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이환호 기자, 편집 이상빈·이환호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정이찬이 첫 주연작인 '닥터신'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낯선 설정인 '뇌 체인지'를 '내면'이라는 키워드로 재해석하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한 것. '왜?'라는 질문을 계속하며 캐릭터를 끝까지 밀어붙인 집요함은 왜 그가 이 역할에 낙점됐는지를 납득하게 만들었다. 앞으로의 정이찬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를 꼽는다면 아마 이 부분일 것이다.
배우 정이찬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TV조선 토일드라마' 닥터신'(극본 피비(임성한), 연출 이승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누아 병원 신경외과 원장 신주신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파격적인 전개로 잘 알려진 임성한 작가의 차기작이 '닥터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부터, 그리고 '뇌 체인지'라는 소재가 공개됐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이 역할을 어떤 배우가 어떻게 소화할지였다
이번에도 신예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임성한 작가의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그리고 베일을 벗은 '닥터신' 속 정이찬 역시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면서도 과하거나 어긋나지 않고 오히려 작품의 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작품이 그의 첫 주연작이라는 점이다. 대체 어떤 배우이기에 이 낯선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을까. 정이찬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인터뷰 내내 풀어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왜 그가 신주신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또 왜 임성한 작가의 선택을 받았는지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하루아침에 뇌가 망가져 영혼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다. 총 16부작으로 지난 3일 종영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뇌 체인지'라는 설정을 전면에 내세워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시청률 2.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며 막을 내렸다.
정이찬이 분한 신주신은 누아 병원 신경외과 원장이자 보육원 누아 재단 이사장으로 아버지를 뛰어넘는 뇌수술 권위자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물이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균열이 드러나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파격적인 인물을 메인으로 내세운 임성한 작가의 작품인 만큼 오디션 과정 역시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작부터 정이찬의 집요함이 엿보였다.
"작가님께서 신주신을 굉장히 명확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놓으셨더라고요. 머리가 긴 의사 역할이라는 말에 의사가운도 직접 준비하고 머리에 피스도 달아서 작가님께서 원하시는 그림을 최대한 보여드리고자 했어요."
그가 오디션에서 연기한 장면은 모모(백서라 분)와 처음 소개팅하는 신이었다. 정이찬은 "두세 줄 읽었을 때 감독님께서 조금 더 차갑고 드라이하게 해달라고 디렉션을 주셨다"며 "오디션 하는 내내 작가님께서 카메라 앞에 각 배우들을 세워보기도 하고 또 같이 조합해 보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확인하셨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이처럼 치열한 과정을 거쳐 손에 쥔 신주신은 결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특히 '뇌 체인지'라는 설정은 기존 드라마 문법과도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이찬은 이 낯선 설정을 '내면'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영혼이 바뀌는 설정은 많이 봤지만 이건 아예 뇌를 바꾸는 수술이잖아요. 제가 이걸 연기해야 한다는 게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그런데 단순히 뇌를 바꾸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결국 내면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접근하니까 신주신의 선택이 조금씩 이해되더라고요."
이후 신주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한층 더 집요해졌다. 단순히 설정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를 설득하기 위한 근거를 끝까지 파고들었다. 정이찬은 "여러 작품을 참고하기도 했지만 결국 저를 신주신으로 만들어준 건 '왜?'라는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등 수술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작은 습관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몸무게도 증량하고 목소리 톤이랑 말투도 바꿨죠. 생활 패턴도 최대한 규칙적으로 맞추려고 했고 사람도 많이 안 만나면서 최대한 신주신으로 살아가려고 했어요."
그렇게 쌓아 올린 해석에서 정이찬이 내린 결론은 의외로 단순했다. 신주신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이찬은 "처음에는 AI 인물인가 싶기도 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사람이었다'며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드라이한 상태에 가까운 인물이라고 봤다. 그래서 대화를 주고받기보다는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라고 설정한 뒤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냉철함과 인간적인 감정 사이를 오가는 인물인 만큼 정이찬은 스릴러와 로맨스 장르를 오가야만 했다. 그러나 정이찬은 이를 큰 변화가 아닌 미묘한 차이로 풀어냈다.
"그냥 남자가 여자한테 설레는 것처럼 표현하면 신주신이 어색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서만 규칙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바라를 만나면서 애교나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데 그게 과하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죠. 그래서 정말 한 스푼 정도의 작은 차이를 두려고 했어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만큼 작품이 끝난 뒤에도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정이찬은 "신주신을 보내주기 싫었던 순간도 많았다"며 웃어 보였다.
"지금도 배우들끼리 배역 이름으로 불러요. 통화할 때 다들 저를 '원장님'이라고 부르더라고요.(웃음) 계속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일상에서도 말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때가 많아요. 신주신이랑 멀어지기 싫은 마음이 좀 컸던 것 같아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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