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음반을 구분할 때 흔히 사용하는 '싱글', '앨범', 'EP' 등의 단위는 대부분의 사람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단어다. 하지만 의외로 각각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심지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관계자들마저 혼·오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싱글, 앨범, EP 등 음반을 구분하는 단위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사실 인류가 음악을 녹음해서 재생하기 시작한 기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토머스 에디슨이 최초의 축음기를 개발한 것이 1877년으로, 2026년 1월을 기준으로 해도 아직 150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는 심각하게 빈약한 내구성과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 쉽게 자리 잡지 못했고, 이를 대신해 등장한 것이 스탠다드 플레잉 레코드(Standard Playing Record), 이른바 SP다.
독일 출신의 발명가 에밀 베를리너가 1883년 원시적인 형태의 제품을 발명한 이래 SP는 개량을 거듭하며 차츰 시장을 넓혔고 19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사실상 음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는 데에 성공했다.
특히 1903년에는 기존의 17.5cm 규격보다 큰 25cm와 30cm 규격의 판이 나오면서 SP판 한 면에 3분에서 4분 30초까지 녹음할 수 있게 됐고 1904년에는 양면 SP가 등장해 한 장에 최대 9분까지 녹음이 확장됐다.
대중음악의 런닝타임이 대부분 3분에서 4분 30초인 이유도 대중음악이 SP의 녹음 시간에 맞춰 제작되면서 이것이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또 양면 SP가 등장하기 전에 SP는 음반 1장당 3분에서 4분 30초 사이의 음악 1곡이 수록됐기 때문에 '싱글(Single)'이라고 불렸고 이는 그대로 SP를 가리키는 명칭이 됐다. 즉 싱글은 하나 혹은 두 개의 곡이 수록된 음반 형태를 가리킨다. '앨범(Album)' 역시 기원은 SP부터다. 음반 1장당 1곡, 많아야 2곡을 담는 것이 한계였던 SP는 여러 장의 음반을 바인더로 엮어 사진 앨범과 비슷한 형태로 판매하기도 했다.
그리고 1948년, 미국의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대망의 롱 플레잉 레코드(Long Playing Record), LP를 선보이면서 음반 1장에 45분에서 60분까지 음악을 녹음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흔히 '정규앨범'이라고 불리는 음반의 곡 수가 10곡 내외인 것도 LP의 녹음 시간에 맞춰진 것이다. 또 과거 SP가 여러 장의 음반을 하나로 묶어 앨범이라고 판매하던 것이 LP로 이어져, LP 음반의 단위가 그대로 '앨범'이 됐다.
그러므로 일부 K팝 그룹이 새 음반을 발매할 때 '싱글 앨범'이라고 쓰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표현이다.
'싱글', '앨범'과 함께 최근 음반 시장에서 가장 자주 볼수 있는 또다른 단위가 'EP'다. EP는 익스텐디드 플레이(Extended Play)의 약자로 LP가 개발된 지 1년 후인 1949년 RCA 빅터에서 선보인 규격이다.
지름 12인치에 회전수 33.3rpm의 규격인 LP와 달리 EP는 지름 7인치에 회전수 45rpm의 규격이었고, 대개 앞면과 뒷면에 두 곡씩 4곡 정도의 음악이 수록됐다.
이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EP는 4~5곡의 음악을 수록하는 형태로 자리잡았다.
더불어 '미니앨범'은 LP보다 작은 EP 음반의 규격 때문에 일본에서 부르던 명칭이 그대로 한국으로 넘어온 것으로, EP와 같은 의미다.
EP와 비슷한 단위 중 맥시 싱글(Maxi Single)은 1개의 곡과 함께 해당 곡의 리믹스나 인스트루멘틀 트랙 등을 2~3개 수록한 음반을 가리킨다.
또 SP나 EP에서는 주로 A면에 음반의 대표곡을 녹음하고 B면에는 리믹스나 마니아적인 음악을 녹음하는 경향이 있었다. 에이사이드(A-Side)와 비사이드(B-Side)는 여기서 유래했다.
최근 들어 K팝 업계에서 종종 사용되면서 혼동을 주는 명칭이 믹스 테이프(Mix Tape)다. 1960년대에 개발돼 198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누린 카세트 테이프는 저렴한 가격과 작은 크기로 대중음악의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카세트 테이프의 또 다른 큰 장점은 녹음이 엄청나게 편리하다는 점이다. 카세트 테이프를 레코더에 넣고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누구나 녹음이 가능했기에 아마추어 뮤지션, 특히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자신의 홍보를 위해 습작이나 프리스타일 랩 등을 녹음해 데모 테이프 개념으로 무료 배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를 가리켜 '믹스 테이프'라고 불렸다.
즉 엄밀히 따지면 믹스 테이프의 원래 의미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무료 배포하는 음악'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는 정식 넘버링 작품에 포함되지 않은 보너스 음반이나 그룹의 멤버가 솔로 데뷔 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선보이는 테스트 음반 정도의 의미로 변질돼 사용되고 있다. 무료로 배포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그룹 롱샷이 정식 데뷔 전인 2025년 11월 5일 유튜브에 '4SHOBOIZ MIXTAPE(포샷보이즈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면서 '믹스 테이프'가 지닌 본래의 의미와 목적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싱글과 EP, 앨범, 믹스 테이프 등의 용어 구분은 2010년대 들어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지적한 내용이다. 하지만 음원 시장이 커지고 '디지털 싱글'이 나오기 전까지 국내 음악 시장은 '싱글'에 대한 개념이 희박했고, 그 때문에 실물 음반은 모두 '앨범'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아직도 강하게 남아 있다.
과거에는 그렇게 혼용해도 문제 될 게 없었지만 현재 K팝의 활동 무대는 글로벌이다. 최소한의 개념과 단위 등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야 공연한 오해나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