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20년은 아이돌에게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다. 세대교체가 빠른 K팝 시장에서 20년 동안 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드문 일이다. 그런데 빅뱅은 장수 자체보다 다른 지점에서 특별하다. 과거를 앞세워 추억을 소환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새롭고 차별화된 결과물로 가치를 증명할 거라는 확신을 준다.
빅뱅이 데뷔 20주년을 맞는 19일 오후 6시 디지털 싱글 'BiiiG(빅)'을 발표한다. 2022년 4월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 이후 4년 4개월 만의 신곡이자 지드래곤, 태양, 대성 3인 체제로 선보이는 첫 빅뱅 정식 발매곡이다.
20주년을 기념하는 노래지만 회고가 아닌 현재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빅뱅의 현재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제목부터 팀명을 연상시키는 'BIG'을 전면에 내세웠다. 공개된 음원 일부 역시 리드미컬하면서 날카로운 비트와 강렬하게 반복되는 'Big'이라는 노랫말로 특유의 에너지를 예고했다.
빅뱅의 20년을 돌아볼 때 중요한 출발점은 2007년 8월 발표한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기점으로 빅뱅은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붉은 노을'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이후 'FANTASTIC BABY(판타스틱 베이비)', 'BAD BOY(배드 보이)', 'LOSER(루저)', '뱅뱅뱅(BANG BANG BANG)', '에라 모르겠다' 등 히트곡을 쏟아냈다.
이 곡들은 성공 공식을 반복한 결과가 아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전자음악을 결합한 곡이 있는가 하면 힙합과 EDM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음악도 있었고, 힘을 뺀 알앤비와 팝을 들려주기도 했다. 음악뿐 아니라 스타일링과 퍼포먼스 역시 앨범마다 큰 폭으로 달라졌다.
그럼에도 결과물에는 늘 빅뱅이라는 인장이 찍혔다. 특정 장르를 고수해서 정체성을 만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 자체를 자신들의 색깔로 만든 셈이다. 성공한 방식을 안전하게 되풀이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했고, 그 시도가 다시 유행의 한 축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한 방식으로 강력한 팬덤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그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공백을 거친 뒤 더욱 분명해졌다. 빅뱅은 2018년 '꽃 길' 이후 약 4년 만인 2022년 4월 '봄여름가을겨울(Still Life)'을 발표했다. 별다른 방송 활동조차 없었지만 곡은 국내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빅뱅은 당시 지난 히트 공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FANTASTIC BABY'나 '뱅뱅뱅'처럼 무대를 압도하는 곡이 아니라 사계절에 빗대 자신들이 지나온 시간을 차분하게 되돌아봤다. 긴 공백과 변화한 상황까지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빅뱅이 가진 힘이 전성기의 이미지나 특정 음악 스타일에만 기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또 증명했다.
이후 빅뱅은 탑의 탈퇴로 지드래곤, 태양, 대성 3인 체제가 됐고 그룹보다는 개인 활동에 집중했다. 이 기간 세 사람은 각자의 음악으로 존재감을 유지했다. 특히 'POWER(파워)'와 'HOME SWEET HOME(홈 스위트 홈)', 그리고 정규 앨범 'Übermensch(위버멘쉬)로 이어진 '지드래곤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빅뱅은 2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축적한 음악적 경험을 다시 한 팀 안에서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그 가능성을 가장 먼저 보여준 곡이 2024년 11월 지드래곤의 'HOME SWEET HOME'이다. 태양과 대성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곡은 빅뱅 정식 곡은 아니지만 사실상 지금의 3인 체제를 처음 음악으로 보여준 결과물이다. 지드래곤의 랩과 프로듀싱, 태양의 유려한 보컬, 대성의 힘 있는 가창은 더 수준 높은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2022년 '봄여름가을겨울'이 멜론 연간차트 7위에 올랐던 것을 넘어 2025년의 'HOME SWEET HOME'은 멜론 연간차트 2위에 올랐다. 세 사람이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관심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최신 히트곡들과 경쟁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빅뱅은 그동안 순탄한 길만 걸은 팀은 아니다. 멤버 변화가 있었고 그룹 활동은 긴 시간 멈춰 있었다. 그럼에도 20주년을 맞은 빅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단순히 '다시 모였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팬이 아니라도 신곡이 나오면 일단 들어보게 만드는 힘이 있고, 과거부터 이어진 팬이 아니라 새로운 팬을 만드는 힘이 있다.
최근 몇 년간 쌓아온 결과는 그 힘을 증명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장기간의 공백 이후에도 빅뱅의 음원 파워가 유효함을 확인시켰고, 'HOME SWEET HOME'은 지금의 세 멤버가 함께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나오는지 보여줬다. 지드래곤과 태양, 대성은 솔로 활동을 통해 각자의 경쟁력도 꾸준히 증명했다.
이제 그 흐름이 신곡으로 이어진다. 'BiiiG'은 상징적이다. 자신들의 이름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다시 꺼냈다. 일부 공개한 리드미컬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트만이 아니라 티저 역시 화려한 색감과 초현실적인 오브제, 멤버 각각의 개성을 극대화한 스타일링을 앞세웠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서정적인 정서와는 확연히 다른 방향을 예고한다.
또 한번 변화를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변화라고 하긴 어렵다. 20년 동안 늘 해왔던 방식이라서다. 빅뱅의 20년을 관통하는 정체성은 하나의 음악 스타일을 지켜온 데 있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음악을 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빅뱅 같다'는 말을 나오게 하는 것에 있다. 끊임없이 다음 곡을 궁금하게 만들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빅뱅은 신곡과 함께 월드투어 여정에 오른다. 21일~23일 고양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33회 공연을 펼친다. 빅뱅의 이번 컴백을 바라볼 때 20년 동안 잘 해왔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20년이 지나도 얼마나 강한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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