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말만큼 배우에게 큰 칭찬이 있을까. 2016년 연극으로 시작해 어느덧 연기를 한 지 10년이 된 표지훈이 많은 이들의 인정 속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론 연기 변신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마저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게끔 용기를 심어준 '참교육'이다.
표지훈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필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각본 이남규, 연출 홍종찬)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카이스트를 2년 만에 조기 졸업한 교권국의 천재 사무관 봉근대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참교육'은 무너진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해 창설된 교권보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교권보호국'(이하 교권국)이라는 신선한 설정을 내세워 교육 현장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피해자의 편에서 서서 무너진 학교를 재건하는 인물들의 통쾌한 행보를 담았다.
작품은 지난 5일 10부작 전편 공개된 가운데,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톱 10 시리즈' 1위를 차지하고 3일 만에 비영어 TV쇼 글로벌 1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이토록 즉각적으로 흥행의 궤도에 오를 줄을 몰랐다는 표지훈이다. 그는 "잘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공개하자마자 바로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몰랐다. 지인들에게도 많은 연락을 받았다.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벌써부터 '꺼드럭대지 마'라고 한다. 그만큼 작품이 인기가 많구나라고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참교육' 감독님과 배우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기사나 반응을 서로 공유하고 있어요. '지금 이 행복한 시간을 마음껏 누리자'고 이야기하면서요."
모든 평가가 달콤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각에서 나온 어색하다는 지적에 대해 표지훈은 오히려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혹평이라기보다 맞는 말인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초반에 놀라는 연기를 할 때 나도 모르게 '놀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도 모니터를 하면서 그 표정이 어색하다고 느꼈는데 보는 시청자들도 당연히 느꼈을 것"이라고 수긍했다. 이내 그는 "다만 이런 반응들이 상처가 되기보다는 나를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채찍질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봉근대는 웹툰 원작에는 없는 고유한 오리지널 캐릭터다. 표지훈은 이러한 봉근대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보다는 기회라고 느꼈단다. 웹툰의 거대한 팬덤이 주는 부담감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웹툰에 있던 캐릭터였다면 '원작보다 사랑받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과 부담이 훨씬 컸을 것"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였기에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할 수 있었고 표현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표지훈이 직접 해석한 봉근대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너무 똑똑해서 오히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똑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남들과 섞이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여가 시간에는 게임을 하면서 그 안의 캐릭터를 보며 희열을 느끼는 인물로 단면적으로 해석했어요. 이후 미팅 당시 감독님에게 '근대는 왜 공무원이고 돈도 잘 벌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교권국에 들어와 고생을 택했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진 것처럼 서서히 근대에 대해 이해하려고 했어요."
시원시원한 액션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다른 캐릭터들과 달리 봉근대는 주로 '맞는 역할'로 극의 현실감을 더했다. 이에 이번 작품을 통해 "맞는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는 표지훈이다. 그는 "그동안 영화를 볼 때 주로 때리는 사람 위주로 봤었다. 그러다 직접 맞아보니 '맛있게 맞아야 연기도 사는구나' '잘못 맞으면 정말 어색하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며 "오히려 맞는 연기가 더 어렵다는 걸 배웠다. '참교육' 후 이제는 어떤 작품을 봐도 맞는 분들의 연기부터 보게 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봉근대는 2회부터 등장한다. 이처럼 한 캐릭터마다 출발하는 회차가 다르기 때문에 배우로서는 첫 등장 때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김무열이 화려하게 포문을 연 1회 다음인 데다, 표지훈으로서는 30대에 소화해야 하는 교복 연기였다.
표지훈은 "2회 등장 때 발 끝 신발부터 카메라가 올라와 나를 비춘다. 나중에 모니터를 보는데 나름 관리를 하고 들어간 촬영이었음에도 '잠깐이 아니라 평소에 좀 더 할 걸'이라는 아쉬움이 밀려왔다"며 "그런데 이후 교실에 들어가서 다른 학생들을 비춰주는데 순간 안도감이 들었다. 덕분에 조금은 살며시 묻어갈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솔직하게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후반부 봉근대와 임한림(진기주 분)의 묘한 핑크빛 기류도 있었다. 다만 이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기도 했다. 표지훈은 "현장에서는 최대한 러브라인처럼 보이지 않게 하자고 약속하고 연기했다"며 "러브라인보다는 교권국에 모인 인물들, 그것도 극과 극에 있는 근대와 한림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해 가는 과정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표지훈에게 연기적 성장도 이뤄내게 한 소중한 자산이다. 김무열 이성민 진기주 등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이라 현장에서 그냥 툭 해도 잘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내공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쉬는 시간에도 끊임없이 대본을 보고 고민하시고, 후배들과도 가감 없이 의견을 나누셨어요. 자신의 연기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노력하는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동료들과의 끈끈함 속에서 '좋은 어른'에 대한 정의도 새로 내렸다. 표지훈은 "어떠한 사랑보다 '널 믿어, 잘할 거야'라고 온전히 믿어주는 어른이 진짜 멋진 어른인 것 같다"며 "이번 현장에서 헤매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용기를 준 세 선배님이 저에게는 참어른이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인터뷰 말미 표지훈은 '참교육' 시즌2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감독님과 배우들은 모두 준비가 돼 있다"며 "넷플릭스에서 제발 빨리 진행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만약 시즌2를 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근대가 맨날 맞지 말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호신술이라도 배워서 위기에 처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액션신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표지훈의 열일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차기작 '굿파트너2' 촬영에 한창인 그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약속했다.
"시즌1에서는 다소 미숙한 모습들을 보여드렸던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아쉬워하셨던 부분들을 잘 보완해서 시즌2에서는 더욱 성숙한 연기와 공감할 수 있는 대사로 다가가려고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봉근대를 아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다른 역할로 계속 인사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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