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원지안의 얼굴에는 늘 새로움이 있다. 올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경도를 기다리며'와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상반된 캐릭터를 오가며 시청자들과 만난 그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지금도 배우는 단계"라며 다음 챕터를 향한 준비를 차분히 이어가는 중이다.
배우 원지안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극본 박은교, 연출 우민호)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이케다 유지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대한민국,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사내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무서운 집념으로 벼랑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과 직면하는 이야기다. 총 6부작으로 지난 14일 종영했다.
원지안은 극 중 이케다 유지로 분해 숨길 수 없는 욕망과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그는 "야쿠자 역할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처음엔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감독님을 믿고 제가 해나가야 할 것들에 더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다.
"일본어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감독님께서 야쿠자 같은 면이 보이길 원하셨거든요. 그래서 야쿠자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자세나 걸음걸이, 제스처 같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준비하려고 했죠. 또 의상팀과 분장팀이 함께 고민해 주신 요소들이 캐릭터의 형상을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원지안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현빈 정우성 정성일 등 주로 남자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 속에서 어떤 지점을 가장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는 "'메이드 인 코리아' 속 유지는 저만의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제가 만들어 가야 할 지점이 정말 많았어요. 일본어도 그렇고 모든 게 처음 경험하는 것들이었으니까요. 이 캐릭터를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본 건 권력에 대한 욕망이었어요. 야쿠자라는 단어가 가진 투박함과 그 환경에서 살아오며 생긴 예민함이 조화롭게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가 해석한 이케다 유지의 핵심 키워드는 '안정'이었다. 원지안은 "유지가 궁극적으로 원했던 건 안정이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조직의 우두머리, 말 그대로 '왕' 같은 인물을 가장 가까이서 봐왔잖아요. 그래서 생존이 모든 욕망의 시작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퍼진 욕망이 점점 커지면서 가장 대단한 권력을 가진 자리에 오르면 자신도 안전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을 것 같아요."
이처럼 캐릭터에 깊이 몰입한 덕분에 원지안은 '메이드 인 코리아'를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싱그러운 첫사랑의 모습부터 밀도 높은 감정 연기까지 선보이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원지안은 "두 작품이 워낙 상반된 결이라 스스로도 조금 혼란스러웠다"며 "그래도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공개된다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다른 인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는 점이 늘 신기하고 감사하죠. 하지만 그래도 아직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배워야 할 것들이 정말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많은 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깨달음도 적지 않다. 원지안은 "어떤 스탠스를 가져야 현장에서 더 편안해질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그동안은 작품을 잘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늘 앞섰다면 이제는 사람들과의 호흡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선배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시야도 많이 넓어졌어요. 유지라는 캐릭터를 준비하면서는 의상이나 분장의 도움으로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도 굉장히 재밌게 느껴졌고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면서 장면을 만들어 나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훨씬 유연해진 것 같아요."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로 데뷔한 원지안은 '소년비행' '오징어 게임' '북극성'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까지 굵직한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노력해 준 주변 사람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우민호 감독님께서 제가 도화지 같은 배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다른 작품에서 만난 감독님들 역시 저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봐주시더라고요. 배우로서는 정말 감사하고 기분 좋은 칭찬인 것 같아요."
그렇기에 원지안의 목표는 분명하다. 보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것. 그는 "아직은 장르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 경험해 봐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제 나이대와 비슷한 역할을 맡아 조금 더 자신감 있게 연기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웃었다.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한다고 느껴요. 그래서 앞으로도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밟아가고 싶어요. '메이드 인 코리아'를 잘 마무리한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아가면서 계속 연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