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향기, '로맨스의 절댓값'으로 도전한 코미디 감각


여의주 役 맡아 다양한 표정 연기 보여줘 
새 필모그래피 추가…차학연 등과 호흡

배우 김향기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다. /쿠팡플레이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김향기가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들었다. 매 작품 단단한 감정 연기로 존재감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코미디에 도전했다. 망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특한 하이틴 감성 안에서 김향기는 예상보다 훨씬 과감하게 망가지고, 또 예상보다 훨씬 사랑스럽게 웃음을 만들었다.

김향기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쿠팡플레이 새 오리지널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감독 이태곤·김준형)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낮에는 평범한 학생, 밤에는 로맨스 소설 작가로 살아가는 여고생 여의주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17일 첫 공개된 '로맨스의 절댓값'은 꽃미남 선생님들을 주인공으로 BL 소설을 쓰던 여고생 여의주(김향기 분)가 현실에서 그들과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마주하며 파란만장한 학교생활의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으며 오는 29일 막을 내린다. 김향기는 "지인들이 제가 새로운 장르를 하는 것에 대해 함께 즐거워해 주고 재밌다고 해줘서 안심하고 있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중간 지점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건 처음이라 색다르기도 해요. 특히 해외 팬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신기했죠. 확실히 한국 고유의 정서와 하이틴 감성이 담긴 작품에 대한 글로벌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걸 몸소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김향기가 연기한 의주는 그야말로 '투명함' 그 자체인 인물이다. 머릿속이 온통 글쓰기로 가득 찬 의주는 자기가 왜 글을 좋아하는지 완벽히 설명하진 못해도,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하기에 멈추지 않는다. 슬픈 일이 생겨도 그 순간 몰입해 엉엉 울다가 이내 제 할 일을 찾아 나서는, 단순하면서도 진심 어린 캐릭터다. 김향기는 이런 의주를 표현하기 위해 학창 시절 추억을 많이 들추어 보았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한 동네에서 오래 살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떠올랐다며 미소 지은 그는 자신을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친구'로 자연스럽게 받아 준 고향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덕분에 참고할 만한 예쁜 추억들이 가슴 속에 많았다는 것. 다만 늘 남녀공학을 다녔던 그에게 이번 작품의 주 배경이 된 여고 특유의 활력은 무척이나 새롭고 강렬한 경험이었다.

"모니터로 교실 장면을 보는데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어느 날 문득 보니까 선생님 역할을 맡으신 배우들이 촬영만 끝나면 어디론가 도망가거나 숨어 계시는 걸 발견했어요.(웃음) 왜 그러셨는지 단번에 이해가 가면서 세상 모든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샘솟았습니다."

배우 김향기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 속 여의주라는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에 대한 아이디어도 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

작품은 한국식 하이틴 특유의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주를 배경으로 한 익숙한 풍경 위에 과장된 상상력과 만화적인 연출을 더했다. 김향기 또한 이 독특한 결에 끌렸단다.

그동안 장르물이나 묵직한 서사를 지닌 작품에서 주로 활약해 온 김향기에게 이번 '로맨스의 절댓값'은 커다란 모험이었다. 늘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나리오 중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을 선택해 왔다는 그는 이번 대본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캐릭터마다 특징이 뚜렷하고 만화적인 요소가 가득해, 이들이 한데 모였을 때 만들어낼 시너지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렇게 호기심 하나로 시작한 도전이었지만, 코미디라는 장르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웃음을 만드는 연기는 단순히 텐션을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특히 김향기는 자신이 기존에 해왔던 연기 톤을 어디까지 풀어야 코미디로 보이는지조차 감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수없이 대사를 읽고 표정을 연습했다.

김향기는 "코미디 감각이 아예 없는 상태였다. 보는 걸 좋아하는 것과 직접 하는 건 완전히 다르지 않나. 의주는 혼잣말도 많고 대사량도 많아서 톤 잡는 게 정말 어려웠다. 내가 원래 가진 톤의 최대치를 꺼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연습했다"고 돌이켰다.

배우 김향기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을 통해 함께 호흡을 맞춘 차학연을 언급했다. /쿠팡플레이

김향기는 처음 대본 리딩을 할 당시, 마침 연극 무대를 병행하고 있던 시기라 자신도 모르게 연극 톤이 튀어나왔던 일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매 장면에 등장하는 의주가 계속 그런 톤을 유지하면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겠다는 감독의 조언에 따라 그는 과감히 '얼굴 근육'을 쓰기 시작했다. 장르물에 출연하며 절제된 표현과 미세한 감정 연기에 익숙해져 있던 얼굴의 근육들을 오랜만에 활짝 열어젖힌 셈이다.

