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他者)의 시선③] "지속 가능성이 핵심"…K-콘텐츠가 가져야 할 책임감


'성지순례형 관광' 인기…도시 자체가 콘텐츠
"쉽게 꺼지지 않을 구조적 변화"…관건은 콘텐츠의 퀄리티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성곽길은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와 진우가 데이트를 즐긴 장소다. /이상빈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신보 제목이 '아리랑'인 시대다. 그야말로 신(新) 한류 열풍이 도래했다. 특히 K-콘텐츠의 인기가 눈에 띈다. 이제 한국 콘텐츠는 글로벌 OTT 순위권에 밥 먹듯이 이름을 올린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흐름에 정점을 찍으며 K-컬처가 글로벌 트렌드라는 것을 증명했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역시 단순한 관광을 넘어 콘텐츠 속 '한국'을 직접 경험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더 이상 익숙한 관광지에 머무르지 않는다. 콘텐츠가 비춘 한국의 일상은 곧 새로운 여행 목적지가 된다. 이에 <더팩트>는 '타자(他者)의 시선'으로 바라본 K-콘텐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K-콘텐츠 열풍 이후 관광객들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유의미하게 드러난다.

서울시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해 7월 한 달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총 136만 명이다. 이는 2024년 같은 달 대비 23.1% 증가된 수치며 역대 최대치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한국의 이미지가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화는 관광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동, 홍대 같은 전통적인 관광지에 머무르기보다 특정 콘텐츠 속 장소나 일상적인 도시 공간을 직접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성지순례형 관광'이다.

도심 가운데 흐르는 청계천의 자연은 외국인들에게 이색적인 풍경이다. /강신우 기자

한강, 덕수궁 돌담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청계천 일대 등에서 외국인 방문객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역시 K-콘텐츠의 영향이 크다. 콘텐츠 속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거닐었던 장소는 이들에게도 익숙한,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안전성과 접근성을 갖춘 도심 공간이 주요 방문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지도 서비스, 번역 앱 등을 갖춘 디지털 환경의 발달 역시 개별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맞춰 콘텐츠 연계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관광 동선을 다변화하고 있다. 또한 AI 기반 다국어 안내서비스, 관광객 대상 해외 특송 서비스 등 관광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있으며 도심 곳곳에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체험형 콘텐츠를 운영해 전통문화와 현대적 매력이 공존하는 도시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 제28회 보령머드축제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했다. /뉴시스

이는 비단 서울 뿐만 아니라 지역 관광 발전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서울관광재단은 보령시, 안동시, 문경시 등과 업무협약(MOU)를 맺고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지속 가능한 협력 네트워크를 조성했다.

특히 보령시의 경우 '서울-보령 머드 트레인'을 특별 운영하며 외국인 관광객들의 보령머드축제 참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안동시는 서울컬쳐라운지와 함께 '하회탈 만들기' '솟대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서울관광재단 관광인프라팀 이지영 씨는 "지역과의 협업으로 지역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만들면 이를 통해 지역 관광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업무협약의 의의를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3월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 설치된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의 컴백 랩핑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렬 기자

결국 K-콘텐츠의 유행이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광과 산업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순한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에 가깝다고 진단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실 K-콘텐츠가 여기까지 온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의 흐름은 특정 작품이나 인물, 이벤트에 의해 만들어진 단기적인 반짝 현상이라기보다, 이미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상태이기에 형성된 규모 자체가 쉽게 사라질 단계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전에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끝났다면, 지금은 콘텐츠를 매개로 실제 공간을 경험하려는 욕구가 강해졌다"며 "이제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처럼 소비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기 강(오른쪽)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결국 관건은 '지속성'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질적 성장과 균형 잡힌 이미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 평론가는 "지금까지 K-콘텐츠가 성공적으로 성장해온 만큼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며 "내용, 연기, 연출 등 전반적인 콘텐츠의 퀄리티를 끌어올려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 관광인프라팀 이도은 씨 역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서울컬쳐라운지에 방문했다"며 "웰메이드 K-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지자체나 관광재단 역시 이와 연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더 많은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신 한류 열풍은 더 이상 특정 장르나 콘텐츠에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 공간과 경험으로 확장되며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고 있고, 관광·콘텐츠·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그 흐름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장기적인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을지는 결국 콘텐츠의 방향성과 만들어가는 이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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