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과연 호러와 러블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교생실습'이 알려준다. 작품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와 공포를 절묘하게 엮어냄과 동시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공교육의 현실까지 녹여낸다. 그렇게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나 웃음에 머물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지며 영화의 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오는 13일 CGV에서 단독 개봉하는 영화 '교생실습'(감독 김민하)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한선화 분)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하이스쿨 호러블리(호러+러블리) 코미디 영화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2024)을 연출한 김민하 감독의 신작이자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배우상을 받으며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경은 엄청난 포부와 사명감을 안고 모교인 세영여고로 부임한다. 하지만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는 자신의 학창 시절과 많이 달라졌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인강(인터넷 강의)을 듣는 등 성적에만 열을 올리고, 이를 본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못 본 척 넘어가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교권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던 중 은경은 우연히 기묘한 분위기의 교내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 소라'의 아오이(홍예지 분) 리코(이여름 분) 하루카(이화원 분)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는 선생님들은 한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세 사람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고 다른 학생들도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것에 의문을 품고 '쿠로이 소라'의 실체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오이 리코 하루카는 각각 언어 수리 외국어 모의고사 전국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제로 교장의 총애를 받고 있고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이들에게 자신의 명찰과 헌금을 낸다. 이를 본 은경은 '쿠로이 소라'가 알고 보니 400살 먹은 일본 요괴 이다이나시(유선호 분)에게 영혼을 바치고 시험의 답을 볼 수 있는 눈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은경은 이다이나시에게 붙잡힌 하루카를 구하기 위해 아오이, 리코와 함께 방과 후 어둠의 세계에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고 요괴로부터 세 학생의 명찰을 되찾으며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진짜 사건은 지금부터였다. 젊음을 잃은 이다이나시가 학교를 위험에 빠트렸고 은경은 선생님들이 숨겨왔던 학교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그와 맞서고 학생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단편 '버거송 챌린지'와 '빨간 마스크 KF94'에 이어 장편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독특한 코미디 감각을 선보였던 김민하 감독은 이번에도 하이틴과 호러 그리고 러블리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공고히 한다.
작품은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사교육에 더 의존하는 학생들과 대학 진학 실적 중심의 경쟁 속에서 학생 처벌과 생활지도에는 제약이 커지면서 교권이 약화된 선생님들의 현실을 잘 담아낸다.
그리고 당장의 성적을 위해서 자신의 영혼까지 바칠 수 있는 아이들의 간절함을 이용해 젊음을 얻는 요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교육 기관이었던 서당을 탄압했던 역사를 적절하게 연결하면서 다시 한번 되풀이되고 있는 무너진 교권의 슬픔과 비극성을 되새기게 한다.
다만 '교생실습'은 이를 무겁거나 진지하게만 풀어낸다거나 죽자고 무서운 비주얼로 달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러블리 코미디 장르인 만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독특한 호흡과 대사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우리의 역사와 현실을 끄집어내며 더욱 묵직한 울림을 안기는 게 작품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배우들도 제 몫을 다한다. 그동안 여러 코미디 작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던 한선화는 이번에도 타고난 감각과 잘 쌓아온 내공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여기에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한 유선호를 비롯해 각기 다른 개성으로 독특함을 지녔지만 알고보면 그 또래의 순수함을 갖고 있는 여고생들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의 활약도 눈에 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케미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김 감독의 전작을 봤던 관객들이라면 쉽게 그의 독특한 세계관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이라면 특유의 '병맛 코드'로 문을 여는 작품이 맞지 않거나 과하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뚝심 있게 자신의 색깔로 풀어내면서 지금 어딘가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교사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재미와 메시지를 다 잡은 독특한 호러블리 영화의 등장이 반갑기에 오픈 마인드를 장착하고 한 번쯤 영화를 관람해 보라고 적극 권유하고 싶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94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