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정병근 기자, 최현정 기자] 이미 알려진 것처럼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와 가수 백현은 한남동 유엔빌리지 내 한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다. 전세금은 각각 105억, 160억 원이다. 해당 빌라는 두 사람이 소속된 각 레이블의 모회사 원헌드레드 차가원 대표 소유다. 주목할 건 '특수관계인'인 그들의 전세금이 시세보다 매우 높게 형성돼 '깡통전세'의 위험이 있다는 점.
차가원 원헌드레드 대표에게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직책이 하나 더 있다. 부동산 토탈 서비스 기업 '피아크 그룹 회장'이다. 피아크 그룹은 설계 및 시공부터 개발 및 분양까지 부동산 관련 모든 분야의 서비스 제공을 특징으로 앞세우고 있다. 이 피아크가 론칭한 주거 브랜드가 바로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라누보(LANUVO)다.
안 파는 건가 안 팔리는 건가
라누보는 1차와 2차 각각 4세대와 7세대로 이루어진 고급 빌라다. 1차는 2022년 5월 사용승인이 났고, 2차는 2022년 9월 사전분양을 시작했다. 차 대표는 라누보 1차와 관련해 피아크 홈페이지에 '라누보(LANUVO) 한남 1차 성공적 분양 이어 2차 단지 착공 돌입'이라는 내용의 기사(2021년 12월 16일)를 게재하고 링크까지 첨부한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라누보 1차 4세대 모두 차가원 대표와 그의 남편 박 모 씨의 공동 소유로 돼있다. 차 대표와 박 씨는 2022년 6월 7일 4개 세대를 모두 피아크 그룹이 아닌 부부 개인의 소유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실행했으며 이 금액은 각 세대 별로 수십억 원에 이른다.
분양이 되지 않자 그들이 떠안은 것인지, 처음부터 본인들이 다 소유할 목적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공적 분양'이라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셈이다. 특히 차 대표 부부가 소유권을 가져온 뒤 라누보 1차 매물이 올라온 부동산 블로그 글이 다수 존재하는 것을 봤을 때 계속 보유할 목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피아크는 일찌감치 '1차 성공적 분양'이라는 기사를 인용해 라누보 2차 준공 예정임을 홍보했다.
실거래 없던 라누보 첫 전세는 이승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기재된 라누보 1차의 거래 내역은 2025년 8월 4일 110억 원의 매매 계약이 돌연 해제된 내역과 2024년 8월 105억 원의 전세 계약, 2025년 8월 130억 원의 전세 계약 3개가 전부다. 매매가 해제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고, 2025년 130억 전세 계약은 등기상(1월 6일 기준)에는 나오지 않는다.
2024년 8월 105억 원 전세 계약의 당사자는 가수 겸 배우 이승기다. 등기상 이승기의 계약과 동일하다. 이승기가 차가원 대표 소유 빌라의 전세입자가 된 건 2024년 4월 원헌드레드 산하 빅플래닛메이드와 전속계약을 한 지 4개월 만의 일이다. 또 차 대표 부부가 라누보 1차 4개 세대를 소유한 지 2년여 만에 첫 실거래다.
이때 이승기의 이름으로 약 87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다. 통상 근저당이 대출금의 110%~120%로 설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승기는 75억 원 내외로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승기의 전세 대출 실행일에 차가원 대표와 그의 남편 박 씨의 근저당 채권최고액 36억 원이 말소됐다.
라누보 1차의 두 번째 거래는 2025년 3월에 이뤄진다. 이번엔 가수 백현(엑소)이다. 그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하면서 INB100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는 2024년 5월 원헌드레드 산하로 들어갔다. 그리고 백현은 2025년 3월 전세금 160억 원에 차가원 소유 빌라에도 들어갔다. 그가 채무자로 기록된 전세권의 근저당 채권최고액은 126억 원이다.
백현은 전세로 들어가기 전 이미 라누보와 인연이 있다. 원시그니처를 통해서다. 백현이 SM엔터테인먼트를 나오는 과정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언급했던 회사다. 2023년 5월 31일 설립된 원시그니처는 최근까지 빅플래닛메이드의 대표를 맡았던 강 모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백현과 차가원 대표의 친부 차 모 씨가 사내이사로 있는 법인이다.
원시그니처는 법인 설립 불과 한 달여가 지난 2023년 6월 29일, 130억 원의 근저당을 설정한다. 실제 대출금은 약 100억 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원시그니처의 대출이 실행된 다음 날인 6월 30일 차 대표와 박 씨 앞으로 설정된 91억 2000만 원의 근저당은 모두 말소됐다. 백현은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전세입자까지 된 셈이다.
"깡통전세 위험 매우 높아"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할 건 앞서 언급한 이승기와 백현의 전세금 각각 105억과 160억 원이다. 라누보 사용승인 시점인 2022년부터 2025년 12월까지 유엔빌리지 내 고급 빌라는 물론이고 서울 전 지역의 초고가 아파트를 모두 포함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고급 빌라는 거래가 거의 없어 명확한 시세를 알기 다소 어려운 면은 있다. 다만 최근 인기 걸그룹 한 멤버가 유엔빌리지 내 또 다른 초고급 빌라를 137억 원에 '매수'한 걸 참고할 수 있다. 그가 구매한 빌라의 전용 면적은 약 244㎡로 이승기와 백현이 각각 105억, 160억 '전세'로 들어간 라누보 1차(각각 약 255㎡)와 대동소이하다.
