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월드컵이 열리면 온 나라가 붉게 물들던 시절이 있었지만, 최근 축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러한 시점에서 축구팬들만의 리그를 넘어 '전 국민이 즐기는 축제'인 월드컵이 개막한다. 중계권 갈등, 경기 시간대의 아쉬움 등 여러 잡음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를 딛고 이번 월드컵이 다시 한번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방송가의 풍경은 예년과 사뭇 다르다. 최근 축구와 월드컵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예전만 못한 데다 이번 대회가 주로 이른 오전에 중계되는 시차 한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송 업계에서는 이번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JTBC와 KBS 두 방송사만 확보하게 되면서 다른 지상파와 종편 방송사들의 월드컵 특집 콘텐츠 제작 분위기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메인 중계 방송사인 JTBC는 전폭적으로 공세를 펼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글로벌 플랫폼까지 가세해 대중과의 거리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단연 JTBC다. 이번 월드컵의 메인 중계 방송사인 만큼 자사 간판 예능 프로그램들을 전면에 배치해 대대적인 '월드컵 붐업'에 나섰다.
우선 배성재 캐스터와 박지성 해설위원, 일명 '빼박 콤비'를 필두로 한 프리뷰 토크쇼 '빼박 월클쇼'가 대표적인 예다. '빼박 월클쇼'는 박지성 배성재와 함께 이주헌 김환 등의 해설위원과 박주호 기성용 구자철 등 국가대표 출신 레전드들이 출연해 월드컵 전력 분석을 하는 토크쇼다. 전문성과 입담을 동시에 잡겠다는 포부와 함께 10일과 11일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된다.
오는 9일과 16일 밤에는 차범근 전 감독과 박지성 해설위원의 특별한 여정을 담은 특집 예능 '차박로드'를 공개한다. 두 사람은 1986년 월드컵의 기억이 남아 있는 멕시코를 시작으로 2002년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던 광화문 광장과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까지 직접 달리며 월드컵이 지닌 의미와 감동을 되짚는다.
기존 인기 예능들의 스핀오프 및 특집 편성도 촘촘하다. 지난달 23일에는 JTBC의 간판 예능인 '아는 형님'이 '월드컵 레전드 특집'을 편성했다. 지난 7일 방송된 '냉장고를 부탁해' 역시 박항서 전 베트남 대표팀 감독과 최용수 전 감독을 초대해 '북중미 월드컵 특집'을 진행했다.
지난 4월 JTBC와 월드컵 중계방송권 협상을 타결한 KBS도 가세했다. 다만 중계 합류가 뒤늦게 확정된 만큼 별도의 특집 프로그램을 대거 론칭하기보다는 기존 프로그램에 월드컵 기획을 녹여낸 방식이 다수다.
일례로 지난 1일 방송된 KBS1 '가요무대' 1950회는 '2026 FIFA 월드컵 D-10 응원의 노래'라는 주제로 꾸려져 '아침의 나라에서' '아! 대한민국' '마지막 승부' '무조건' '질풍가도' '이기자 대한건아' 등의 무대를 보여줬다.
KBS2 '뮤직뱅크'의 경우에는 '월드컵 특집 생방송'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7일 방송된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월드컵 해설위원 이영표 편을 방송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월드컵 예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글로벌 숏폼 비디오 플랫폼 '틱톡'의 참전이다. JTBC와 KBS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방송이 주춤한 때 틱톡은 이를 기회로 삼아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롱폼 예능 프로그램 '티키티키 타카타카 토크토크쇼(이하 '티키타카쇼')'를 제작했다.
'티키타카쇼'는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안정환을 필두로 연예계 소문난 축구 마니아 딘딘, 그리고 대중의 시선을 대변할 코미디언 이은지가 MC로 뭉친 배틀형 토크 예능이다. 숏폼의 강자인 틱톡이 약 45분 분량의 장방형 콘텐츠에 도전했다는 점 자체도 이색적이지만, 그 주제가 '축구'라는 점은 플랫폼 내에서 급성장한 스포츠 팬덤의 화력을 겨냥한 전략이다.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기 분석을 넘어 '축잘알(축구를 잘 아는 사람)'과 '축알못(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의 끝장 토크 배틀, 축구 경기 푸드 논쟁 등 누구나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엔터테인먼트로 확장됐다.
이는 월드컵 시즌과 맞물리며 안방극장보다 모바일 환경에 친숙한 MZ세대를 월드컵이라는 축제 안으로 자연스럽게 유인하는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에서 준비된 월드컵 특집 예능들은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전 시간대라는 취약한 시차와 식어버린 대중의 관심을 되살리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월드컵이라는 문화를 소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복잡한 전술이나 규칙을 모르는 대중에게 예능은 축구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훌륭한 장치다. 레전드 선수들의 인간적인 매력에 웃고 친숙한 예능인들의 리액션에 공감하다 보면, 어느새 국가대표팀의 경기 일정과 선수들의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과몰입'하게 된다. 즉 예능 콘텐츠가 축구 대중화를 이끄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단순한 스포츠 중계를 넘어 대중을 축제 속으로 이끄는 것은 결국 미디어와 콘텐츠의 힘이다. 기획 예능들이 지펴 올린 작은 불씨가 다가올 조별리그 경기일, 온 국민의 뜨거운 함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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