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붐'은 불완전하다. 최근 몇 년 사이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여러 밴드가 인기를 얻었지만, 페스티벌 수가 늘어나면서 '라인업이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한국 록의 최전성기를 이끈 80년대 1세대 메탈 밴드나 헤비니스 같은 특정 장르를 전문으로 하는 밴드는 좀처럼 페스티벌에서 보기 어렵다는 점은 '밴드붐은 일부 인기 밴드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게 한다. 이에 <더팩트>는 80년대를 이끈 로커와 마이너 장르 밴드들의 생각과 함께 최근 빠르게 늘고 있는 '보이밴드'의 목소리도 더불어 들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미국 매거진 포브스에 따르면 '2025년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린 뮤지션'에 메탈리카(14위), 린킨파크(19위), 아이언 메이든(25위)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변함없는 인기는 '헤비니스' 장르가 여전히 대중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례로 종종 언급되지만 많은 전문가는 '현실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에서는 '헤비니스 소외 현상'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실제 헤비니스 장르에 속하는 헤비메탈이나 뉴메탈, 하드코어 등을 하는 국내 뮤지션이 대형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사례는 손에 꼽으며, 그마저도 서태지 신해철 YB 등 일부 곡이 헤비니스 계열에 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이마저도 2000년대 초반의 이야기고 2020년대에 들어서는 헤비니스 밴드는 대부분이 1000석 규모의 공연장을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단독 콘서트로 동원할 수 있는 규모가 한정되다 보니 이들이 대규모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는 결국 페스티벌로 한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 페스티벌마저도 헤비니스 밴드의 출연 비중을 점점 줄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이 펼쳐진다. 무대를 할 기회가 줄어드니 관객 유입이 안 된다는 주장과 관객이 많지 않으니 무대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반복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음악 신의 흐름을 보면 후자의 주장이 더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헤비니스 부문 선정위윈을 맡고 있는 임희윤 평론가는 "페스티벌이 많아졌지만 '록 페스티벌'이라고 부를만한 페스티벌은 적다. 대부분 뮤직 페스티벌로 방향성을 잡으면서 헤비니스 밴드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현 페스티벌 업계를 분석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헤비니스의 인기나 붐이 짧았던 것도 요인이다.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헤비니스 밴드는 크래쉬(CRASH)정도가 거의 유일하게 꼽히는 수준이다. 서태지가 하드코어와 이모코어를 내세웠던 2000년대 초반 이후 헤비니스 장르의 인기는 급격히 식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임 평론가는 메탈리카나 린킨파크, 아이언 메이든은 이들이 특별한 사례이지 이를 일반화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평론가는 "메탈리카나 린킨파크, 아이언 메이든은 전 세계적으로 팬이 있는 글로벌 인기 밴드다. 전 세계의 팬이 모이니 지금 같은 인기가 성립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국내 헤비니스 밴드들은 글로벌화를 이루지 못했고 시장이 제한적이다. 그러다 보니 입지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직 헤비니스 밴드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한국 헤비메탈 밴드의 대표 주자 크래쉬의 기타리스트로 활약했고 현재 하드록 밴드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의 프론트맨으로 활동 중인 이성수 역시 "메탈리카, 아이언 메이든, 린킨파크는 그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도 이들이 누구인지는 모두 알고 있고, 들으면 아는 메가 히트곡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히트곡을 갖고 있는 것과 전 세계 60억 인구를 대상으로 히트곡이 있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세계적인 헤비니스 밴드가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밴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 밴드는 정말 몇몇에 불과하다. 언급한 메탈리카나 린킨 파크, 아이언 메이든 같은 밴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됐다. 엄청난 팬과 시장을 갖고 있는 밴드면서도 꾸준히 활동하며 한 노력한 대가가 아닌가 싶다"며 "반대로 과거 해외 유명 밴드 멤버인데 기타 레슨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다. 헤비니스 장르의 쇠퇴는 꼭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쇠퇴의 속도나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점은 이들 모두 인정했다. 이성수는 "국내 시장은 유행에 민감하다. 