현장에서의 연기는 매 순간이 라이브였고 아이디어의 향연이었다. 작품을 순서대로 찍는 것이 아니다 보니 김향기는 매 장면 의주의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때로는 순간적인 소품 활용이나 공간을 활용한 애드리브가 더해지기도 했다. 미리 철저하게 연기를 계산해 오기보다는 현장 분위기에 자신을 완전히 열어두고, 감독의 디렉션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호흡을 맞춰나갔다.

"코미디 연기를 하니까 호흡과 텐션을 계속 높게 유지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웃긴 신을 치열하게 찍고 나면 세팅하는 시간에 급격하게 졸음이 쏟아지더라고요. 기운이 쭉 빠지면서 나도 모르게 레드아웃이 되는 기분이었죠. 아마 뇌가 버틸 수 있는 도파민 수치를 넘어서서 그랬던 게 아닐까 싶어요. 초반에는 왜 이렇게 졸린지 이유를 몰라 당황했는데 나중에는 장르가 주는 힘이라는 걸 깨닫고 초콜릿이나 사탕으로 당을 채워가며 버텼습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차학연과의 시너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극 중 피타고라스 학파의 싸움을 다룬 소위 '병맛' 가득한 가발 신을 대본으로 봤을 때는 도무지 그림이 상상되지 않아 걱정이 앞섰지만, 현장에서 완성된 연출을 보며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단다. 차학연은 도도해 보이는 손동작 하나까지 캐릭터의 특성이 묻어나도록 철저하게 준비해 왔고,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학연 오빠와의 호흡은 정말 최고였어요. 액션과 리액션이 하나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탁탁 맞물려 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죠. 대사도 상황도 워낙 웃기다 보니, 각자 뻔뻔하게 자기 할 말만 하는데도 기묘하게 소통이 되는 장면들 자체가 코미디였어요. 감독님이 컷을 안 하시고 모니터 뒤에서 계속 웃으시는 소리가 들릴 때면 저희가 참다못해 '왜 컷 안 해주시냐'고 외치기도 했습니다.(웃음)"

배우 김향기가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 마지막회까지 많은 시청을 해 달라고 독려했다. /쿠팡플레이

전작 영화 '한란'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밀도 높은 모성애 연기를 선보인 직후, 곧바로 싱그러운 여고생으로 분해 극과 극의 행보를 보여준 것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아니, 언제 27살이 됐냐"는 반응과 동시에 여전히 고등학생 역할이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는 찬사가 쏟아진다. 아역 출신으로서 한때 이미지 변신에 대한 고충을 겪기도 했던 김향기였기에 지금의 나이에 다시 교복을 입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당연히 부담도 있었고, 제 스스로도 '내가 지금 고등학생을?' 하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결국 잘해내고 싶어서 생긴 기분 좋은 고민이었죠. 배우로서 위아래로 나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잖아요. 언제까지 해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는 한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반면 저희 가족들은 제가 자꾸 독특한 스타일링을 하니까 '왜 맨날 예쁜 거 안 하고 그런 걸 하냐'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번 촬영 현장은 김향기 개인에게도 무척 뜻깊은 이정표가 됐다. 늘 어느 현장을 가든 막내의 위치에 있었던 그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많은 현장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오랜 경력을 가졌음에도 늘 막내 포지션이 편했던 그였기에 또래 친구이자 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현장에서 내가 해야 할 중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복합적인 고민과 혼란이 찾아오기도 했다.

"작년 한 해는 저를 리프레시 시키는 해였어요. 완전히 초보 상태로 돌아가 연극 무대에 서며 몸을 쓰는 법을 배웠고, '한란'에서는 작품을 묵직하게 이끌었으며, 이번 '로맨스의 절댓값'에서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며 코미디를 배웠죠. 매번 다른 위치에서 새로운 감각을 익혀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밌어요. 아직 저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지만, 타인이 발견해 주는 제 새로운 모습을 잘 수용하기 위해 마음을 늘 열어두려고 합니다."

코미디라는 거대한 산을 무사히 넘은 김향기는 벌써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신체를 다루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검도와 무용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 운동을 동시에 배우기 시작했다. 절도 있는 직선을 쓰는 검도와 유연한 곡선을 그리는 무용을 함께 하며 몸을 움직이는 호흡이 연기할 때 감정을 다루는 것과 깊이 연결돼 있음을 깨달아가고 있다. 여기에 직접 참여한 애니메이션 더빙 작품의 개봉까지 앞두고 있어 그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로맨스의 절댓값'이 초반에는 다소 낯선 장르라 진입장벽을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은 매 순간 진심인 아이들이 부딪히며 성장해 나가는 귀엽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머리 아픈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웃으며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작품이니 마지막까지 의주의 성장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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