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지향 무대'와 '헬로루키' 콘테스트로 수많은 실력파 뮤지션을 발굴하고 알린 '스페이스 공감'이 3년 만에 부활했다. 새로운 '스페이스 공감'에서 EBS가 그리는 청사진이 무엇이고, 현장 뮤지션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들어봤다. 더불어 또 하나의 '고품격 라이브 방송'으로 꼽히던 '문화콘서트 난장'의 근황도 함께 알아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EBS 간판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이 부활했다."
이 짧은 문장이 지닌 힘은 대단했다. 2023년 예산 부족으로 공연이 중단된 지 약 3년 만인 2026년 4월 3일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홀에서 재개된 무료 라이브 공연에는 무려 10만 명이 넘는 방청 신청이 몰렸고, 현재 밴드 신에서 가장 핫한 팀으로 꼽히는 장기하와 실리카겔, 한로로가 흔쾌히 출연을 승낙헸다.
또 관련 업계의 반응도 환영 일색이다. 밴드나 라이브 중심의 뮤지션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연히 좋은 소식이다. 우리 같은 가수들이 나가서 노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TV 프로그램"이라며 부활을 반겼고, 한 K팝 제작자도 "사실 우리나라 음악방송이 대부분 K팝 중심인 게 사실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도 바라던 일"이라고 '스페이스 공감'의 부활을 반겼다.
'스페이스 공감'의 공연 재개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공연이 중단되고 나서야 사람들이 '꼭 필요한 프로그램'으로 인식하게 됐고, 두 번째는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행위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은 구글이 동의의결 방안으로 '스페이스 공감'에 3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상생기금을 출연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윤동환 위원은 "오히려 3년간 공연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더욱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감이 있다"며 "최근 페스티벌이나 공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라이브 공연 문화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스페이스 공감'에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스페이스 공감'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공연 재개와 함께 몇 단계는 올라선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구글이 '스페이스 공감'을 위해 거액의 상생기금을 출연한 만큼 당분간 예산 부족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어떻게 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향후 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예상처럼 EBS는 '스페이스 공감'의 운영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다. <더팩트>는 EBS '스페이스 공감' 황정원PD에게 그 계획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먼저 EBS는 구글로부터 지원받은 300억 원을 향후 4년 동안 순차적으로 투입해 2026년에 약 50회, 4년간 약 300회의 무료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장기하, 실리카겔, 한로로가 출연한 '홈커밍데이'를 시작으로 AKMU(악뮤), 신인류, 소울 딜리버리의 공연이 진행됐고 김완선, 잔나비, 전진희, 다브다, 극동아시아타이거즈, 나윤선 등의 출연이 확정됐다.
그리고 이 300회의 공연에는 더 크고 더 다양한 곳에서 관객과 만나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당장 3일 재개된 '스페이스 공감'도 늘 녹화가 진행되던 EBS 스페이스 홀이 아니라 더 넓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홀에서 이루어졌다.
황정원PD는 "10월쯤에도 외부 공연장에서 '스페이스 공감' 공연과 녹화를 진행할 계획이 있다. 또 '헬로루키' 공연은 매월 정기적으로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릴 예정이다"라며 "방송을 고려한 촬영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장소에 한계가 있지만, 홍대를 중심으로 한 라이브 클럽과의 연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공감'은 꼭 수도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선숙 EBS 방송제작본부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EBS 2026 봄 개편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지역으로도 공연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문화 발전에도 공헌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세워진 것이 있는지 묻자 황정원PD는 "팬데믹 이전에 '찾아가는 공감' 시리즈로 지역의 곳곳에서 큰 규모의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다"며 "올 초 진행한 '파이오니어 시리즈'에서 부산 출신 밴드 세이수미의 공연을 부산의 작은 라이브 클럽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다양한 형태로 지역에서 진행 할 수 있는 공연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역시 페스티벌이다. 많게는 수만 명의 사람이 몰리는 페스티벌은 사실상 밴드 붐을 주도하는 중심축이자 라이브 공연 문화의 정점으로 꼽히고 있다.
황PD 역시 "'스페이스 공감' 타이틀의 페스티벌 개최는 제작진의 오랜 꿈이다"라고 '스페이스 공감 페스티벌' 개최에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그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하는 무료 페스티벌을 4년 안에 꼭 시작해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스페이스 공감'의 정체성인 '소극장 라이브'를 탈피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황PD는 "'소극장 라이브'는 '스페이스 공감'의 정수와도 같다. 이를 유지하며 중규모, 대규모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병행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더 많은 사람이 고품질의 라이브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면 이 역시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구글의 상생기금 지원이 끝나는 4년 후다. 상업적 수익 모델을 도입하기 어려운 공영방송의 특성상 300억 원의 기금이 모두 소진되면 또다시 예산 부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정원PD가 무료 페스티벌 개최를 '4년 안'으로 기한을 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황PD는 "EBS는 공영방송으로 수익 사업 추진에 제약이 많다. '스페이스 공감'을 시작하고 22년 동안은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송발전기금으로 제작됐고 향후 4년간은 상생기금으로 제작된다"며 "4년 후에도 공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제작비 확보 및 제작 시스템 효율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EBS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 확보와 젊은 층의 유입을 위한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황PD는 "디지털 네이티브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해 라이브 클립 등을 유튜브 채널에 지속적으로 업로드하고 있고, OTT에도 방송이 서비스되고 있다"며 "해외 음악 팬들을 위해 유튜브 채널에 영어 소개 및 영어 자막을 제공하는 시도도 병행하는 중이다. 한국의 대중음악을 더 많은 해외 팬에게 소개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황정원PD는 '스페이스 공감'의 존속에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결국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황PD는 "'스페이스 공감'이 가지는 의미는 '한국 대중음악의 아카이브'라고 생각한다"며 "공연과 방송을 많이 봐주고, 생생한 후기도 많이 공유해 달라. 그리고 음악가들에게 많은 응원과 사랑을 나눠달라. 시청자분들이 꾸준히 보고, 응원하고, 관심 가지는 한 '스페이스 공감'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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