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아티스트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과거 팬카페 등을 통해 일방향으로 마음을 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시간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조공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만 가까워진 거리만큼 경계가 흐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팩트>는 변화한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과거 일방향 소통에서 벗어나 팬과 아티스트가 보다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팬카페 게시글과 방송 출연을 통해서만 근황을 접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실시간 메시지와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팬과 아티스트의 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고 소통의 방식 역시 더욱 다양해졌다.
실제로 아티스트는 신곡 발매와 공연, 방송 출연 이후 팬들의 반응을 플랫폼을 통해 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다. 팬들 역시 단순히 결과물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응원과 감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별도의 커뮤니티 반응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과 아티스트 간 심리적 거리는 이전보다 크게 좁혀졌다.
무엇보다 플랫폼 특성상 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소통이 가능해졌다. 공개된 소셜 미디어와 달리 팬들만 있는 공간인 만큼 보다 사적인 이야기와 일상을 공유하는 사례도 늘었다. 오늘 먹은 음식 사진부터 반려동물 이야기, 촬영 비하인드, 고민까지 소소한 일상은 팬들에게 특별한 콘텐츠가 된다. 무대 위 스타의 모습만 접하던 과거와 달리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이처럼 팬 소통 플랫폼은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팬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업계에서도 팬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이 팬덤의 결속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요즘은 아티스트가 일반 국민들에게 폭넓게 인기를 누린다기보다는 확실하게 팬덤을 만들어서 그 팬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한 팬덤을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소통을 활발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팬과 아티스트만 집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공간이 생긴다는 것은 업계 입장에서 굉장히 좋은 방식인 것 같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가까워진 거리만큼 부작용도 공존한다. 팬과 아티스트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과거에는 발생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통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유료 구독 구조에서 비롯되는 부담이다. 월 구독료를 지불하는 만큼 더 자주, 더 깊은 소통을 기대하는 팬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팬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왜 안 왔지?" "며칠째 '버블'이 없다"는 반응이 오가기도 한다. 팬과의 거리를 가깝게 하기 위한 소통이 점차 의무처럼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상업화보다는 자율적인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인데 유통 소비 플랫폼으로 만들다 보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경우도 생긴다"며 "그에 따른 팬들의 상처와 말 못 한 고충들이 쌓이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일부 아티스트는 플랫폼 소통 자체에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 그룹 데이식스 멤버 도운은 이로 인해 2024년 '버블'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유료 서비스인 만큼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많았다. 회사랑 얘기해 본 결과 중단하기로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플랫폼 특성상 아티스트가 팬들의 메시지를 직접 마주해야 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대부분의 플랫폼은 욕설과 비속어를 자동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교묘하게 피해 가는 사례도 존재한다. 팬과의 소통 창구라는 취지와 달리 일부 악성 메시지가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공·역조공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응원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 양상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역조공 문화까지 확산했지만 이 역시 본래 취지보다 규모와 금액이 주목받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역조공 문화는 오랜 K팝의 특징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어떤 선물이나 물적 공세보다는 같이 기부를 한다거나 좋은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얘기했다.
하 평론가 역시 "조공과 역조공은 팬과 스타가 관계를 형성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 자체를 즐기면 되는 것이지 남과 비교하거나 경쟁의 대상으로 삼아 분란의 씨앗을 만드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팬 소통 플랫폼의 발전과 조공·역조공 문화의 확산은 팬과 아티스트의 관계가 훨씬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상업성과 진정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 평론가는 "팬들 사이에 말 못 할 고민들이 되게 많다. 구매해야 할 품목도 많아지면서 사실상 부담을 상당히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팬을 팬으로 봐야지 어떤 이익을 얻는 수단으로 보는 건 K팝의 성장을 이끌어 가는 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나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이렇게까지 성장한 이유 역시 팬과 아티스트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평론가 역시 "팬과 아티스트가 과도하게 상업적인 관계로 얽히기보다는 서로 진심을 가지고 소통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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