최근에도 두쫀쿠가 크게 인기 있다가 금방 유행이 식었다. 이게 비즈니스로 접근하면 치고 빠지기 좋지만 문화라는 것은 그렇지 않다. 계속 이어지고 지속돼야 하는데 '문화를 포장한 상품'들로 휘발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수는 이 비즈니스 논리를 몸으로 직접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1990년대에는 제일기획의 '오렌지 파퓰러', 오리콤의 '포엠', 대홍기획의 '비앤비', SKC의 '메탈포스', CJ의 '녹스(Knox)' 등 대기업이 음반 레이블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던 시기가 있었다. 크래쉬도 '메탈포스'를 통해 음반을 발매했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성수는 "그 당시에 SKC에서 메탈포스라는 레이블을 만들어 세계적인 프로듀서 콜린 리처드슨(Colin Richardson)을 불러서 작업하고 그랬다. 그때는 헤비메탈이 젊음을 대표하는 음악이라는 분위기가 있어서 여러 기업이 유명 프로듀서를 불러서 음반 제작하는 유행이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기업은 결국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성수는 "대기업은 철저하게 기업 이윤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 기업의 수익에 필요가 없으면 한 번에 확 빠져버린다"며 "그들은 계속하는 게 이익인가 아닌가가 기준이다. 사실 이들이 문화 가치를 지킬 의무도 없긴 하지만, 한 번에 확 빠져나가면서 헤비니스 인기도 급격히 하락한 감이 있다"고 당시를 돌이켜 봤다.
물론 이는 여러 가지 원인 중 하나를 거론한 것일 뿐이지 헤비니스의 쇠퇴를 이들의 탓으로 돌리는 의미는 아니다. 더군다나 현재 헤비니스 장르의 쇠퇴는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의 성향과 취향의 영향이 더 크다.
임 평론가는 "그래도 아직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나 '부산국제락페스티벌',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같은 곳에서는 헤비니스 장르를 초청하고 있다. 또 막상 이들 공연을 보면 현장감이나 분위기는 정말 좋다. 하지만 그건 장르의 인기라기보다 페스티벌 자체의 문화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례로 지난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헤비메탈 밴드 메써드(METHOD)가 올라왔을 때 현장 분위기는 최고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음원 스트리밍의 증가로 이어지거나 그렇지는 않았다"며 "평소에 헤비니스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그 페스티벌의 현장감과 분위기를 즐기는 리스너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점도 헤비니스가 우니나라에서 뿌리내리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이성수도 공감하는 바다. 이성수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그때 이 문화를 못 누렸던 젊은이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들 세대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음악이 취향과 성향, 나아가서는 성격까지 지대한 영향을 주는 콘텐츠였다면 요즘에는 BGM이나 놀이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음악에 열광하기보다 상황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또 페스티벌 라인업이 대동소이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나 다양한 구성을 보고 페스티벌을 가는 게 아니라 이벤트에 참여하는 느낌으로 페스티벌을 찾는다. 결과적으로 누가 무대에 올라와도 그렇게 반응하는 문화가 된 거다. 특정 밴드나 장르, 음악에 빠지거나 하는 사례가 잘 안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성수가 주목한 대목은 이제는 음악도 '시각'이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이성수는 "최근에는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음악을 만들고 발표해도 반응이 없다가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갑자기 크게 화제가 되는 사례도 자주 봤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뮤지션도 비주얼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쓰게 된다. 작은 공연장에서부터 힘들게 공연을 하는 것보다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서 온라인에서 붐업을 일으키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식이다"라고 현재 공연계 분위기를 언급했다.
실제로 최근 밴드 신에는 음악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함께 앞세운 보이 밴드나 아이돌 밴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성수의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 '아이돌 밴드의 증가'는 여전히 찬반의 논리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주제기도 하다.
이에 현역 아이돌 밴드와 페스티벌 업계 관계자를 만나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계속>
[밴드붐은 없다①] '록 페스티벌'인데 왜 1세대 전설은 안 보일까
[밴드붐은 없다③] '아이돌 밴드' 꼬리표 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