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실패도 성공도 아닌 그저 과정"…이해인의 도전 서사


10년 이상 준비한 데뷔 대신 디렉터로 전향해 승승장구
자신의 회사 올마이애닉도츠 설립하고 새로운 도전 나서

K팝 연습생에서 K팝 기획사 설립자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이해인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올마이애닉도츠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10년을 노력한 끝에 K팝 그룹을 만드는 사람이 됐다.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문장이지만 담담한 팩트가 그렇다. 더군다나 그 과정을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기까지 했다.

2016년 Mnet '프로듀스101'에 출연해 이름을 알린 '연습생 이해인'이 딱 10년이 지난 2026년, 연예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의 'CCO(Chief Creative Officer,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이해인'이 돼 돌아왔다.

이해인의 이러한 커리어 변신은 이미 수년 전 예고된 일이기도 하다. 2022년부터 그는 자신의 데뷔가 아니라 새로운 K팝 그룹을 데뷔시키기 위한 작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이해인이 제작과 기획에 참여해 세상에 등장한 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는 데뷔와 동시에 뛰어난 음악성과 비주얼로 단숨에 큰 주목을 받으며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올랐다.

시작과 동시에 확실한 성공사례가 나오자 자연스럽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을 찾는 곳도 많아졌다.

2024년 JTBC에서 방영한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젝트7'에는 참가자가 아니라 디렉터로 신분이 상승해 출연하게 됐고, 이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된 클로즈 유어 아이즈(CLOSE YOUR EYES)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해인은 워너 뮤직 코리아 이사 출신 김제이와 손잡고 자신의 회사 올마이애닉도츠를 설립해 직접 제작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올마이애닉도츠의 첫 번째 아티스트인 버추얼 그룹 오위스(OWIS)가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새로운 자리에서 또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이해인을 26일 오전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그의 경영 철학과 비전,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앞서 말했듯 이해인이 그동안 데뷔를 위해 들인 노력을 떠올리면 그의 제작자 변신은 그 자체로 매우 놀라운 소식이다.

이해인이 세상에 처음 제대로 이름을 알린 것은 2016년 '프로듀스101'이지만 이미 2010년부터 고향을 떠나 연습생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으며 그사이 거쳐 간 소속사만 해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CJ E&M, SS엔터테인먼트 등이다.

또 '프로듀스101'에 함께 출연한 김소희 윤채경 이수현 한혜리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I.B.I를 결성하고 데뷔 싱글을 내놓기도 했으나, 상당히 괜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딱 한 주만 활동하고 해체하면서 비운의 그룹으로 남았다.

이후 데이데이(DAYDAY)라는 그룹으로 정식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고, 다음 행보로 선택한 것은 Mnet '아이돌학교'였다. 그리고 잘 알려졌다시피 '아이돌학교'에서의 이해인은 상상도 하지 못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데뷔가 좌절되는 아픔을 겪고 말았다.

이 정도면 세상이 '억까(억울하게 까인다는 신조어)'한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이해인은 결코 꺾이지 않았다. '아이돌학교' 이후로도 이해인은 OST 위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고 그런 그에게 찾아온 기회가 바로 S2엔터테인먼트였다.

이해인은 "S2엔터테인먼트 대표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고 있었다. 같이 곡 작업도 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아도라(ADORA)를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대표가 '차라리 회사에 들어와서 일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해인은 일단 무턱대고 제안을 받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서 일을 시작하니 그의 재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운 걸그룹을 하자는 말에 예전에 같이 연습했던 친구들이 생각나서 나띠를 데려왔다. 그때 나띠가 쥴리와 같이 준비하고 있어서 둘 다 데려왔다"며 "하늘은 오디션을 통해 정석적인 코스대로 선출한 멤버고, 벨은 처음에 작곡가라고 해서 소개받았다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1년 동안 설득한 끝에 합류를 시켰다. 처음에는 벨이 심신의 딸인지도 몰랐다"고 키스 오브 라이프의 탄생 비화를 털어놓았다.

멤버가 모두 모이자 디렉팅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해인은 "업무에 대한 자신감이라기 보다 '나띠가 뭘 잘하는지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회사의 입장이 아니라 같은 연습생으로서 나띠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보니 뭘 좋아하고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이런 대화를 토대로 매력적인 그룹을 만들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키스 오브 라이프의 슬로건을 '자유'로 정하고 콘셉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해인은 S2엔터테인먼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해 키스 오브 라이프의 멤버 구성부터 콘셉트까지 많은 부분에 참여해 이들의 성공을 이끌었다./올마이애닉도츠

결과를 놓고 보면 이해인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들인 것은 대성공이지만, 사실 그전까지 관련 업무 이력이 전무한 그를 채용해 멤버 구성과 콘셉트 등을 맡긴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이해인도 이를 알기에 뒤처지지 않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다행히 그에게는 오랜 기간 K팝 업계에서 활동하며 쌓은 예리한 감각이 있었다.

