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주지훈, 호기심과 본능 그리고 분석으로 쌓은 '20주년'


'클라이맥스' 방태섭 役 맡아 또 한번 인간 군상 조명
차기작은 '재혼황후'…쉬지 않는 '열일' 행보

배우 주지훈이 최근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 종영을 앞둔 최근<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송호영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주지훈은 스스로를 '본능에 충실한 잡식성 배우'라고 설명했다. 데뷔 후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오면서 매번 새 작품에 도전하는 그의 동력은 어쩌면 이 지점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호기심과 본능 사이에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주지훈이다.

주지훈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ENA 대회의실에서 <더팩트>와 만나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각본 이지원·신예슬, 연출 이지원)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방태섭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16일 첫 방송된 '클라이맥스'는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주지훈 분)과 그를 둘러싼 이들의 치열한 생존극을 그린 드라마다. 오는 14일 10부작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은 당초 19세 시청등급의 대본으로 시작했으나, 채널 편성 과정에서 15세로 조정되는 변화를 겪었다. 주지훈은 이 과정을 "귀한 공부"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설정은 19세인데 표현은 15세의 맥스를 취해야 했다. 워딩이나 행동을 수정하면서도 그 본질적인 텐션을 유지하는 방식이 이전과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화제가 된 추상아(하지원 분)와의 키스신에 대해서도 솔직한 견해를 전했다. 주지훈은 "부부간의 스킨십이라 사실 현실적으로 보면 별거 아닐 수 있는데, ENA라는 채널 특성과 광고를 기다리며 보는 TV 드라마라는 환경이 시청자들에게 더 파격적으로 다가가게 만든 것 같다"며 "플랫폼에 따라 관객이 받아들이는 관용의 범위가 다르다는 점을 새삼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정계와 재계, 연예계의 치부들이 적나라하게 얽힌 극의 특성상 실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이를 연기하는 주지훈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평소에도 머릿속에 실제 사건이 각인되는 순간 어떤 작품을 보든 틀에 박혀 해석할까 봐 뉴스를 깊게 들여다보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대신 그는 오히려 작품 속 인물들이 가진 '양가성'에 집중했다. 주지훈은 "방태섭은 박재상 사건을 묻어버린 악인이면서도, 정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다독이고 연민을 느끼지 않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이중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속 시원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주지훈이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에 출연한 이유와 방태섭 캐릭터에 대한 분석 등을 전했다. /스튜디오 지니

방태섭과 추상아의 관계를 두고도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앞서 다수의 시청자들이 주지훈과 하지원의 멜로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막상 뚜껑을 연 작품 속 두 캐릭터는 '비즈니스 파트너'에 가까웠다.

주지훈은 "태섭은 상아를 트로피처럼 활용해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몸 부대끼고 살면서 생긴 '전우애' 또한 사랑의 영역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기어 들어가는 쪽이 더 사랑하는 것이라면, 상아의 일을 수습하러 다니는 태섭이 더 상아를 필요로 했던 셈이라는 분석이다.

파트너 하지원에 대해서는 '신중한 베테랑'이라고 추켜세웠다. 주지훈은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조심 걸어가는 선배라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의 집중력을 지키면서도 주변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엔 말랑말랑한 로맨스가 없어서 아쉬웠다는 평가를 알고 있어요. 저도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누나와 나이 든 어른들의 제대로 된 멜로를 해보고 싶죠."

주지훈의 연기 방식은 독특하다. 대본을 붙들고 캐릭터를 홀로 연구하기보다 현장의 공기와 제작진과의 대화에 집중하며 작품 전체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에 주지훈은 "예를 들어 똑같은 나라도 오늘처럼 대회의실에서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하는 톤이나 삼청동에서의 톤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때문에 그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그 장면에서 자신이 어떤 '쓰임새'로 존재하는지를 먼저 파악한다.

배우 주지훈이 클라이맥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하지원과 최근 함께 예능 나들이에 나선 김남길 윤경호 등을 언급했다. /송호영 기자

연예계 대표 '다작 배우'인 주지훈은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비결로 '데미지 분산'을 꼽았다. 그는 "타 배우들에 비해 피로도를 10씩 할부로 나누는 편이다. 현장에서 미리 변수를 체크하고 대비하면 제로베이스에서 당황할 때보다 타격이 적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동료 배우들이 회복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을 때마다 "난 안 피곤한데?"라고 답한다는 주지훈의 말은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 동료배우 김남길 윤경호 등과 유튜브 '핑계고'에 출연한 주지훈은 비하인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질문이 나오자 수다쟁이로 묶이는 데 반발하며 "보셨다면 알겠지만 난 피해자다. 편집 장면만 2시간이고 녹화는 3시간을 넘게 했다. 그중에서 난 딱 영상에 나온 말만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기자가 그간 만나온 주지훈은 결코 두 사람에 비해 밀리지 않는다. 때문에 '핑계고'에서 주지훈의 '수다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을 전하자 그는 "난 일적일 말만 많은 것"이라며 "오늘처럼 인터뷰 같은 경우에도 일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니까 많이 하는 거다. 경호 형은 워낙 말이 많고 남길 형은 아무말이 많다. 반면 나는 필요한 말만 하는 타입"이라고 선을 그어 웃음을 안겼다.

현재 해당 영상은 1170만 뷰를 돌파한 상황. 이렇게 반응이 뜨겁고 많은 인기가 있을 줄은 예상 못했단다. 주지훈은 "왜냐하면 난 사실 경호 형이 이야기할 때 지루했다"며 "그런데 이를 통해 오히려 배운 것도 있다. 경호 형이 말을 맛깔 나게 하지만, 저희는 항상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할 줄 아니까 지루한 거다. 반면 정보가 없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보니 재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이마저도 분석해 웃음을 더했다.

차기작 '재혼황후'를 통해 데뷔작 '궁' 이후 다시 한번 왕족으로 돌아오는 주지훈은 "이해되지 않는 감성을 확인하고 싶은 호기심과 왜 인기가 많은지를 분석하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다"며 여전히 멈추지 않는 탐구욕을 드러냈다.

'클라이맥스'는 아직 2회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에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시청을 독려한 주지훈이다.

"세상에는 '저 사람 특이하다' 싶은 인간 군상이 정말 많잖아요. 전 그런 잡식성 호기심으로 대본을 봅니다. '클라이맥스'를 보시는 분들도 '저런 엿 같은 상황, 충분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숨기고 사는 감정들을 대놓고 말하는 이 장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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