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자꾸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 그러다 그 사람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배우 허남준의 얘기다.
배우 허남준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극본 강현주, 연출 한태섭)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차세계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내 취향은 아닌데 자꾸 거슬린다. 허남준이 작품 종영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으로 꼽은 말이다. 그리고 이 문장은 허남준이라는 배우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처럼 들렸다. 자꾸만 신경 쓰이고, 자꾸 궁금해지고, 그러다 어느 순간 빠져들게 되는 배우.
주변에서는 허남준을 두고 '언젠가 반드시 주목받을 배우'라는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작품 하나, 캐릭터 하나만 제대로 만나면 대중에게 확실히 각인될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랐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 '유어 아너'였다면 그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꾼 작품이 '멋진 신세계'다.
그가 열연한 '멋진 신세계'는 희대의 조선 악녀 영혼에 빙의돼 악해진 무명 배우 신서리(임지연 분)와 자본주의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 차세계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총 14부작으로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최고 시청률 11.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쇼 주간 시청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허남준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배우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어 아너'를 통해 강렬하고 묵직한 존재감을 남겼던 그는 차갑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 선 굵은 장르물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로맨스를 중심에 둔 '멋진 신세계'는 허남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허남준이 연기한 차세계는 자본주의 괴물이라 불리는 악질 재벌이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인물이다. 하지만 허남준은 그 안에 숨겨진 결핍과 외로움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캐릭터에 입체감을 더했다. 그는 "처음에는 '얘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왜 이렇게 됐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며 "그 친구의 결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고 돌아봤다.
"차세계는 본질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갑옷을 너무 단단하게 입고 있는 사업가라고 생각했죠. 어릴 적부터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컸던 거예요. 원래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악질 재벌 캐릭터는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소비돼 왔다. 자칫 전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설정이었지만 허남준은 차세계를 단순한 재벌 캐릭터로 소비하지 않았다. 인물 안에 자리한 결핍과 외로움, 사랑 앞에서의 서툰 진심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자신만의 차세계를 완성했다. 그는 "'하남자 중에 상남자'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말투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저는 누군가에게 팩트라는 이유로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차세계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감독님, 작가님에게 많이 여쭤봤어요. 이게 로맨스 남자 주인공이 쓰는 말투가 맞는지, 제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며 캐릭터를 잡아갔죠."
결과적으로 허남준은 차세계를 통해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는 "즐거움과 어려움이 공존했다"며 "연기만 하면 재미가 없는데 계속 도전하게 돼서 오히려 재밌었다"고 말했다.
"차세계는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어요. 왜 저렇게까지 할까 싶었죠. 또 여러 감정이 공존했던 만큼 초반에는 정말 어려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연기자로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무엇보다 허남준은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장면마저 설렘으로 바꿨다. 로맨스 장르 특유의 대사들은 배우의 톤에 따라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는 단단한 말투와 절제된 표현으로 진정성을 더했다.
"모든 대사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장면은 '차세계가 왜 지금까지 연애를 못 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 같기도 했고요.(웃음) 그래도 좋은 대사라는 확신은 있었어요. 제가 잘 해내기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오글거리는 대사도 결국 차세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 허남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차곡차곡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게 '멋진 신세계'에서 발휘됐다. 실제로 지금의 허남준을 둘러싼 분위기 역시 뜨겁다. 국내를 넘어 해외 시청자들까지 그를 주목하고 있지만 허남준은 의외로 담담했다.
"잘돼서 좋지만 저를 너무 들뜨려고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억누르려고 하고 있지도 않고요. 앞으로도 좋은 일이 있으면 슬픈 일도 찾아올 거고 분명히 왔다 갔다 할 거잖아요. 그래서 너무 들뜨지도 말고 그렇다고 일부러 누르지도 않고 적당히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일까. 허남준은 오히려 '멋진 신세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정말 많이 행복했고 제 커리어에도 많은 도움을 받은 작품"이라면서도 "앞으로 해야 할 것들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본질은 제가 연기를 하는 배우라는 거잖아요. 연기를 잘 해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싶어요.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는지는 시청자분들의 몫이니까요. 그래서 그 안에서 너무 왔다 갔다 하려고는 하지 않아요. 그래도 '멋진 신세계'는 제 인생에서 너무 좋았던 드라마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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