이해인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사수가 있거나 인수인계를 받은 것도 아니었어서 내 스스로 나만의 룰을 만들어 나갔다"며 "그 과정에서 나도 공부하기도 하고 다른 회사의 사람들을 만나 배우기도 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작게는 뮤직비디오부터 크게는 회사의 모든 브랜딩까지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나를 많이 믿어준 것도 맞다. 하지만 나에게만 기회를 준 건 아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 비슷한 제안서를 제출받았는데, 블라인드 투표 결과 내 안건이 채택됐다. 그래서 더 많은 힘을 실어 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렇게 키스 오브 라이프를 성공적으로 론칭하자 이해인에게는 남자 그룹의 데뷔를 맡을 기회가 찾아왔다. '프로젝트7'의 디렉터로 참여한 소감을 묻자 이해인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나는 항상 참가자였는데 갑자기 심사위원이 됐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예전부터 심사위원을 하고 싶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을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나. 그것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도 내가 정식으로 데뷔해 K팝 그룹으로는 성공하지는 못해서 아마 심사위원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안이 와서 정말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심사위원 이해인이 프로그램 참가자에게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딱 한 가지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해인 본인이 바로 이 사례의 가장 대표적인 예시라서 더 그렇다.

이처럼 제작자로서 승승장구하며 착실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 이해인은 돌연 독립을 결심한다. 소속 회사와 불화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직 열정과 패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체력이 남아 있을 때 진정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이해인은 "내가 키스 오브 라이프 회사에 4년 정도 있었다. 그사이 30대가 되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 회사에 남아 있는 것도 안정적이지만 조금 더 밖에서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며 "회사를 나오고 나서 여러 제안이 있었는데, 그중에 제일 도전적일 것 같은 제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 제안자가 김제이 대표고, 이들이 설립한 회사가 바로 올마이애닉도츠다. 이해인은 "김제이 대표는 음악취향도 비슷하고 글로벌 시장에 전문가다. 또 K팝 업계 전반을 직접 경험하고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새로 시작하면 재미있게 잘 맞춰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올마이애닉도츠 설립 이유를 알렸다.

그리고 이해인은 올마이애닉도츠를 기민하고 유연하며 색과 서사를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해인은 "현실적으로 신생 회사는 대형 회사와 겹치지 않는 노선에서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대형 회사의 프로세스를 우리가 따라 하기 어렵지만 반대로 이미 규격화된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회사들도 우리 프로세스를 따라 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오디션보다는 캐스팅 위주로 아티스트를 뽑고 있고, 그중에서도 색이 있는 친구들을 찾고 있다. 그런 친구들을 잘 포장해서 내보이는 게 우리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명이 'All My Anecdotes(올 마이 애닉도츠, 나의 모든 서사)'다"라며 "나는 '의미없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스태프의 시간도 내가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우리가 보여줄 콘텐츠는 그 모든 사람의 서사를 담고 싶다. 데뷔와 함께 자기만의 이야기와 서사를 보여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경영철학을 밝혔다.

이해인은 자신이 설립한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를 서사가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올마이애닉도츠

올마이애닉도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반가운 이름도 들을 수 있었다. 이해인에 따르면 '프로듀스101'에 함께 출연했고 이후 그룹 다이아(DIA)의 멤버로 활동했던 기희현이 현재 올마이애닉도츠의 직원으로 근무 중이다. 아티스트가 아니라 직원으로 일하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이해인은 "내가 '프로듀스101'이나 '아이돌학교' 같이 참가했던 친구들은 물론이고 프로미스나인 친구들하고도 계속 친하게 지낸다. 기희현도 계속 친하게 지내다가 이번에 함께 일하게 됐다. 도움을 줘서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렇게 새로운 도전과 출발에 나선 이해인은 과거 데뷔를 위해 노력했던 시간은 물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자신은 성공도 실패도 하지 않았고 단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이해인은 "성공이나 실패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성공이든 실패든 뭔가 결론을 내려버리면 끝을 정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그렇다. 아직은 과정에 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고, 과거 연습생 생활과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경험이 디렉터가 되는 데에 도움도 됐다. 모든 게 지금의 과정을 이어가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담담하게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이어 그는 "만약 내가 '프로듀스101'이나 '아이돌학교'에서 데뷔를 했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같다. 지금 와서는 그때 데뷔를 못 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덕에 인생의 2막을 열게 돼 그렇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해인이기에 납득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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