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많은 이들에게 이효제는 여전히 '사도' 속 어린 세손으로 기억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리고'는 분명 그 기억 위에 새로운 얼굴 하나를 덧씌웠다. 이제는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배우 이효제를 기억하게 만드는 얼굴 말이다.
이효제는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각본 박중섭, 연출 박윤서)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기리고 앱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포문을 여는 최영욱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사도'의 어린 세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소지섭(정조 역)의 아역으로 출연해 아버지 사도세자(유아인 분)를 살려달라며 물 한 잔만 드리게 해달라고 눈물을 쏟아내던 소년의 모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런 이효제가 잘 커서 어느덧 성인 배우로서,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내걸고 인터뷰를 진행하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렇게 만난 이효제는 '기리고' 속 어수룩하고 통통했던 형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훤칠한 키에 의젓한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오는 모습에 한 번 놀랐고, 첫 인터뷰임에도 조곤조곤 한 시간의 대화를 이끌어가는 태도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띈 건 그의 눈웃음이었다. '기리고'의 박윤서 감독이 이효제의 눈빛을 칭찬했다면, 기자는 그의 눈웃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무표정일 때는 여러 장르를 붙여보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데, 웃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상대를 무장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형욱이라는 인물이 왜 이효제였는지 조금씩 이해가 됐다.
지난달 24일 8부작 전편 공개된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효제는 최근 '기리고'의 흥행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SNS 팔로워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응원 메시지가 도착하는 것을 보며 '기리고'가 글로벌한 사랑을 받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를 놀라게 한 건 길거리에서의 반응이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기리고'의 형욱으로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팬들이 늘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진짜 실감이 안 났다"는 그는 "한 분이 알아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꽤 많은 분이 저를 알아봐 주신다"며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사실 '기리고'는 이효제에게도 간절한 작품이었다. 오디션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던 시기 만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정말 오디션 낙방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최종까지 갔다가 떨어진 것도 많았고 감독님 미팅 자체가 귀했던 시기였죠. 그래서 오디션 대본을 받았을 때도 너무 뭉클했어요. 결과 기대하지 말고 그냥 준비한 걸 다 보여주고 오자는 마음으로 갔어요."
그렇게 만난 형욱은 이효제에게 꽤 큰 변화를 요구한 캐릭터였다. 가장 대표적인 게 증량이다. 무려 20kg이 넘는 체중을 늘리며 형욱을 완성했다. 이효제는 "'기리고' 감독님이 더 통통한 이미지면 좋겠다고 했다. 저는 오히려 감사했다. 마른 상태 그대로였다면 형욱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텐데 캐릭터성을 명확하게 제시해주신 거지 않나. 결과적으로 이미지를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증량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다. 원래도 마른 체형인 데다 하루 한 끼를 몰아 먹는 식습관이 익숙했던 그에게 '계속 먹는 삶' 자체가 낯선 일이었다. 형욱을 위해 이효제가 선택한 방법은 단순했다. 쉬지 않고 먹는 것. 떡볶이와 찜닭처럼 칼로리가 높으면서도 질리지 않는 음식들을 찾았고, 식사 간격도 최대한 줄였다. 촬영 당시에는 쉬는 시간마다 음식을 입에 넣었고 불닭볶음면을 간식으로 즐겼다. 음료도 제로 콜라만 마셨던 이전과 달리 일부러 일반 콜라를 찾았다. 그렇게 '기리고' 속 형욱의 모습이 완성됐다.
처음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위한 변화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전에는 몰랐던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모습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는 그는 "오히려 골격이 커지면서 체격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찾기도 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외형만 준비한 건 아니다. 이효제는 형욱이라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생활 습관부터 목소리 톤까지 완전히 바꿨다. 그는 "형욱은 말을 진짜 많이 하는 친구인데 저는 원래 조용한 편"이라며 "일부러 계속 말을 하려고 했다. 집에 가서도 엄마에게 하루 일과를 세세하게 다 이야기하며 평소 말하는 습관을 만들었다"며 "그렇게 하다 보니 성대 사용 방식과 공명감도 달라졌다. 실제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의 성대 쓰는 방식이 다르다고 하더라. 나 역시 발랄한 성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 노력은 캐릭터의 변화 과정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이효제는 형욱을 두 개의 자아로 나눠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는 "형욱은 기본적으로 남 눈치를 크게 보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권시원의 자아가 들어오면서 공포감이 극대화된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예민하고 날카로운 결을 따로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작품 속 형욱은 초반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후반부의 서늘한 분위기가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다양한 노력이 들어간 덕분에 초반부를 이끄는 이효제의 존재감은 꽤 강렬하다. 실제로도 포문을 여는 역할인 만큼 중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담감은 없었단다. 이효제는 "작가님과 감독님이 워낙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이다 보니 이미 많은 준비를 함께했고 항상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신이 들고 부담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친구들과 장난치며 등장하는 첫 등장 장면과 '기리고' 앱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이 부담이었다. 이효제는 "형욱이 어떤 인물인지가 드러나는 첫 장면인 데다 나랑은 다른 면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기리고'를 설명하는 경우는 아무래도 제가 살면서 누군가에게 내가 믿고 있는 존재를 신나서 '이거 꼭 해야 돼'라고 설명한다는 게 익숙하진 않은 일이잖아요. 더군다나 전 평소에 신중하고 진지한 편이에요.(웃음) 즉 형욱이와 저의 간극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효제라면 어떻게 설명할지, 형욱이라면 어떻게 설명할지 다양한 버전을 여러 가지 준비해서 촬영에 임했어요."
'기리고'의 화제성과 함께 아역 시절까지 조명받고 있는 이효제다. 이에 이효제는 "어렸을 때는 아역의 타이틀이나 이미지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도 많았는데 지금은 '기리고' 속 형욱과 아역 당시의 모습을 함께 기억해 주는 분들이 있다 보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소환해주는 것도 기억해 주는 것도 모두 감사하다"고 전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다 보니 어느덧 12년 차 경력 배우가 된 이효제다. 이에 민망하다는 듯 웃어 보인 이효제는 "아역 때부터 이미지를 많이 변신하면서 지내왔다고 생각한다. 형욱도 마찬가지다.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이미지 변화였다"고 돌이켰다.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다 보니까 내가 이 길이 맞나 싶었어요. 아역 때는 감각적으로 연기했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니까 그게 안 통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일까. 지금의 이효제는 조급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자신만의 얼굴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였다.
"앞으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역할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기리고'를 통해 알아봐 주고 인사해 주는 분들이 생겨 믿기지 않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인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될 테니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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