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6년 만에 부활한 '해피투게더'가 음악 오디션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했다. '국민 예능' 귀환에 첫 방송 전부터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해피투게더'는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첫 방송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혼자가 아니어서 좋아'(이하 '해피투게더')는 사람을 듣는 유재석, 이야기를 듣는 장항준, 음악을 듣는 윤종신이 다양한 '인생 팀메이트'들의 서사와 하모니에 귀를 기울이며 펼치는 스토리텔링 음악 오디션이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약 20년간 시청자들과 함께했던 KBS 간판 예능 '해피투게더'가 6년 만에 같은 이름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시즌마다 '책가방 토크' '쟁반 노래방' '야간매점' 등 전혀 다른 코너를 선보이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자극적인 웃음이 아닌 따뜻한 정서에 집중한다는 중심만큼은 오랜 시간 유지해 왔다.
6년 만에 돌아온 새 '해피투게더'는 그중에서도 가장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기존의 토크쇼 형식을 내려놓고 장르 자체를 음악 오디션으로 바꿨다. 원년 간판 MC였던 유재석만 자리를 지켰고 장항준과 윤종신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효리와 강민경 등 스페셜 MC도 회차별로 힘을 보탠다. 사실상 프로그램의 이름만 이어받았지 정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변화 자체는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인 오디션처럼 가창력 하나만을 기준으로 참가자를 줄 세우지 않는다. 윤종신은 가창력을 보고 장항준은 참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유재석은 무대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중요하게 바라봤고 이효리 역시 감동과 울림에 무게를 뒀다. 심사위원마다 보는 지점이 다르다 보니 참가자들도 정형화된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
MC들의 호흡 역시 안정적이다. 유재석 장항준 윤종신은 실제로도 친분이 깊은 만큼 서로의 말을 자연스럽게 받아치고 참가자들과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날 선 경쟁보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웃거나 울어주는 분위기가 강해 전체적으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힐링 예능이라는 장점도 분명하다.
참가자들의 다양성도 관전 포인트다. 친자매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부터 1세대 아이돌 클릭비, 가수 방예담의 가족, 엄마와 아들이 팀을 이룬 '거북이처럼'까지 관계와 나이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해피투게더'는 한 팀 한 팀을 앉혀놓고 이들이 왜 함께 무대에 오르게 됐는지 충분히 이야기를 듣는다. 단순히 노래를 잘하는 팀을 찾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합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다. '거북이처럼'의 무대에서는 엄마와 아들이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무대를 풀어갔고 투개월 파트에서는 13년의 공백을 지나 다시 서로에게 손을 내민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인공이었다.
여기까지는 '해피투게더'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노래가 참가자의 삶 속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고 오디션 승패보다는 사람에 더 집중한다. 문제는 이러한 좋은 요소들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정리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참가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삶을 들여다보는 구성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투개월과 클릭비처럼 한동안 완전체 혹은 함께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가수들이 등장해 과거의 음악과 추억을 소환하는 순간에는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의 색깔과도 겹쳐 보인다. 두 프로그램의 장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기보다 그 사이를 오가면서 '해피투게더'만의 방향성은 오히려 흐릿해졌다.
다양한 구성의 참가자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특히 초반 회차에는 유명 참가자의 비중이 매우 컸다. 클릭비가 오랜만에 완전체로 뭉쳤고 투개월이 13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섰다. 박재정과 주시크처럼 현재 활동 중인 가수도 참가자로 등장했다. 얼굴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를 만들었거나 부른 참가자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유명 가수의 등장은 분명 강점이 있다. 클릭비나 투개월처럼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할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은 단번에 화제성을 끌어올린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다만 유명 참가자가 등장하는 순간 프로그램의 시선이 이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일반 참가자의 사연과 무대 역시 충분히 공들여 다루고 있지만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과 서사를 가진 참가자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화제의 중심도 그쪽으로 이동한다. 결국 모든 참가자의 이야기를 같은 무게로 바라보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가 다소 흐려진 것처럼 느끼게 한다.
차라리 일반인과 유명인 참가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거나 한쪽에 조금 더 무게를 실었다면 방향성이 보다 선명했을 수도 있다. 혹은 참가자의 유명세와 상관없이 이들의 하모니와 스토리에 조금 더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현재의 '해피투게더'는 사람도 음악도 추억도 경쟁도 모두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탓에 각각의 좋은 재료가 오히려 서로의 색을 흐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남녀노소를 나누지 않고 무대 위에 올리는 구성은 다른 음악 오디션과 충분히 차별화된다. 심사 기준 역시 정형화돼 있지 않아 참가자들이 자신의 무대를 마음껏 펼치고 MC들도 평가자의 느낌보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자리한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의 참가자가 함께하다 보니 이들의 시너지와 화합을 보는 재미도 있다.
이처럼 6년 만에 돌아온 '해피투게더'는 과거의 형식을 과감하게 버리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제는 '유퀴즈'와 '슈가맨'을 떠올리게 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 '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라는 좋은 문장을 프로그램만의 확실한 색깔로 완성해 나가는 게 '해피투게더'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해피투게더'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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