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약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동안 가수 김기태가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단연 '팬'이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릴 때도, 긴 무명 시절을 버텨낼 수 있던 이유를 말할 때도, 가수로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이유를 설명할 때도 그의 대답은 늘 같은 곳을 향했다. 김기태 음악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팬'이 있었다.
가수 김기태가 최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콘서트 '하루, 숨처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공연을 마친 그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욕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의 말 속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팬을 위해 노래한다'는 표현이 결코 추상적으로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팬을 향한 마음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그가 노래를 이어가는 이유였다.
그래서 김기태는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기보다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팬에게 받은 위로를 다시 노래로 건네고 그 반응을 다시 힘으로 삼아 또 한 번 무대에 오른다. 그렇게 이어지는 순환 속에서 그는 가수로 살아가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도 이 태도 때문일 것이다.
이번 공연 역시 이런 김기태 가치관의 연장선이었다. 김기태는 "팬분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는 제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저는 숨 쉬는 방법을 모르고 살아온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제 자신을 좀 더 보려고 하고 쉬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돼요. 쉬어야 숨을 쉴 수 있잖아요.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분들도 그런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컸어요."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김기태는 공연 전반에 걸쳐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원하는 분위기를 구현했고 보컬 역시 장시간 공연을 고려해 보다 편안한 소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콘서트는 두 시간을 온전히 함께해야 하는 거잖아요.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들리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소리를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김기태는 '흰수염고래' '광안리에서' '일상으로의 초대' '한숨' '사랑했지만' 등 다채로운 곡을 통해 특유의 허스키한 음색을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냈다. 그는 "공연은 전체 분위기를 느끼는 게 중요해서 담담하게 부르려고 했다"며 "가사나 감정 때문에 첫 곡부터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내가 살아 있구나 싶다. 그게 제가 노래하는 이유"라고 털어놨다.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근데 그게 항상 되는 건 아니잖아요. 안 될 때가 있으면 또 속상하죠. 하지만 팬분들의 응원을 받고 어떻게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팬분들에게 늘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좋은 노래를 들려드려야지 라는 마음을 계속 갖게 있는 것 같아요."
그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은 노래를 통해 처음 분명하게 마주한 감정이었다. 김기태는 "팬분들의 반응을 듣고 나서야 그 감정이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그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더 악착같이 노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가 노래하는 이유는 오직 팬분들이에요. 단순히 노래를 부를 때 행복하다기보다 그 팬분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말을 해주실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껴요. 상대방의 말 한마디에 '내가 그래도 세상에 필요한 존재구나' '나는 없으면 안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그게 제 원동력이자 노래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2015년 싱글 앨범 '말해줄래'로 데뷔한 그는 오랜 무명 시절을 거쳐 2022년 JTBC '싱어게인2' 우승으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김기태는 "그때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했다"며 "만약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긴 무명 생활을 이겨내게 해준 것 같아요.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다른 분들도 힘을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누구에게나 무명 기간은 있는 거잖아요. 그 시간에 가만히 머무르기보다는 뭐라도 계속하면서 점점 성장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유명이라는 단어가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김기태에게도 후회가 되는 시간이 없던 것은 아니다. 김기태는 "아쉽기도 하다. 조금 더 어렸을 때 이런 마음가짐을 가졌더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며 "하지만 그런 세월이 있기에 지금의 가수 김기태가 또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메시지보다는 김기태가 노래하면 삶이 들린다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작품을 보고 명확하게 한 가지의 해석만 나오지는 않잖아요. 노래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에 따라서 어떤 사람은 슬픔을 느끼고 행복을 느낄 수도 있죠. 그래서 제 노래를 듣고서도 각자의 삶과 상황에 맞춰서 해석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26년을 '김기태를 보여주는 해'로 만들고 싶다는 그는 장르에 자신을 가두지 않겠다고 했다. 어떤 노래든 자신의 목소리로 설득할 수 있는 가수, 세대를 넘어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김기태의 최종 목표다.
"'이런 노래도 김기태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좋네?' '잘 어울리네?' 이런 느낌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하는 많은 고민이 제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좋겠죠. 그래서 제 목소리와 노래가 오래 기억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후회 없을 정도로 더 많이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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