
문유강 최정우 배훈은 윙필드 가족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신사 방문객 짐 역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문유강은 "왜 우리가 이 시대에도 고전을 찾는지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시대가 변해도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나 질투 욕망 사랑 같은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며 "각 인물을 보면서 자기 자신이나 옛 기억 속 누군가를 불현듯 떠올릴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배훈은 "제 평범함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함으로, 제 특별함이 누군가에게는 평범함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유리동물원' 속 인물들도 그렇다"며 "이 부분에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유리동물원'은 오는 10월 17일부터 11월 22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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