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온유가 매력적인 음색에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보컬리스트라는 건 음악을 좀 듣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뻔한 사실이다. 보이그룹 샤이니 활동뿐만 아니라 솔로 아티스트로서도 꽤나 묵직하게 쌓아 온 결과물이 이를 증명한다. 온유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보컬과 가창력을 직접 설계해 사용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온유는 지난 9일 미니 5집 'TOUGH LOVE(터프 러브)'를 발매했다. 지난해 7월 발매한 정규 2집 'PERCENT(퍼센트)' 이후 8개월 만의 신보다. 온유는 이 앨범에서 역시나 걸출한 가창력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전과 달라진 점도 뚜렷하다. 온유의 음색은 단순히 전달 수단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재료라는 점이다.
이 앨범은 신곡들을 엮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온유가 자신의 음악을 설명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은 작품이다.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랑'을 주제로 내세웠고, 전곡 가사를 썼으며, 또 처음으로 타이틀곡 작곡에 참여했다. 가장 흔한 '사랑'이라는 주제를 내세웠지만 그것을 직접 쓰고 직접 빚어냈다는 점에서 결코 뻔하지 않다.
이번 앨범의 핵심은 사랑을 다루는 태도에 있다. 소속사는 이 앨범이 뻔한 사랑 이야기를 벗어나 '다양한 사랑의 단면을 엮은 책'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사랑을 하나의 감정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각기 다른 결의 장면들로 분해하려는 시도이고, 실제로 각 곡들에서 그 이야기와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설렘, 헌신, 균열, 거짓, 이별 이후의 해방감까지 트랙마다 다른 온도의 감정이 배치돼 있다. 온유는 사랑을 부드러운 감정만으로 포장하지 않고, 견뎌야 하는 것, 자신을 바꾸는 것, 때로는 상처와 분별을 동반하는 것으로 바라본다. 'TOUGH LOVE'는 사랑의 찬가라기보다 사랑이 인간을 어떤 방식으로 흔들고 단련하는지에 대한 기록인 셈이다.
이처럼 앨범을 들여다 봤을 때, 'TOUGH LOVE'는 온유가 보컬리스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정서를 설계하는 창작자로 자리매김하려는 큰 발걸음이다. 온유의 작사와 작곡은 단지 크레딧 한 줄이 늘어난 게 아니다. 온유가 이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곡의 감정과 구조를 직접 매만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아티스트를 넘어 프로듀서로서 앨범의 중심축을 단단히 세웠다"는 소속사의 표현도 온전히 받아들여진다. 곡의 면면을 들여다 보면 이는 확신이 된다.
'Dot dot dot (...)(닷닷닷)'은 말줄임표 뒤의 미묘한 긴장을 '24시간 이어지는 티키타카', '잠들기 전 Lullaby' 등 현실감 넘치는 가사로 풀어낸 알앤비다. 온유는 생활의 디테일에서 사랑의 감정을 포착했다. 이는 이번 앨범이 추상적 담론보다 구체적 장면을 통해 감정을 세우는 방식에 가깝다는 것을 예고한다.
'TOUGH LOVE'는 곡 초반의 서정적 보컬과 후렴의 강력한 드랍이 공존하며, '사랑이기에 아픔을 견디고 잠재력을 깨운다'는 메시지를 사운드로 밀어붙인다. 주목할 건 온유가 자신의 강점인 섬세한 정서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드랍 중심의 보다 직접적인 사운드 쾌감을 택했다는 점이다. '변화'와 '확장'을 설득력 있게 드러내는 곡이다.
'Flex on me(플렉스 온 미)'는 사랑을 다루는 방식의 재치를 보여준다. 'Flex'라는 키워드를 물질적 과시가 아닌 사랑의 헌신으로 치환하고 화려한 기교보다는 탄탄한 리듬감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온유가 사랑을 낭만적으로만 묘사하지 않고 동시대적 언어를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새로 번역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Lie(라이)'는 가스라이팅과 거짓으로 점철된 관계의 피폐함을 감각적인 루프와 샘플 재배치로 청각화했다. 이는 온유가 감정을 노래하는 차원을 넘어 사운드 디자인과 정서 서사를 결속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타이틀곡과는 다른 측면에서 곡의 질감과 드라마를 고민한 흔적이 짙게 느껴진다.
마지막 곡 'X, Oh Why?(엑스, 오 와이?)'는 사랑으로 채운 다른 앨범들과의 간극을 확실하게 넓힌다. 이별을 고하는 차가운 가사와 폭발적인 드랍, 신나는 비트를 결합한 역설적 구조는 슬픔의 정직한 재현 대신 이별 이후의 해방감과 에너지를 표현한다. 온유는 이 앨범이 감상적인 사랑의 기록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며 문을 닫는다.
온유는 자신의 강점으로 익히 알려진 음색과 서정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그것을 더 이상 안전한 이미지에만 가두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의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그 감정이 어떤 구조와 질감으로 들려야 하는지까지 설계했다. 결국 미니 5집은 '새로운 도전'이라는 상투적 문장보다 더 구체적인 의미를 갖는다.
'TOUGH LOVE'는 온유가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사랑을 노래한 앨범인 동시에, 자신의 음악 주도권을 더 힘차게 쥐기 시작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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