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한동희에게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단순한 첫 주연작 이상의 의미로 남았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쌓아 올리며 책임감과 부담을 온몸으로 견뎌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희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균형을 잡는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한동희의 '다음'이 궁금해진 순간이었다.
배우 한동희가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취사병 전설이 되다'(극본 최룡, 연출 조남형, 이하 '취사병')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강림소초장 조예린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취사병'은 총 대신 식칼을, 탄띠 대신 앞치마를 두른 이등병 강성재(박지훈 분)가 전설의 취사병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밀리터리 쿡방 판타지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6일 종영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작품은 공개 전부터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한동희가 연기한 조예린은 원작에는 없는 드라마 오리지널 캐릭터였기 때문에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원작 팬들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과 새 인물의 서사를 처음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던 셈이다. 한동희는 "'취사병'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았던 만큼 그 기대를 실망시켜드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이 정말 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예린이를 처음 접했을 때는 지금 인물이랑 완전히 달랐어요. 지금은 관찰자 입장에 있으면서도 단단한 외유내강형 캐릭터인데 처음 만난 예린이는 생각보다 말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인물이었어요. 지금의 예린이가 따뜻한 리더라면 그때는 조금 더 스파이시한 매력이 있었죠. 감독님과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지금의 예린이를 만들어 갔어요."
조예린이라는 인물이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올 수 있던 이유도 한동희의 치열한 고민 덕분이었다. 특히 실제 군 간부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고 단순히 군인이라는 직업적 특성에 머무르기보다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자문도 구했지만 다큐멘터리를 정말 많이 참고했어요. 사실 간부라고 해서 모두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간부로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간부들은 어떻게 하루 일과를 보내는지, 병사들을 위해 얼마나 마음을 쓰는지를 연구했죠."
실제로 작품 속 조예린은 단순한 지휘관 이상의 역할을 했다. 비리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보여줬고 소초원들과 함께할 때는 따뜻한 보호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한동희는 이러한 온도 차를 섬세하게 조절하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그 과정에서 한동희가 집중했던 부분은 조예린의 과거와 신념이었다. 그는 "간부는 군대가 생활화된 인물인 만큼 그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예린이는 좌천된 이유도 사건 때문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옳고 그름에 있어 놓치지 않고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병사들에게는 담임 선생님 같은 느낌이었죠. 아마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병사들은 병역의 의무 때문에 이곳에 온 사람들이니까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고 싶었고요. 간부나 상사들을 대할 때는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면서 계속 의심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원작에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던 만큼 구축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세계관 안에서 새로운 인물을 자연스럽게 녹여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동희는 조예린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접근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 드라마의 중심을 잘 잡으면서도 시청자의 눈이 돼 달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주변 인물들이 워낙 통통 튀는 캐릭터들이다 보니까 그 안에서 예린이가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전했다.
"제가 군대를 경험한 건 아니다 보니까 경호 선배님이 해주신 이야기나 감독님이 들려주신 경험담을 통해 간접적으로 많이 배웠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이런 게 전역하는 기분일까?'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웃음) 다 같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고 제가 담임 선생님 같은 소초장이었기 때문에 더 오묘한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게 동료애를 넘은 전우애라는 걸까요?(웃음)"
한동희는 이번 작품을 이야기하며 유독 '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배우 생활 초반에는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작품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매체 연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되게 컸는데 작품을 하면서 선배님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도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드라마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또 첫 주연작이기도 했고요. 원래 부담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책임감마저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였어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은 배우 한동희에게 연기적인 성장뿐 아니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도 안겨줬다. 이전에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작품 전체의 흐름과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함께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인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훨씬 넓어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제가 맡은 역할만 깊게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생각보다 제 시야가 좁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연기를 하면서 덜어내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요. 무언가를 말하거나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눈빛과 호흡만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비우는 방법을 배운 만큼 다음에는 그걸 더 길게 다뤄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그렇기에 한동희에게 이번 '취사병'을 집착을 내려놓게 해준 작품이었단다. 그는 "내가 잘해야만 한다는 연기에 대한 집착을 조금 버리게 된 작품"이라며 "여유를 갖고 인물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라고 밝혔다.
"앞으로도 이번 '취사병'처럼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동희로만 보이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보여야 하고 그 캐릭터를 통해 상대 배우와의 이야기도 보여야 하는 거잖아요. 한동희라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있지만 작품에서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시청자분들께 위로가 되기도 하고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는 그런 배우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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