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재미는 '기리고'가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그 중심에는 모델 출신에서 비롯된 비율과 차분한 목소리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연기력을 자랑한 배우 현우석의 활약이 있었다. 냉철하고 이성적이면서도 뜨거운 순애보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현우석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각본 박중섭, 연출 박윤서) 공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기리고' 앱에 얽힌 비밀에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브레인 하준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4일 8부작 전편 공개된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어플리케이션 '기리고'의 저주로 인해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이 그 저주를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작품은 29일 기준 28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글로벌 톱10 비영어 쇼 4위에 등극했다. 또한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 총 37개 국가에서 톱10 리스트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현우석은 "단체 대화방이 지금 엄청나게 불타고 있다. 다들 고생했다고 서로 다독이고, 좋은 반응 올라오면 캡처해서 공유하느라 정신없다. 넷플릭스 1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이게 현실인가 싶어서 기분이 이상하면서도 너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우석은 오디션을 통해 '기리고'에 합류했다. 2부까지의 대본을 읽고 간 오디션장에서 그는 건우와 하준 두 역할의 대사를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한곳으로 기울어 있었다. "건우도 매력적이지만 하준에게 홀릭됐다"는 그다.
"하준이는 단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냉철하고 조용한 친구예요. 그런데 어플을 통해 일어나는 기묘한 일들에 반응하며 보여주는 모습들이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이 친구의 슬픔과 기쁨, 화남 같은 감정들은 어떻게 표현될지 파헤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제가 텍스트로만 봐도 하준이가 어떻게 말을 하고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잘 됐거든요."
현우석은 하준의 '똑똑함'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덧칠했다. 하준이가 공부를 잘하는 똑똑함을 가졌다면, 본인은 세상을 넓고 아름답게 보는 똑똑함을 지닌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러한 하준과의 높은 싱크로율 덕분에 박윤서 감독 역시 "깐깐해 보이지만 그 속의 착함이 하준과 맞닿아 있다"며 그를 낙점했다.
작품의 핵심인 '5인방'의 케미스트리는 철저한 고민 끝에 완성됐다. 현우석은 감독에게 누구와 더 친한지부터 물었다. 감독의 답은 "모두 똑같이 친하다"였다. 현우석은 그 대전제 안에서 하준이 가진 미묘한 감정의 결을 나누기 시작했다.
"세아는 하준이가 첫눈에 반한 상대잖아요. 그래서 세아를 바라볼 때는 애정 가득한 눈빛을 설정했어요. 반면 나리(강미나 분)와는 미묘한 스파크가 튀는 갈등 관계를 유지했죠. 건우(백선호 분)와 형욱(이효제 분)은 정말 믿음직한 친구라고 생각했고요. 특히 하준이와 나리는 서로의 짝사랑을 눈치채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는데, 그런 혐관(혐오 관계) 케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신기했어요."
특히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는 세아와 결계 안에 갇혔을 때다. "덥고 시간이 안 간다"는 세아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그의 불편함을 먼저 걱정하는 하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안겼다. 현우석은 "누군가를 좋아하면 눈빛부터 다르지 않나"라며 실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온도를 하준에게 투영하려 노력했다.
햇살(전소니 분)의 동생인 하준에게 방울(노재원 분)은 눈엣가시 같은 '매형'이다. 하지만 현우석은 실제 현장에서 노재원을 "나의 귀인"이라 부를 만큼 의지했다. 두 사람의 매형-처남 케미는 '기리고'의 긴장감을 환기하는 소중한 웃음 포인트였다.
"재원 형은 정말 저를 잘 끌어주셨어요. 고민이 많은 날이면 한 시간씩 전화로 상담해 주시고, 현장에서도 '우석아, 내 눈만 보고 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용기를 주셨죠. 하준이가 내뱉는 짜증이 시청자들에게 귀엽게 느껴져야 했는데, 재원 형이 그걸 다 받아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어플을 안 믿던 하준이가 방울의 진지하고 전문적인 모습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참 재밌었습니다."
공부만 하던 하준은 위기 상황에서 '불도저'로 변한다. 현우석은 이번 작품에서 누구보다 땀 분장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단체로 뛰는 장면에서 하준은 늘 가장 느리지만,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앞서 있었다.
"하준이는 사실 몸을 잘 쓰는 캐릭터는 아니에요. 하지만 세아를 향한 마음이 보여야 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열심히 뛰었어요. 단체로 뛸 땐 꼴찌일지 몰라도, 세아의 마음이 닿는 곳에는 가장 빠르고 열정적으로 뛰어가는 하준이고 싶었거든요. 세 번째 관문에서 모두를 속여야 했던 장면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커서 컷 소리가 나면 온몸이 젖을 정도였죠."
모델 출신인 현우석은 자신의 강점으로 '각도와 헤어스타일에 따라 변하는 이미지'를 꼽았다. 특히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스스로도 좋아한다고. 짧은 머리나 장발 등 새로운 외적 변신을 통해 언제든 관객들에게 무기를 꺼내 보일 준비가 돼 있다.
"학창 시절 역할을 많이 하긴 했지만, 연기를 꾸준히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인 역할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앞선 전작 중에도 있어요. 영화 '힘을 낼 시간'에서는 26살 아이돌로 나오는데 교복이 아닌 일상복을 입은 제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나아가 지금의 제 소원은 그저 '기리고'가 더 대박이 나서 시즌2까지 가는 것, 그리고 관객분들이 무탈하고 건강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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