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신에서 뮤직비디오 공개와 음원 발매에 시간차를 두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소속사 빌리프랩·쏘스뮤직·하이브-게펜레코드는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과 아일릿(윤아 민주 모카 원희 이로하), 캣츠아이(윤채 라라 메간 다니엘라 소피아 마농)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ICONIC BY MISTAKE(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를 발매를 앞두고 상당히 복잡한 발매 플랜을 선보였다.
이들은 한국시간 11일 밤 0시에 'ICONIC BY MISTAKE'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하고 이어 같은 날 오후 6시 Mnet '엠카운트다운'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그리고 음원은 가장 나중인 12일 오후 1시 정식 발매했다.
각각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르세라핌과 아일릿 캣츠아이인 만큼 음악방송 출연은 스케줄 조율의 어려움에 따른 결정이라고 이해한다고 쳐도 뮤직비디오와 음원 발매의 일시를 다르게 한 것은 일반적인 발매 플랜과 다르다.
이 같은 경우는 또 있다. 그룹 보이넥스트도어(성호 리우 명재현 태산 이한 운학)는 첫 번째 정규앨범 'HOME(홈)'의 선공개곡 '똑똑똑'의 뮤직비디오를 5월 11일 0시에 먼저 공개한 후 같은 날 오후 6시에 음원을 발매했다.
또 그룹 아이들(미연 민니 소연 우기 슈화)도 아홉 번째 미니앨범 'We made(위 메이드)'의 선공개곡 'Crow(크로우)'를 14일 오후 10시에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하고 15일 오후 6시 음원을 발매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사실 과거에도 뮤직비디오 공개와 음원의 발매 시점이 다른 경우는 제법 있었다. 하지만 이는 일본 등 해외 현지 발매 음원이거나 영화 게임 등 다른 콘텐츠와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등 정식 활동과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뮤직비디오 편집이 늦어져 예정된 시간에 공개하지 못하는 '사고'가 아닌 이상 국내 활동곡의 뮤직비디오 공개와 음원의 발매 시간이 다른 경우는 흔치 않았다.
애초에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동시에 공개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는 '당연한 업계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사전 유출'에 민감한 콘텐츠 영역에서 굳이 시간차를 두고 공개해 음원이나 음반 성적에 영향을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위 팀들의 사례는 기본 상식에 벗어나 있는 셈이다. 그리고 상식을 벗어난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는 으레 그렇듯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뮤직비디오와 음원 발매를 다르게 한 마케팅 전략을 경험해 본 관계자 A씨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로는 '경쟁의 심화' 때문"이라며 "컴백할 팀은 많은데 국내외 주요 음악 플랫폼에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는 구좌는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대형 기획사나 아티스트 컴백이 겹치면 음원 발매 스케줄을 정하기 어려워진다. 이런 부분에서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시간차 공개가 단순히 스케줄 조율만을 이유로 이뤄진 일은 아니다. 음원 발매 시간이 어떻게 되든 그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면 시간이 달라질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뒤에는 달라진 청취 환경에 따라 변화한 마케팅 전략이 포함돼 있다. A씨는 "현재 국내 음악 플랫폼은 유튜브와 유튜브뮤직이 사실상 과반을 점령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먼저 유튜브에 공개하더라도 다른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며 "오히려 뮤직비디오를 통해 먼저 관심을 끌고 음원으로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더 낫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숏폼 영상 플랫폼의 활성화나 역주행이 흔해지면서 발매 시점의 중요성이 점점 희미해지는 점도 '시간차 공개'가 힘을 얻는 요인이다.
A씨는 "뮤직비디오를 먼저 공개함으로써 숏폼 영상이 제작돼 퍼지면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최근 음원차트는 극히 소수의 몇몇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발매 당일에 정주행하는 경우를 보기가 더 어렵다. 어떤 곡이 발매되고 사람들이 이를 인식해 음원 플랫폼에서 플레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뮤직비디오와 음원 발매 시간을 달리 해도 디메리트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이 같은 '뮤직비디오 따로, 음원 따로 발매'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씨는 "아직은 이런 뮤직비디오와 음원의 발매 시간에 차등을 두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당연히 더 많은 기획사와 아티스트가 이를 시도할 것"이라며 "일본에서는 뮤직비디오를 PV(Promotion Video, 프로모션 비디오)라고 부르며 길게는 정식 음반 발매 한 달 전에 먼저 공개하기도 한다. 시장의 반응을 확실하게 파악해서 음원이나 음반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다. '뮤직비디오 따로, 음원 발매 따로' 사례가 늘어나고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방식을 도입하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