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은 나의 힘"…하예린, '브리저튼4'으로 증명한 존재감(종합)


'브리저튼' 시즌4 소피 백 役으로 새롭게 합류 
영화 같았던 만남부터 인종 차별에 대한 소신까지

배우 하예린이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하예린이 전 세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브리저튼' 시즌4의 중심에서 자신만의 색을 또렷이 각인시켰다. 소피 '백'이라는 이름에 담은 자부심부터 배우로서의 책임감까지 하예린은 극중에서도 현실에서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당당한 주체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 기자간담회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주인공 소피 백 역할을 맡은 배우 하예린이 참석해 작품을 향한 애정부터 배우로서의 책임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19세기 영국 상류사회를 뒤흔든 스캔들과 로맨스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브리저튼'이 최근 시즌4로 돌아왔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지난 1월 29일과 2월 26일 파트1과 파트2로 나눠 각각 공개됐다.

'브리저튼'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 분)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분)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시리즈다.

매 시즌 큰 사랑을 받았던 '브리저튼'은 이즌 시즌4 역시 글로벌 TOP 10 쇼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그 중심에는 하예린이 있었다. 하예린은 한국계 오스트레일리아의 배우로 넷플릭스 시리즈 '서바이버스', 파라마운트+ 드라마 '헤일로' 등에 출연했다. 특히 '헤일로'의 관 하 역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브리저튼' 시즌4의 새 주인공으로 낙점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브리저튼' 시즌4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소피 백은 사교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용주 밑에서 하녀로 일하며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고, 넘치는 기지로 언제나 자신의 상황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내는 인물이다. 어느 날 변장을 하고 바이얼릿 브리저튼의 가면무도회에 참석해 베네딕트 브리저튼을 만나면서 상황이 극적으로 변한다.

하예린과 '브리저튼'의 만남은 그야말로 영화 같았다. 태안에 있는 어머니 집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에이전시로부터 "24시간 안에 오디션 영상을 보내라"라는 긴박한 연락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하예린은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고 최선만 다했는데 이후 강남에서 엄마와 밥을 먹다 최종 합격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며 우셨다"고 돌이켰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눈길을 끄는 건 주인공 소피의 성씨가 '백'으로 결정된 배경이다. 하예린은 "미팅 당시 단순하게 B로 시작하는 성이 뭐가 있냐고 묻길래 '백'을 제안했다"며 "한국 배우로서 내 정체성에 맞는 성으로 바꾸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가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본명 '하예린'을 고수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장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이름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배우 하예린이 자신이 생각한 브리저튼 시즌4의 중심 내용과 소피 백의 해석을 밝혔다. /넷플릭스

소피 백이란 인물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하예린은 "위트 있고 지능이 뛰어난 인물이다. 겉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연약한 매력이 있어 연기하는 재미가 컸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 역시 재치가 있고 도덕적 기준이 높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 '나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인가'로 고민해본 적도 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돼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하예린은 '브리저튼' 시즌4의 핵심은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9세기 설정이지만 인종적으로 다양한 배우들이 함께한다. 과거의 배경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풀어내느냐가 힘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디에 속하느냐보다 인간의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서 제기된 '신데렐라 서사'라는 일부 평가와도 다른 소신을 전했다. 하예린은 "1회를 제외하면 단순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아니다. 소피의 트라우마와 감정선에 더 무게를 뒀다"며 "우리 이야기는 구원의 손을 즉각 잡지 않는다. 상대가 진짜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계층과 지위를 넘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사랑을 쟁취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설명했다.

베네딕트 역을 맡은 배우 루크 톰프슨과의 호흡도 언급했다. 하예린은 "억지로 케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촬영을 시간 순서대로 진행해 서로를 알아가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쌓였다"며 "3회 주요 장면의 경우에는 조금 일찍 찍으며 관계의 결이 잡혔다"고 전했다.

'브리저튼' 시리즈 특성상 수위 높은 노출 장면도 어느 정도 각오해야 했다. 하예린은 "촬영 전 부담이 컸다. 여성의 몸을 쉽게 평가하는 시선이 두려웠다"며 "한국에서 자라며 미의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려 했던 경험도 영향을 줬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현장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그는 "모든 장면을 안무처럼 짜주고 배우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도와줬다"며 "덕분에 최선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두려웠지만 도전하고 넘어섰을 때 성장했다고 느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배우 하예린이 최근 불거진 인종 차별 논란과 브리저튼 시즌4 속 수위 높은 장면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넷플릭스

앞서 언급한 만큼 '브리저튼' 현장 분위기는 하예린에게 많은 배움의 장이 됐다. 특히 그는 "7년 배우 생활 중 가장 평등하고 다양성을 존중받았던 현장"이라며 "촬영 기간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유색인종 배우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공평해졌다. 오디션 기회가 늘어난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최근 화보 촬영을 둘러싼 인종 차별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하예린은 "나는 현장에서 크게 차별을 느끼진 않았다"면서도 "세부 디테일이 간과됐을 수는 있다. 이 부분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혐오로 번지진 않았으면 한다"고 조심스랍게 덧붙였다.

차기 시즌 출연 가능성에 대해서는 "브리저튼 가족에 속해 있으니 다음 시즌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전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입지를 다진 하예린이다. 그의 추후 활동에도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하예린은 "부담은 모든 작품을 선택할 때 있다. 나에게 호기심을 주는 인물인가.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인가에 집중하다 보니 부담보다 그게 중요할 것 같다"며 "누군가에게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보단 스스로 증명해야겠단 부담이 크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한국어를 할 때 호주 발음이 섞인 것 같아서 걱정도 되지만 한국 작품 또한 기회만 있다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하예린이 출연한 '브리저튼' 시즌4는 넷플릭스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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