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누에라, 갑옷 벗어던진 청춘의 '오묘한 핑크'


미니 4집 '.exe' 발매..고백 작전 담은 앨범
강렬함 대신 친근하고 유쾌한 청량 내세워
특유의 질감 더해 '누에라표 청량' 완성

누에라가 27일 미니 4집 .exe를 발매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직진하는 고백 작전을 담은 앨범이다. 기존의 강렬함 대신 청량함을 내세웠다. /누아엔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보이그룹 누에라(NouerA)가 묵직한 블랙을 벗고 핑크를 입었다. 흔한 핑크빛이 아니라, 그간의 강렬함이 적절하게 스며든 '오묘한 핑크'다.

누에라가 지난 27일 미니 4집 '.exe(이엑스이)'를 발매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기 위해 직진하는 고백 작전을 담은 앨범이다. 설레는 만큼 망설여지고 변수들이 찾아오지만, 상대를 위해서라면 차원의 경계까지 뛰어넘겠다는 순수하고 대담한 용기를 컴퓨터 실행 파일을 의미하는 '.exe'라는 키워드에 직관적이고 재치 있게 녹여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콘셉트의 전환이다. 멤버들은 에이전트라는 무거운 갑옷을 벗어던지고 좋아하는 상대에게 유쾌하게 달려나간다. 그에 맞게 강렬함 대신 청량함을 내뿜는다. 시각적으로는 밝고 사랑스러운 무드를 띠지만, 청각적으로는 기존의 강렬함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누에라표 차별화된 청량'을 완성했다.

누에라의 지난 앨범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강렬한 에너지'와 '파워풀한 퍼포먼스'다. 프리 데뷔 싱글 '무한대'부터 미니 3집 'POP IT LIKE(팝 잇 라이크)'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힙합 기반의 강한 비트와 각 잡힌 군무를 내세우며 '힙하고 센 에이전트'라는 팀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다.

강렬한 콘셉트는 멤버들의 퍼포먼스 역량을 극대화해 보여주기에 적합했고, 최근 성공적으로 마친 첫 월드투어는 이들의 라이브 실력과 무대 장악력을 입증하는 결과물이다. 데뷔 앨범 초동(발매 후 일주일) 약 16만 장에서 미니 3집 26만여 장으로 증가한 건 누에라가 자신들만의 확고한 색깔로 팬덤을 결집시켰다는 걸 보여준다.

누에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펙트럼 확장과 이미지 다각화를 택했다. 하나의 콘셉트에 매몰되지 않는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야 할 시기에 내린 승부수다. "누에라 하면 떠오르는 센 이미지를 넘어 사랑스러운 매력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현준의 말처럼 이번 앨범은 도약을 위한 또 하나의 주춧돌이다.

누에라는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인 강렬함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함과 청량함을 입었다. 사진은 27일 쇼케이스 당시 모습. /누아엔터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exe'는 기존 활동곡들과는 음악의 무게중심과 퍼포먼스의 질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전까지는 무겁고 다크한 톤의 힙합 비트, 강렬한 파열음, 그리고 공격적이고 날 선 사운드가 특징이었다. 반면 이번 곡에선 묵직한 저음역대는 유지하되, 멜로디와 신스 사운드의 톤을 밝게 끌어올렸다. 강렬함이라는 뼈대 위에 경쾌함과 유쾌함이라는 색을 입혀 훨씬 편안하고 신나게 리듬을 탈 수 있도록 했다.

퍼포먼스는 변화를 더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칼군무와 파워풀한 동작들로 범접하기 힘든 아우라를 뿜어내던 누에라는 기존의 폭발적인 에너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고백을 앞둔 소년들의 풋풋함과 설렘을 유쾌한 제스처로 풀어냈다. 미소를 짓고 윙크를 하고 장난을 치는 듯한 동작들에서 자유롭고 사랑스러운 바이브가 느껴진다.

누에라는 자신들의 가장 큰 무기인 강렬함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친근함과 청량함을 입었다. 그래서 '오묘한 핑크'다.

이를 통해 누에라는 대중성 확보와 팬덤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선다. 강렬한 콘셉트는 마니아층을 형성하기 좋지만, 자칫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누에라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 요소와 직관적인 '고백'이라는 주제를 통해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계기를 마련했다.

컴백 전 개최한 운동회처럼 팬들과 직접 호흡하며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은 그동안 결집한 팬덤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동시에 이를 보는 많은 이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다. 각 잡힌 전사에서 사랑에 빠진 친근한 청춘의 모습으로 돌아온 누에라의 도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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