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가수이자 배우 그리고 한 회사를 이끄는 대표이자 아이돌을 만드는 제작자.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는 김재중이 14년 만에 영화 배우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다. 늘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고 성취의 기쁨을 동력으로 삼아온 그는 또 하나의 도전을 완주하며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김재중은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감독 구마키리 가즈요시) 개봉 전날인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이유부터 촬영하면서 느낀 여러 감정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17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일본 고베 폐신사에 답사를 갔던 대학생 3명이 사라지고 박수무당 명진(김재중 분)이 사건을 파헤치며 기이한 악귀와 맞서는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로,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자칼이 온다'(2012)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김재중이다. 연기의 즐거움과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현장인 만큼, 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된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했기 때문에 영화배우로서 다시 관객들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 김재중으로서 여러 도전을 하고 있는데 (연기는)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아니라고 판단했었어요. 상황도 여의치 않았고요. '시간이 되니까 해볼까?'라는 마음으로는 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죠. 그런데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상황상 컨디션 조율이 잘 됐고 호러 오컬트 장르를 해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면을 보여줄 수 있겠더라고요. 저의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또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님이 글을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할지에도 기대가 컸고요."
명진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미대 출신의 박수무당으로, 계속 악몽을 꾸던 중 대학 후배 유미(공성하 분)의 전화를 받고 일본 고베로 향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악귀와 마주하며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이다.
이를 연기한 김재중은 호흡과 몸짓, 톤 등을 디테일하게 조절하면서 박수무당으로서의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내면의 상처를 갖고 있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심리도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다만 이를 완성한 과정은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대본이 두 차례 수정되면서 캐릭터가 극단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초 배우로서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많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인물에서 다크하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느낌의 친구가 된 것. 이 과정에서 대사가 많이 줄어들었고 전사나 서사도 생략되며 오직 보는 이들의 의문을 자아내는 인물로서 존재한 김재중이다.
"솔직히 혼란스럽고 힘들었어요. 감독님이 영화 자체에 많은 걸 숨기고 싶어 하신 것 같아요. 러닝타임 안에 다 표현되지 않은 것들도 있고요. 영화를 보면서 '저건 감독의 의도인가?'라는 생각이 들면 그게 맞다고 하고 싶어요. 저희는 해석판이 꼭 필요한 영화예요. 저는 모든 걸 다 알고 있고 오늘은 얘기해도 되는 자리니까 너무 좋네요."
'신사: 악귀의 속삭임'은 K-샤머니즘과 J-호러의 만남으로 색다른 샤머니즘 오컬트 호러물의 탄생을 예고했다. 하지만 완성본은 악귀에 씌며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대학생들로 시작해 명진과 유미의 대학시절 사건 그리고 힌두교 악귀 락샤사의 등장으로 이어지는데 이것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아서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이 가운데 기자는 김재중을 통해 작품에 담기지 않았던 명진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를 보고 남아 있던 물음표의 일부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명진은 무당이었던 할머니의 피를 이어받아서 신기가 있는 인물이고, 대학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유미를 절친에게 빼앗기면서 생긴 억울하고 사악한 감정을 본 악귀 락샤사가 그의 몸에 들어와 친구를 죽인 것이라고. 이후 악몽을 꾸면서 괴로운 시기를 보내던 중 유미의 연락을 받은 명진은 약간의 미련과 기억하지 못하는 일의 진실을 알기 위해 고베로 달려간 것이었다.
"락샤사는 악한 감정을 갖고 있는 숙주를 찾아다니면서 많은 캐릭터들 몸에 들어가는데 늦게 등장하고 설명도 뚜렷하지 않아요. 또 명진의 전사도 나오지 않는데 저는 관객들을 설득시켜야 되니까 큰 고민이었죠. 감독님이 배우들한테도 장치를 많이 걸었거든요. 다 알면 연기할 때 티 나니까 중후반부쯤에 알려주신 게 많았어요. 의문이 들었지만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길을 찾았고 감정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이를 누르면서 표정에도 최대한 변화를 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동안 다수의 매체를 통해 봐왔던 박수무당과 달리 불교 용어를 외우는 등 고증 오류가 제기된 지점들에 관해서는 "히어로물로 생각하면 된다. 모든 다 할 수 있는 녀석으로 기본값을 정한 것"이라고 감독의 의도를 대신 설명했다.
"우리가 신사 같은 곳을 관광하러 가는데 일본 사람들의 관점이나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감독님도 일본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거 하면 안돼?라는 생각을 하신 거죠. 무당의 신력으로 다른 국가 종교의 악귀를 물리치는 것 자체가 판타지니까 고증해서 고착된 캐릭터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신 것 같아요. 어느 정도의 상상력은 열어두는 거죠."
스태프들의 90%가 일본인이었고 일본 고베 현지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진행한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한 김재중에게도 생소한 현장으로 다가왔다. 특히 많이 찍는 한국과 달리 오랜 시간 고민하고 리허설을 거듭한 끝에 슛이 들어가는 일본 스타일에 적응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았단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스템이 도움이 된 부분도 분명했다. 김재중은 "촬영하는 시간도 길었지만 리허설도 정말 많이 했다. 모든 사람이 납득해야 슛이 들어갔다. 먼지나 모래가 많이 날리는 현장에서 오래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피부의 질감이나 상태가 거칠게 되더라. 또 촬영 장소의 분위기가 압도적이어서 집중력 있게 찍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3년 동방신기로 데뷔한 김재중은 수많은 히트곡을 발매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09년 팀을 탈퇴한 후 가수 겸 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이를 잘 버텨낸 그는 웹 예능과 TV프로그램을 통해 자주 얼굴을 비추며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고, 회사 인코드를 설립해 그룹 세이마이네임 키빗업 등을 선보이며 아이돌 제작자라는 새로운 수식어도 추가하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르면 이에 만족하면서 안전한 길만 걸으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이와 정확히 반대되는 지점에 서 있는 김재중이다. 이에 그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이를 안 하면 병에 걸리는 병이 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고 진솔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제가 왜 이런 어른으로 성장했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렇게 안 살면 죽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하는 존재로 클 수밖에 없었던 환경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컸고 여러 일에 대한 재미도 맛본 거죠. 연기가 힘들지만 거기서 오는 성취감이 분명하고 가수로서 아드레날린과 쾌락을 느껴요. 제가 싫어하는 게 하나에 안주하는 거거든요. 잘하고 편안한 거만 하면 독이라는 걸 저에게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연기나 예능 등 새롭게 성취할 수 있는 부분에 도전하죠."
지금껏 그래왔듯 '신사: 악귀의 속삭임'을 만나 또 하나의 도전을 무사히 끝낸 김재중이다. 그는 "배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이다. 글로 쓰인 걸 연기로 승화시켜서 표현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쾌락이 분명하다"고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