시세가 명확하지 않은 고급 빌라이기에 얼마에 매매 혹은 전세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비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각 빌라 상태와 층에 따라서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라누보 1차 세대별 최초 분양가는 짐작해볼 수 있다. 신탁원부(2020년 10월 작성)를 보면 사업수지표에 각 세대의 기대 수입은 65억, 50억, 35억, 80억 원이다. 2020년 당시 국내 빌라 매매 최고가가 46억 원이고 40억 원이 넘는 거래가 단 4건(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이다. 라누보 1차는 이미 이를 상회하는 사업 수입을 목표로 했다.
라누보 1차는 2022년 6월 7일 각 세대의 등기가 등록됐다. 2022년 서울 빌라 매매 최고가는 100억 원(이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거래된 한 세대가 있긴 하지만, 시세는 40~50억 원에 형성돼 있고, 2023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5년에도 50억 원 이상에 거래된 빌라가 10개 남짓으로 매매 최고가는 137억 원이다.
빌라보다 더 고가인 아파트로 범위를 넓혀도 부의 상징으로 불렸던 곳들이 2022~2023년 100억 원선이었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살았던 곳으로 알려진 곳도 매매 최고가가 2023년 180억 원이었다. 그마저도 2024년엔 170억 원으로 다소 하락했다. 2025년에도 초고가 아파트들이 100억 초반에서 중반에 집중돼 있다.
위의 가격들은 '전세가가 아닌 매매가'다. 전세가는 그보다 훨씬 낮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열람한 내역을 보면 이승기와 백현의 전세가가 얼마나 높게 책정됐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2024년 빌라 전세 서울 최고가는 단연 이승기의 105억 원이다. 이는 그해 두 번째로 전세가가 높았던 빌라(55억 원)의 약 2배다. 전세 30억 원을 넘는 빌라도 5개밖에 없다. 2025년에도 전세 50억 원을 넘는 세대는 단 3개 뿐으로 라누보 외엔 70억 원이 최고가다. 그해 라누보에 전세로 들어간 백현의 전세금 16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런 상황을 봤을 때 차가원 대표가 빌라 소유권을 가져온 뒤 매매 시도에도 팔리지 않았던(혹은 팔지 않았던) 라누보 1차의 한 세대를 이승기에게 105억 원 전세로 준 건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후 1년도 채 안 된 2025년 4월 백현에게 160억 원에 전세를 준 것도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사업수지표상 50억, 80억이던 물건이 단기간에 전세가 100억 원을 넘길 만큼 상승했는지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통 전세가는 매매가(분양가)의 50~70% 수준에서 형성된다. 전세금이 집값을 넘어서는 경우 나중에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위험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깡통전세'는 집값보다 전세보증금이 높거나 비슷해 경매 시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위험이 큰 전세 형태를 의미한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세대의 경우 임대인과의 특수 관계가 시세보다 높은 전세가 책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가치에 비해 전세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대출금이 나온 데에는 이승기와 백현이 재력을 갖춘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기 초고가 전세의 나비효과
여기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차 대표가 2024년 7월 이승기에게 105억 원에 전세를 준 뒤다. 라누보 1차의 다른 한 세대는 2024년 9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총 96억 원의 근저당이 설정된다. 앞서 언급했듯 근저당이 대출금의 110%~120%로 설정되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차 대표는 이 세대를 담보로 약 80억 원의 대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 세대 역시 2025년 6월과 7월 두 번에 걸쳐 72억 원이 근저당 설정됐다. 이 세대를 담보로 한 실제 대출금은 약 60억 원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차가원 대표는 특수관계인인 소속 연예인을 자신의 빌라 전세입자로 들이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아 보이는 전세금을 설정했고, 이승기와 백현은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시장에 유명 연예인이 거주하는 곳의 전세가가 이 정도니 매매가는 그 이상이라는 시그널을 줄 여지가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승기의 초고가 전세 이후 차가원 대표는 남은 세대들을 담보로 기존에 받은 대출금에 더해 각각 약 60억 원의 대출을 추가로 받았다. 뿐만 아니라 한 세대는 현재 매도 호가 220억 원에 온라인 부동산에 올라와 있다.
심지어 다른 고급빌라들의 경우 대지권 면적이 전용 면적과 거의 비슷하다. 한 걸그룹 멤버가 137억 원에 매수한 빌라의 경우 전용 면적(244㎡)보다 대지권(246㎡)이 오히려 더 많다. 라누보 1차는 전용 면적 207㎡의 한 세대 대지권이 139㎡에 불과하다.
<더팩트>가 복수의 감정평가사들에 라누보 1차의 시장가치 평가를 의뢰했다. 그 결과 한 감정평가사는 이승기와 백현이 거주하는 세대를 각각 약 95억, 145억으로 책정했다. 또 다른 감정평가사 역시 해당 세대들을 100억 내외로 추정했다. 감정평가 금액이 시세의 90% 수준이라고 해도 두 사람의 전세금은 매매 시세보다도 높다.
라누보 1차의 실제 평가 금액이 매도 호가는 고사하고 전세금에도 못 미친다면, 임대인 차가원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어떤 문제로 인해 해당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채무는 고스란히 이승기와 백현이 떠안게 된다. 두 사람이 갚아야 할 대출금은 각각 약 70억, 100억 내외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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