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설운도, 트로트 싱어송라이터의 상징…"곡 받으려 줄 선다"


가수마다 맞춤 노래 '설계', 트렌드를 읽는 음악적 통찰력
주현미부터 임영웅·손태진·송가인·정동원·성리·이루네까지

가수 설운도는 데뷔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가수와 작곡가, 두 분야 모두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주역으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도 보기 드문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는다. /더팩트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대한민국 트로트 가요계에서 설운도라는 이름은 단순한 인기 가수를 넘어 하나의 브랜드이자 장르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통한다. 데뷔 45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가수와 작곡가, 두 분야 모두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그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도 보기 드문 싱어송라이터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데 집중하는 반면, 설운도는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수많은 후배와 선배 가수들의 대표곡까지 직접 만들어낸 창작자다. '나침반', '원점', '누이', '쌈바의 여인', '사랑의 트위스트', '보랏빛 엽서', '여자 여자 여자' 등 수백 곡의 자작곡은 시대를 초월해 꾸준히 사랑받으며 트로트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

무엇보다 최근 트로트계에서 설운도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새로운 앨범이나 신곡을 준비하는 가수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작곡가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 바로 설운도다.

레전드 가수인 주현미와 최진희를 비롯해 가수 린, 임영웅, 송가인, 장민호, 손태진, 정동원, 에녹, 마이진, 전유진, 홍지윤, 박지현 등 현재 트로트 시장을 이끌고 있는 정상급 가수들이 그의 곡을 받아 불렀거나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무명전설'을 통해 주목받은 성리와 이루네까지 설운도의 작품을 기다리는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의 작곡가로서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가수들은 왜 설운도의 곡을 받기 위해 줄을 설까.

가장 큰 이유는 시대를 읽는 음악적 통찰력이다. 설운도는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멜로디와 가사가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읽어내는 감각을 갖춘 작곡가로 평가받는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트로트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트로트의 전설 설운도가 미국 교민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6월 27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오의 판타지 스프링스 리조트 카지노 스페셜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트로트의 전설 설운도 콘서트는 약 4000석 규모 공연장을 가득 채우며 대성황을 이뤘다. /루체엔터테인먼트

또 하나는 철저한 맞춤형 작업 방식이다. 그는 "작곡은 한 곡 한 곡 산모의 고통 이상으로 남모르는 뼈를 깎는 노력과 열정이 스며들어야 탄생한다"며 창작에 대한 철학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특히 "해당 가수의 스타일에 맞춰 곡을 쓰기 때문에 미리 써놓은 곡은 단 한 곡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가수의 음색과 표현력, 음악적 색깔을 세심하게 분석해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어낸다.

설운도의 인간적인 면모도 후배들의 신뢰를 얻는 이유다. 그는 "동료 가수든 후배든 곡을 줄 때는 인연이 더 소중하다"며 "제가 먼저 곡을 주겠다고 한 적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상업적인 계산보다 사람과의 인연을 우선하는 그의 음악 철학은 오랜 시간 가요계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는 밑거름이 됐다.

가수 설운도의 진가는 작곡가로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무대 위에서 직접 자신의 노래를 가장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데뷔 이후 45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팬층을 확보한 것은 트로트 가수로서도 매우 이례적인 기록이다. 시대가 변하고 음악 시장이 달라져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방송과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며 대중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특히 대표곡 '잃어버린 30년'은 설운도를 넘어 한국 현대사를 상징하는 노래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쟁과 분단이 남긴 상처, 이산가족의 애절한 그리움을 담아낸 이 작품은 수많은 국민의 눈물을 함께한 시대의 기록이다.

단순한 히트곡을 넘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음악으로 남긴 상징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에서 큰 의미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분단의 아픔을 담은 노래로 파주 임진각에는 '잃어버린 30년' 노래비가 세워져 있어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트로트는 시대와 함께 변화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설운도는 가수와 작곡가라는 두 영역을 모두 정상의 자리에서 완성하며 대한민국 트로트의 품격을 높여온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후배 가수들이 그의 곡을 기다리는 이유 역시 단순히 좋은 멜로디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과 개성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맞춤형 음악,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검증된 창작자의 진정성을 믿기 때문이다.

4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노래로 국민을 위로하고, 또 수많은 가수들의 성공을 뒤에서 이끌어온 설운도. 그가 '대한민국 트로트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유는 화려한 히트곡의 숫자가 아니라, 한 시대를 노래하고 또 다음 세대의 음악까지 만들어가는 진정한 싱어송라이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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