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조인성, 남다른 책임감과 도전 정신으로 완주한 '호프'


동네 청년 성기 役 맡아 고난도 액션 완벽 소화
"어려운 상황에서도 관객들의 품속에서 피어나는 작품 되길"

배우 조인성이 영화 호프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온전치 않은 몸 상태부터 지독함이 기본값인 나홍진 감독의 현장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버텨낸 끝에 한국 영화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만한 명장면들이 탄생했다. 오직 관객들의 만족을 위해 그야말로 몸을 갈아 넣는 열정을 불태운, '호프' 속 조인성의 이야기다.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로 돌아온 조인성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2월 '휴민트'(감독 류승완) 이후 약 5개월 만에 기자들을 다시 마주한 그는 "신비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너무 자주 보는 것 같다(웃음). 부담스러우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교차한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를 꺼냈다.

지난 15일 스크린에 걸린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먼저 조인성은 대본을 받고 무릎 수술 후 회복 중이었던 컨디션부터 그동안 계속 부침을 겪었던 한국형 Sci-fi 장르를 내세웠다는 점까지,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현실적인 조건들을 고민하면서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대본을 읽고 이걸 어떻게 구현할지 궁금했어요. 나홍진 감독님이 한국형 Sci-fi라는 어려운 도전을 하시려고 하니까 저에게도 질문을 많이 던졌죠. 고생스러운 로테이션일 텐데 제 몸이 감당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제가 몸을 사리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질 것이고, 한다고 했는데 몸이 안 따라주면 작품에 해를 끼치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낼 것인가'를 자문했고 결국 도전하는 쪽이 올바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인성은 호포항에서 잡다하지만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으로, 마을을 덮친 존재를 찾기 위해 직접 산속으로 향하는 성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현장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고 집요하다고 소문난 나홍진 감독과의 첫 작업은 어땠을까. 전작들을 통해 그의 작업 방식과 에너지를 유추할 수 있었다는 조인성은 "감독님의 지독함은 디폴트값(기본값)이고 터프함이 곧 영화의 힘이다. 그것 없이 영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가 타협하는 게 영화에게 불안 요소"라고 다른 관점을 던졌다.

"제가 하겠다고 선택한 거니까 책임을 져야죠. 늘 현장에 갈 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100번 찍을 줄 알았는데 30번만 찍으면 기분 좋게 퇴근할 수 있는 거죠. 이게 생각의 차이예요.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그 시간이 마냥 힘들어요. 분별심이라고 하는 건데 이게 많을수록 힘들어요.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온다는 걸 인정하면 그뿐인데 안 추우려고 하니까 고단한 거거든요.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오듯이 그냥 하면 내일이 와요.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죠."

조인성은 호포항에서 잡다하지만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으로, 마을을 덮친 존재를 찾기 위해 직접 산속으로 향하는 성기로 분해 극의 한 축을 담당한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거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는 외계인에게 쫓기는 와중에도 죽은 시체들 사이에서 감자를 우걱우걱 먹는가 하면, 나무에 부딪히고 땅에 곤두박질쳐도 다시 일어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행동에 나서며 남다른 생존 본능을 보여준다.

"(성기의 생존력에) 공감이 안 될 수가 없었어요. 물론 과장될 수도 있지만 부모가 자식을 살리려는 초인적인 힘이라든지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 살려고 나타나는 특별한 힘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몸을 지배한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 현실에 빗대서 외계 생물체들이 나타나는 세계관 안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영화적 허용치로 과장될 수 있지만 그 모습들은 충분히 공감하면서 찍었죠."

이번 작품을 통해 나홍진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조인성은 감독님의 지독함은 디폴트값이고 그의 터프함이 곧 영화의 힘이다. 그것 없이 영화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신고를 받고 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하는 범석과 그의 옆자리에 앉은 성기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어 두 사람은 동네 청년들과 차도 한복판에서 정체 모를 갈퀴 자국과 함께 살갗이 징그럽게 찢겨있는 채 죽은 소를 들여다본다. 그러던 중 한 청년이 해술(임현식 분) 아저씨의 말을 빌려 "호랑이가 벌인 짓"이라고 주장하자 범석은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마을로 향하고 성기는 숲속으로 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장면이 어려웠어요. 전사가 있다기 보다 소가 죽어있고 그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잖아요. 그래서 성기와 함께 다니는 무리를 밖에서 많이 만나면서 관계성을 쌓았고 이걸 캐릭터 안으로 가져왔어요. 전사 없이 캐릭터들이 유대 관계가 있어야 되고 범석과 성기의 관계도 바로 선 상태에서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현실에서 차용해서 가져왔죠. 사적인 관계를 포함시키면 빨리 몰입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우리의 무대에서 민망하면 안 되니까 이런 것들을 가져와서 시작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조인성의 액션이다. 그는 말을 타고 깊은 숲과 광활한 국도를 시원하게 내달리는가 하면 달리는 차에 매달려 외계인과 대적하고, 능수능란하게 총기를 다루면서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이날 아스팔트 위에서 말을 타는 등 위험천만한 액션신을 완벽하게 소화한 조인성을 향한 기자들의 호평이 끊이질 않자, 그는 "결국 관객들이 만족해야 한다. 스스로의 만족은 하등 쓸모가 없다. 보는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이러한 반응을 얻기 위해서 생으로 부딪히고 노력하는 거죠. 잘 봐주셨다면 힘든 과정을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고요. 말은 기계가 아니라서 위험하거든요. 장면이 잘 나왔다면 모든 영광은 말에게 돌리고 싶네요(웃음). 승마팀한테 '한 발로 말을 타봤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들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봤다더라고요. 물론 피지컬팀이 계속 몸 상태를 체크해 줬고 안전한 상태를 디폴트값으로 놓고 했어요. 이 이상으로 어려운 액션신은 없지 않을까요. 있다면 저 말고 다른 배우가 했으면 좋겠어요."

조인성은 호프가 능소화처럼 관객들의 품속에서 피어나길 바란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한국형 Sci-fi라는 도전을 꾀한 '호프'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자신했다. 조인성은 "SF는 인간이 가지고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상상을 엮을 수 있는 재밌는 기회"라며 "이 가운데 '호프'는 누군가는 '논두렁 액션 Sci-fi'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구현해 나가면서 관객들에게 이질감이 들지 않도록 액션이라는 장르를 통해서 연결시키는 한국형 SF"라고 강조했다.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에 이어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까지, 업계는 물론이고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게 된 조인성이다.

어느덧 데뷔 29년 차가 됐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결의 작품과 캐릭터에 도전하는 건 유의미한 행보이지만, 한국 영화계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침체된 극장가의 구원투수로 꼽히는 기대작들을 내놓게 된 만큼 이에 따른 부담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조인성은 "오늘 받은 질문 중 가장 무거운 질문이다. 어쩌다 이게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도 능소화처럼 관객들의 품속에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제가 한국 영화를 위해서 업적을 세우는 배우도 아니고 시기가 맞물려서 이런 상황에 이른 것 같아요. 장마와 태풍이 올 때 피는 능소화라는 꽃이 있는데요. 우리 영화의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저희 작품 밖으로는 굳이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한국 영화의 현주소를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안으로는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크리처와 싸우고 Sci-fi라는 태생적인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죠. 이런 게 장마와 태풍이 부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관객들의 품속에서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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