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이솜이 '신이랑 법률사무소'에서 또 한 번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극의 중심에서 유연석이 존재감을 발휘하는 동안 이솜은 캐릭터의 복합적인 내면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신이랑 법률사무소'를 완성하는 건 이솜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이솜은 지난달 13일 첫 방송한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극본 김가영, 연출 신중훈)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망자의 한을 통쾌하게 풀어주는 신들린 변호사 신이랑(유연석 분)과 승소에 모든 것을 건 냉혈 엘리트 변호사 한나현(이솜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총 16부작으로 8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1회 시청률 6.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매회 입소문을 타고 상승 곡선을 그리다 6회에서는 10.0%로 자체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흥행의 중심에는 귀신 보는 변호사라는 독특한 콘셉트에 있다. 억울한 망자의 사연을 풀어주는 신이랑 변호사의 활약을 통해 안방극장에 통쾌함과 감동을 동시에 안기고 있는 것. 특히 유연석이 매회 보여주는 다채로운 빙의 연기가 극의 화제성을 견인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유연석 곁에서 서사의 균형을 잡고 감정의 층위를 더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솜이 연기하는 한나현이다.
한나현은 한 번도 패소한 적 없는 냉혈한 엘리트 변호사다. 오직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며 승소만을 목표로 달려온 인물이다. 이러한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힘은 온전히 이솜의 표현력에서 나오는 중이다.
이솜은 에이스 변호사라는 설정에 걸맞은 카리스마를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특히 초반부에서 한나현의 날 선 분위기를 또렷하게 세우는 데 성공했다. 반듯한 자세와 망설임 없는 말투, 단단한 목소리 톤은 한나현이 왜 업계에서 인정받는 변호사인지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솜의 진가는 한나현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선명해진다. 승소를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던 한나현은 신이랑과 얽히면서 조금씩 변화한다. 특히 자신에게 유리하면서도 불리한 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발견하고도 끝내 없애지 않는 선택은 한나현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과거 트라우마가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이솜의 섬세함이 더욱 돋보인다. 귀신에 빙의된 신이랑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버스에 치일 위기에 놓이고 그 순간 한나현에게 밀려드는 기억의 파편은 한 인물의 상처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솜은 놀람과 공포, 설명하기 어려운 죄책감이 한꺼번에 스치고 지나가는 짧은 순간을 과장 없이 붙잡아내며 장면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후 모든 상황이 끝났다는 걸 확인하고 주저앉아 안도의 숨을 내쉬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늘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냉정하게 움직이던 인물이 품고 있던 불안과 상처를 드러내며 한나현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무엇보다 이솜은 눈물 연기에서 강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귀신을 본다는 신이랑의 말을 믿지 않던 한나현이 신이랑에게 언니가 빙의된 뒤 두 사람만이 아는 기억을 마주하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터지는 대목이다. 이솜은 굳게 닫혀 있던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이 눈물로 터져 나오는 과정을 절제와 폭발 사이에서 절묘하게 조율한다.
이처럼 한나현은 다층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다.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계산적이고 매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상처와 결핍을 품고 있다. 이솜은 이 상반된 면을 억지로 섞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이면서도 그 모든 모습이 결국 한나현이라는 사람 안에서 이어져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신이랑 법률사무소'가 신이랑을 전면에 내세워 속도감 있게 달려간다면 그 반대편에서는 한나현이 드라마의 감정을 눌러 담고 있다. 그리고 이솜은 그 역할을 꽤 단단하게 해내는 중이다. 냉정함만 남을 수 있던 인물에 망설임과 균열, 후회와 온기를 차곡차곡 쌓아 올리면서 한나현을 살아 숨 쉬는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신이랑 법률사무소'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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